메인화면으로
정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발표…성공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발표…성공할까?

"등록금 부담 없이 학업 전념토록" vs "서둘러 내놓은 빈 수레"

정부가 대학 등록금 학자금을 취업 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학자금 대출 제도를 개선해 2010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0일 "등록금 마련 부담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 주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를 도입한다"며 "재학 중 이자 부담이 없고, 졸업 후에도 소득이 없으면 상환 의무가 없어서 금융 채무 불이행자 발생을 없애주는 획기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 후 원리금 상환…부모 아닌 학생이 돈 벌어 갚는다

새로 시행하는 학자금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해 소득 하위 1~7분위 가정의 대학생이다. 2010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되며, 2009년말 현재 재학 중인 학생도 졸업시까지 현행 제도와 개선 제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교과부는 "대출 금액은 등록금과 생활비이며, 생활비의 경우 연 200만 원부터 소득이 낮을수록 혜택이 늘어나도록 설계했다"며 "대출금리는 재원 조달 금리를 감안해 매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리금 상환은 연간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될 때부터 가능하며, 상환 기간은 소득 발생 후 최장 25년까지 가능하다.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은 "이 제도를 통해 재학 중 이자 부담이 없고 졸업 후에 취업이 안 되면 원리금 상환이 유예되기 때문에 등록금 때문에 대학 못가는 경우는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또 앞으로 학생이 졸업 후 돈을 벌어 갚기 때문에 자녀 대학 공부로 인한 부모의 경제적 고통도 거의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주호 차관은 "또한 학생이 졸업 후 스스로 돈을 벌어 상환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립심이 제고된다"며 "졸업 후 소득이 있어야 상환이 되기 때문에 금융 채무 불이행자 발생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이 제도의 장점 중 하나가 일단 지금의 소득이 아닌 미래의 소득에 따라서 연계해서 되갚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신용 상태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관계부처와 합의해 상환기준소득, 소득수준과 연계한 상환율, 일시상환에 대한 인센티브, 재원 조달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9월 말까지 마련할 것"이라며 "또 관련 법률은 올 정기국회를 통해 입법 또는 개정될 수 있도록 하고, 예산 소요액은 2010년 예산안에 반영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방문해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학자금을 대출받으면 졸업하자마자 취업 못해도 갚아야 되니까 신용불량자 된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새로운 학자금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최근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다"

이번 학자금 대출 개선안은 그간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해온 '등록금 후불제'와도 근접하다. 그러나 그동안 대학 등록금 문제를 두고 정부가 늘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미뤄왔던 개선책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

실제로 교과부는 연 평균 대학 등록금이 7%씩 인상되고, 전체 학생의 50%가 이 제도를 활용할 경우, 전체 등록금 액수인 14조 원 중 7조 원 정도의 재원은 조달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교과부는 이 재원을 현재 운영되는 장학재단에서 정부가 보증하는 장학채권을 발행해 조달할 예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장학재단의 채권 조달 가능 액수가 한 학기에 1조3000억 원씩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 채권하고 완전히 다르게 될 것"이라며 "국채에 가까운 채권을 발행할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 이주호 차관은 "대학 등록금이 연간 6~7%씩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고의 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질문에 "이제 정리된 정책 중 하나가 등록금 산출내역 등을 정보공시 하게 하는 것"이라며 "대학의 재정 투명성을 제고해 등록금이 터무니없이 올라가지 않도록 막겠다"고 답했다.

이 차관은 "사실 이게 큰 제도이고, 국가의 재정 부담도 만만치 않은 제도이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가 높아지지 않으면 채택되기 힘든 제도였다"며 "그렇지만 최근에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고, 그동안 꾸준히 관계 부처가 협의를 해 합의에 도달됐다"고 덧붙였다.

▲ 정부가 대학 등록금 학자금을 취업 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학자금 대출 제도를 개선해 2010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대학 등록금 문제를 두고 정부가 늘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미뤄왔던 개선책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3월 등록금 대책 촉구 집회를 벌이고 있는 대학생들. ⓒ프레시안

등록금넷 "급하게 내놓은 제도, 시행 과정에서 후퇴하는 일 없어야"

이에 대해 '등록금대책을위한시민·사회단체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 논평을 내고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더 많은 수정,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등록금넷은 "'재정 부담을 운운했던 정부'는 오히려 영국, 호주 등의 선례 국가에 비하여 재정 부담이 많이 소요되는 방식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며 "다분히 급하게 제도를 내놓고 있어 구체적으로 얼마의 재정 부담이 소요될지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태에서 시행과정에서 제도가 후퇴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등록금넷은 "또 변제의 기준이 되는 발생 소득의 금액을 대폭 내려 제도가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소득 기준이 낮을 경우 졸업 후 고소득의 직장을 얻지 못한 대부분의 대학 졸업생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청년들이 남은 미래를 '학자금 상환'에 허덕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고액 등록금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등록금 문제의 핵심은 '등록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고, 따라서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책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힘겹게 도입한 이 제도의 실효성은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길 "빈 수레만 요란하다…저소득층 학생 부담 더 높아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빈 수레만 요란한 정책"이라며 더 강도높게 비판했다. 권영길 의원실은 분석 자료를 통해 "이날 발표한 제도에는 이전까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지원되던 무상 장학금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소득 1~3분위의 무이자 지원과 4~7분위의 이자 지원도 전부 없앴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제 자녀 대학등록금은 걱정 안하셔도 된다'는 정부의 말은 '이제 등록금은 학생들이 평생 부담지어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낮은 소득의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것은 소득에 따라 학교 진학이 갈리고, 불안정한 직업을 갖는 비율이 높은 현실에서 결국은 장기적으로 빚쟁이만 양산하게 되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권 의원은 "등록금 인하와 함께 교육재정 확충을 통한 소득별 장학금 지원이 없으면 등록금 문제는 실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교과부는 이자놀이나, 상환유예 같은 미봉책을 완전한 해결책으로 홍보하기 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