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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의장, 강 건너 불구경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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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형오 의장, 강 건너 불구경 하나?

[기자의 눈] 책임감 있다면 국회로 돌아와 '결자해지'하라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대한 김형오 국회의장의 태도가 갈수록 실망스럽다.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책임과 권위는 팽개치고 모든 논란을 검찰과 헌법재판소의 판단 영역으로 떠넘기려는 눈치다.

김 의장은 30일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사법당국에서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미디어법 처리에 대해 국회의장이 조사해서 발표하면 여야 정치권이 안 받아들일 것 아니냐"면서 "국회가 직접 조사할 수도 있지만, 조사를 공정하고 엄정하게 하기 위해서 사법당국에서 넘겨 조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미디어법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도 "헌재 결정전까지는 여당과 야당은 물론 정부도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 떼겠다는 말이다.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이 들끓어도, 미디어법 처리가 무효라는 여론이 60%를 상회해도 국회의장으로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대리투표가 있었는지 여부는 사실관계에 관한 것인 만큼 철저히 조사토록 하겠다"던 말과도 배치된다.

<중앙일보>가 이날 사설에서 지적했다. "국회는 국민 선출로 구성된 국가 최고기구다. 마땅히 자율적으로 이번 사태의 전말을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그 결과를 놓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 그것마저 해낼 정치력이 없다면 18대 국회에서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회 폭력사태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힐난하고 후속 논란을 그만 매듭짓자는 게 사설의 논지이지만, 이 대목만큼은 공감이 간다. "국회 스스로 헌재나 검찰의 하부기관임을 선언하는 꼴 아닌가."

"공정하고 엄정한 조사를 위해" 사법당국에 조사권을 넘기고 "헌재의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리자"는 짐짓 점잖은 말로 포장했으나, 김 의장이 바로 국회가 검찰과 헌재의 하부기관임을 선언한 것이다.

국회의장이 그나마 사후 책임감을 갖고 재투표, 대리투표 의혹을 밝히려는 의지를 보였더라면 애당초 검찰과 헌재로 넘어갈 일도 아니었다. 미디어법으로 온 세상이 들끓은 지난 일주일 동안 면피성 보도자료를 한 번 낸 것 외에 김 의장이 사태 해결에 보탬이 되는 어떤 의미 있는 행동을 했는지 아는 바 없다.

김 의장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헌재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로 "미디어법은 국민이 살아가는 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법도 아니고 국민들이 온통 매달려 있어야 하는 법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 직전까지 "미디어법은 민생과 직결되는 법도 아니다. 이른바 조·중·동 보수언론을 어떻게 참여시키냐는 게 관건"이라고 한 말과 겉보기엔 수미일관한다. 하지만 그런 정확한 인식을 뒤집고 왜 중간에 미디어법을 직권상정으로 발차시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다.

김 의장은 미디어법 사태를 부른 매우 책임 있는 당사자 중의 한 명이다. 본회의장 안팎의 CCTV 자료를 틀어쥐고 국회사무처가 버티는 꼴도 보기 민망한데, 일주일이 넘게 국회 밖에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겉도는 국회의장도 구차스럽다.

당장 국회로 돌아와 헌법학회장이 김 의장에게 공개 질의한 8가지 문제에 대한 대답부터 하는 게 순서다. 미디어법 직권상정이 부른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과 이어진 초유의 파국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최소한의 임무다. 그것이 헌법까지 개정해 의회의 권위를 세워보겠다는 김 의장의 일념에 조금이나마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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