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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의 스승은 '유의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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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의 스승은 '유의태'가 아니다"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허준, 그 불편한 진실 ①

한류 드라마의 위력은 대단했다. 필자가 알레르기성 비염의 임상시험 연구를 위해 2006년 일본 한의학 연구의 메카인 도야마 대학을 방문했다.

식사 도중 도야마대학 이비인후과 교수가 질문을 던졌다. "드라마 <동의보감>에서 유의태라는 허준의 스승이 참 감명 깊었습니다." 드라마 한 편의 영향력이 한국을 넘어 일본 의사의 감성까지 흔드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감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라마 <동의보감>과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에 나오는 유의태와 관련된 내용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놀라지 마시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의태는 허준의 스승이 아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유의태는 허준을 만나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후대 사람이기 때문이다.

▲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의 스승으로 나오는 유의태(이순재). 그러나 유의태는 허준의 스승이 아닌 '허구의 인물'이다. ⓒ프레시안
그럼, 이런 어처구니없는 오류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유의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65년이다. 1965년 9월 1일에 발간된 <대한한의학회보>에 노정우가 기고한 한 편의 논문에 유의태가 처음 등장한다. 노정우는 이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허준의 할아버지가 경상도 우수사를 오래 역임하였고 허준의 할머니는 진주 출신의 류 씨인 점으로 미루어 그의 어렸을 때의 생장은 역시 경상도 산청이라고 생각된다. (…) 당시 산청 지방에 유의태라는 신의가 있었는데, 이 유의태가 바로 허준의 의학적인 재질과 지식을 키워준 스승이었다는 것이 여러 각도로 미루어 보아 부합되는 점이 있어 수긍이 간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런 주장은 사실 노정우의 논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다른 어떤 문헌도 허준이 젊은 시절 유의태로부터 의학 수업을 받았다는 설이 언급하고 있지 않다. <소설 동의보감>의 저자 이은성은 하필이면 이 논문을 근거로 유의태와 허준의 극적인 사제 관계를 구상했던 것이다.

실제로 소설, 드라마가 크게 화제가 된 후에 드라마의 해부 장소로 떠오른 밀양 얼음골을 비롯한 유의태 찾기가 큰 관심사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류의태(柳義泰)와 비슷한 인물로 유이태(劉以泰)라는 인물이 떠올랐다. 유이태는 허준 사후인 숙종 때의 인물로 어의로 천거되기도 한 인물이다.

숙종 36년, 숙종의 머리가 아프고 종기가 부풀어 오르자 유이태는 아산 현감 신우정, 안동 선비 박태초와 함께 숙종의 병환을 진찰한다. 이 때 병세가 호전되자 유이태는 이후 여러 차례 왕의 진료에 참여한다. 숙종 39년 12월 16일 사헌부가 올린 보고에도 유이태가 나온다.

"영남 의원 유이태는 내의원에서 재촉하여 전주에 이르렀는데 병을 핑계로 오지 않다가 끝내는 집으로 돌아가 거드름을 피우면서 편하기를 도모했으니 중벌에 처해야 마땅합니다."

유이태는 책임 추궁을 당했지만 명의답게 숙종의 병환으로 다시 기회를 잡는다. 기록을 보면, 유이태는 숙종 37년에도 서울에 머물면서 왕의 종기를 치료한다. 유이태는 그 후 나이가 많아 은퇴해 산청으로 내려간다. 그는 말년에 홍역과 같은 전염병 연구에 몰두해 <마진경험방>을 저술했다. 이 책은 1931년 경남 진주에서 박주헌에 의해 출간돼 널리 알려졌다.

이재수는 <한국한의학사>에 '유이태탕'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하루는 유이태가 어느 곳을 지나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담장 밑에서 약을 달이고 있었다. 그런데 약봉지에 '유이태탕' 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약을 지어준 사실이 없는 유이태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물어보았더니 "아버님 병을 고치려면 명의인 유이태를 만나야 하는데, 그를 찾을 길이 없어서 약봉지에 그렇게 썼다."

노정우는 이런 유이태의 전설적인 명성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추측을 가미해 유의태에서 허준으로 이어지는 설화를 재구성했다. 그렇다면, 허준의 진짜 스승은 누구일까? 드라마, 소설이 미처 말하지 못한 깜짝 놀랄 만한 진실은 허준의 진짜 스승 찾기가 왜 중요한지를 언급하면서 다음 주에 공개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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