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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 끊긴 지 열흘 째…"제발 물이라도 들여보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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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 끊긴 지 열흘 째…"제발 물이라도 들여보내달라"

쌍용차 "물 먹고 싶으면 나와라"…회사만 비호하는 경찰

"여러분들이 함께 일했던 동료들 아닌가. 물이 끊긴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다른 건 몰라도 제발 물만큼은 들여보내달라." - 시민단체

"그럼 나오라고 해라. 나오면 된다. 그리고 안에 물은 한달 치나 있다. 걱정마라." - 사측 임직원


쌍용자동차 공장 안에 물이 끊긴 지 열흘째인 28일. 평택공장 앞에는 '식수'를 공장 안으로 넣으려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사 측과의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 10명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그리고 민주노동당 의원 전원이 이날 평택공장을 방문해 사 측의 처사에 대해 "반인권적인 행동"이라고 규탄하며 식수 반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사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 이날 사 측 임직원들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을 막고 정당인 및 시민단체의 식수 반입을 거부하고 나섰다. ⓒ프레시안

"물만 넣자"는 국회의원에게 회사 직원 "국회 가서 잘해라"

모자를 쓰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쌍용자동차 임직원 30여 명은 오전부터 평택 공장 정문 앞에서 연좌를 하고 식수 반입 저지에 나섰다. 이들은 '외부세력 물러가라', '파업 철회, 정상 조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민단체 및 국회 의원들에게 "왜 여기 와서 이러고 있냐. 사회에는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등 여러 현안들이 산적해 있으니 그곳으로 관심을 돌려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노동특위 홍영표 위원장이 이들에게 "같이 일하던 사람에게 이러면 어쩌겠냐는 것이냐"며 "안에서 점거 농성 중인 사람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정부에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소용 없었다. "인도적 차원에서 식수만 전달하고 가겠다"는 홍 위원장도 회사 직원들에 의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오히려 회사 임직원은 "남의 회사에서 이러지 말고 국회 가서나 잘하라"며 "그럴듯한 주장으로 기자들 데리고 와서 쇼하지 말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준비해 온 700밀리리터 생수 300병만 공장 정문 앞에 남겨졌다. 민주노동당도 2리터 생수 1000병을 준비했지만 공장 내 반입에는 실패했다.

국회의원도 실패했으니 시민단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참여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27개 시민단체들은 1리터 생수 600병을 파업 노동자에게 보내려 했지만, 사 측에 의해 막혔다.

결국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사 측 임직원들이 연좌하고 있는 평택공장 앞에 생수를 쌓아놓고 농성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최형권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 사 측 임직원이 던진 물병에 맞아 코피가 터지는 일도 벌어졌다.

▲ 시민단체 및 쌍용차 가족대책위는 사 측이 식수를 거부하자 정문 앞에 식수를 쌓아놓았다. ⓒ프레시안

국회의원 및 시민단체 "대화만이 사태해결을 풀 수 있다"

이날 평택 공장에 모인 정당인 및 시민단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 공권력이 아닌 공적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노동자도 많이 양보하고 있고 사 측도 어려움 속에 손을 내밀고 있다"며 "이젠 정부가 안을 내놓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기자회견문을 통해 "평화적 해결방안과 인권보장을 정부에게 촉구하며 지도부가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 재개와 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해 나서는 것만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현재 계획 중인 경찰진압작전 중단과 철수를 촉구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만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또한 정부는 경찰력 투입 시도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중재와 대화 주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소한의 인권도 무시하면서 도로교통법이 웬 말?"

한편 이날도 사 측은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위한 각종 행동을 이어갔다. 방송차량을 통해 대중가요를 틀고 스피커로 "외부단체는 물러나라",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 자리에 왔는가" 등의 자극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경찰도 한몫했다. 경찰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도로에 나오기만 해도 "인도로 올라가라"며 연신 호루라기를 불었다. 반면 평택공장 정문 앞 차도에 연좌하고 있는 사 측 임직원들에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지난 27일 쌍용차 가족대책위가 똑같은 자리에서 피켓 시위를 할 때 '도로교통법 위반'을 근거로 이동해 줄 것을 요구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응이었다.

▲ 식수가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사 측 임직원에게 시민단체 회원이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프레시안

경찰은 또 민주노동당이 준비한 생수를 실은 용달차를 불법주정차라며 강제로 견인하려하다가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 회원인 박정숙 씨는 "식수도 들어가지 못하는, 인권이 무시되는 이곳에서 도로교통법이 웬 말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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