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결혼식'이 워커힐 W호텔?…"검찰에게 인권은 포퓰리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천 후보자의 재산이 14억여 원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여태까지 대법원장, 법무부 장관 등의 인사청문 후보자 중 가장 적은 액수"라며 '청렴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천 후보자가 아들의 결혼식에 청첩장을 돌리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1000명이 와서 축의금 10만 원씩만 내도 1억 원"이라고도 얘기했다. 1억 원의 축의금을 포기할 정도로 천 후보자가 청렴하다는 뜻이다. 천 후보자 역시 "작은 교외에서 결혼식을 열었다"면서 주 의원의 추켜세우기에 화답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마이크를 이어 받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아들 결혼식을 워커힐 W호텔에서 하지 않았느냐"며 "작은 교외의 '호화호텔'이다"고 질타해 '작고 소박한 결혼식'의 산통이 깨졌다. 이 호텔 등급은 6성 호텔이다.
▲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프레시안 |
○…천성관 후보자가 '공안통'이라는 점도 주요 검증 포인트였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보다 강경한 자세로 총장직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이주영 의원은 "사형집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PD수첩과 관련해 MBC 본사 압수수색이 실패한 점을 언급하며 "어떠한 방법을 쓰더라도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이고, 공무집행방해에 대해 다 처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 후보자는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최병국 의원은 '색깔론'에 충실했다. 최 의원은 "이명박 출범 이후 북한의 대남공세가 가열되고 있고, 올해 4월 30일부터 6월 10일 사이에 범민련 북측본부와 조평통에서 정권 타도를 선동하고 있는데, 그 기간에 맞춰 화물연대의 죽창 시위, 민주노총 진보연대의 각목 곡괭이 자루 경찰 공격, 6.10 MB정부 퇴진 반정부 선동, 쌍용자동차 사태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밖에 "검찰의 1순위는 범죄 수사여야지 시류에 따라가느라 인권이라는 말이 나오고 국민 눈높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포퓰리즘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비행기는 같이 탔는데 동행은 아니다"?
○…박지원 의원은 천 후보자 부부가 아파트 구입 자금을 빌린 사업가 박모 씨 부부의 '골프여행' 시점이 맞아 떨어지는 점, 천 후보자의 부인이 공항 면세점에서 샤넬 핸드백, 구두, 향수 등 명품을 구입한 시점과 장소가 박 씨의 구입 시점 장소와 일치하는 점 등을 들어 천 후보자에게 "박 씨가 스폰서 아니냐"고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천 후보자와 박 씨 사이에 상당한 친분이 있고, 거액의 자금을 선뜻 빌려준 것은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천 후보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골프여행' 시기가 일치하는 이유에 대해 "그 때가 휴가철(설 연휴)인데 비행기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우리가 그 비행기를 같이 탔는지 모르지만, 같이 간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우연의 일치라는 의미. 이에 박 의원은 "검사로서 수사하다가 (피의자가 우연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겠냐"고 되받아쳤다.
천 후보자는 또한 부인의 명품 구입 내역에 대해서도 "언제 구입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청문위원을 속태우기도 했다.
위장전입 인정
○…천성관 후보자는 이날 아들의 위장전입 의혹은 시인했다. 박지원 의원은 박모 씨와의 골프여행 의혹을 집중추궁하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자식들 위장전입해 좋은 학교에 보내듯이 천 후보자도 위장전입으로 학교에 보낸 것을 인정하느냐"고 기습 질문을 던졌고, 천 후보자는 "예"라고 답했다.
천 후보자는 지난 1998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처형의 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가 20여일 만에 다시 강남구로 주소지를 옮겼다. 천 후보자의 아들은 당시 전산추첨된 강남의 A고등학교에 다니다 영등포구의 학교로 전학했다가 강남의 명문고로 또다시 전학했다.
의혹의 핵심 '박모 씨' 빠진 청문회
○…이날 천 후보자의 아파트 구입 자금 차용 과정의 핵심 증인인 사업가 박모 씨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 맥이 빠졌다.
특히 박 씨의 출석과 관련해 '해외로 출국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유선호 위원장은 법무부에 출국 사실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는 결국 박 씨에 대해 동행명령을 내렸고, 국회 입법조사관들이 집행에 나섰으나 박 씨 회사 직원은 "지난 8일 출장차 일본으로 출국해 14일 귀국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의혹 해소 차원에서 박 씨는 반드시 출석해야 했다"며 "불출석 이유를 철저히 조사해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반드시 처벌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천 후보자의 주택자금 조달 의혹과 관련해 천 후보자의 친동생과 박모 씨의 증인 출석이 무산되자 "이런 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개탄했다.
"'나쁜 빨대' 색출 못하면 중수부 연대책임 물어야"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천 후보자의 '어린 나이'와 '짧은 경력'을 문제삼기도 했다. 조 의원은 "이용훈 대법원장은 1962년 고시에 합격했고, 천 후보자는 1980년에 합격했는데 무려 18년 차이"라며 "법원과 검찰은 사법의 양대 축인데 수뇌부가 좀 비슷해야지"라고 혀를 끌끌 찼다.
조 의원이 이와 같인 '연차'를 강조한 것은 검찰총장 인사가 '자기 사람 심기'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것. 조 의원은 "이런 파격 인사로 오랜 경륜을 쌓아온 인재들(선배 기수)이 나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결국 정권이 검찰을 장악하려는 시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천 후보자는 거듭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으나 조 의원은 "적어도 동기들이라도 안 나가게 만류했어야 했다", "열심히 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훈계했다.
"용산참사 수사기록은 헌재 결정에 따라"
▲ ⓒ프레시안 |
"이 광경을 본 소감을 말해달라"는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의 주문에 천 후보자는 "안타깝다"고 답했다. 이에 노 의원은 "단순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 한 마디로 답이 되느냐. 검찰이 진짜 자성해야 한다. 공평하고 엄정한 검찰권 행사였다면 저런 상황이 있을 수 있었겠느냐"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수사기록 공개와 관련해 유선호 위원장은 "변호인 측의 열람을 거부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고 법원이 공개 결정을 내렸는데도 열람을 거부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판이 시작되면 최종 책임은 재판장에게 넘어가는 것인데, 법원의 판단을 불응하는 것은 재판 거부나 부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천 후보자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것만 제출한다"며 "이 부분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출돼 있기 때문에 헌재에서 합리적으로 결론 내려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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