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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법무부, 차라리 불화(不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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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법무부, 차라리 불화(不和)하라

[법치의 표리(表裏)] 김경한 장관이 사퇴해야 하는 이유

검찰은 법무부장관이라는 허구적 완충장치를 알리바이로 하여 현직 대통령 바로 아래, 전직 대통령 위에 존재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다. 죽은 권력만을 쫒는 "하이에나 사정", '권력의 칼'로서 과거 정권에 보내지는 '정치 자객'이라는 평가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검찰'은 이제 명실상부한 '정치' 그 자체다. 검찰은 입으로는 '공정한 법 집행'을 말하지만, 그들 상층부의 손과 발이 행하는 것은 분명 '정치'다.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가 검찰 각본의 무대 위에 상연되는 꼭두각시 인형놀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질문이 필요한 때이다.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검찰과 법무부의 '부적절한 관계'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시급한 문제이다. 그 부적절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 중의 하나가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 문제였다.

디즈니랜드,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

디즈니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거기에 있다고 한다. 보드리야르의 말이다. 이 어법을 차용하면, 법전에 존재하는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권은 현실적인 구체적 지휘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거기에 존재해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법무부는 문민통제의 관점에서 검찰을 통제·감찰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보낸 '트로이의 목마'에 의해 법무부가 점령당한 지는 이미 오래다. 법무부의 주요 보직 대부분이 검찰 출신 일색이다. 게다가 검사와 검찰총장의 임명은 법무부장관의 제청과정을 거친다.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인 것이 이상하지 않다.

조직의 보스는 구체적으로 명령하지 않는 법이다. 그는 짧고 모호하게 말한다. 나머지, 보스의 뜻을 읽고 받들어, 그 짧고 모호한 명령을 구체화하는 것은 '아래에서' 알아서 할 몫이다.

마찬가지로 이제까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고상하게 이야기하면 염화시중(拈花示衆)의 관계요, 조금 더 쿨하게 표현하면 '개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관계였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해도 구체적으로 알아줄 수 있고, 사실 그다지 구체적 '지휘'가 필요 없는 관계였던 것이다.

구체적 사건에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는 검찰청법 제8조가 사문화된 이유는 이러한 관계가 반영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까지의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를 고려하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를 '안해서'가 아니라 '할 필요가 없어서' 이 규정이 사문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휘라는 딱딱한 형식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웃으면서 뜻을 같이할 수 있는 관계였다.

그에 반해 참여정부 시절, 강정구 교수 구속과 관련해 천정배 법무장관이 사문화된 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초록이 동색이 아닐 경우에만 가능한, 오히려 건강한 갈등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은 제한적으로 존속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단 검찰과 법무부의 부적절한 관계가 해소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전제로 한다.

일반적 지휘 '형식'과 구체적 지휘 '내용'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사퇴하여야 한다. 그것은 신영철 대법관이 사퇴해야 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 때문이다. 신영철 대법관이 '사법행정' 권한을 남용해서 '재판개입'을 한 것이라면,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일반적 지휘권을 남용해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를 했다. 신 대법관이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다면,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독립과 중립을 훼손했다.

▲ ⓒ뉴시스
신영철 대법관은 여전히 묵묵부답, 판결로만 말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를 기점으로, 갑작스런 죽음의 충격으로 묻혔던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중심 문제가 다시 논의되고, 현실적 결과를 얻어야 한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논의의 진행을 위해 경과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퇴임식 당일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강정구 교수 때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늘은 아니지만 문건으로 발동되는 게 있으며, 광고주 협박사건이 그랬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논란이 점화되자, 대검창청은 그 즉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는 강 교수 사건뿐이며 광고주 협박사건 관련 지시는 '인터넷 유해환경을 단속하라'는 일반적 지시였다"고 해명했다. 이후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법무부장관의 「인터넷 유해환경 단속에 관한 특별지시」 공문을 공개했다. 공문의 내용 중에는 "특히 인터넷을 매개로 기업에 대해 무분별하게 광고를 중단하도록 위협하는 행위를 단속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보호"하라는 내용의 '구체적 지시'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여전히 공문의 내용은 일반적 지휘권 행사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만약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단속하라는 것이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국어 실력의 문제다. '구체적 사건'이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사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특정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이미 구체적 사건이다. 더욱이 당시 대검 형사1과장은 "특별단속은 김경한 법무장관의 지시를 따른 것이다"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기까지 했다.

이 논란의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은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 자체가 '일반적 지휘'인가 '구체적 지휘'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구체적 사건의 지휘도 법에 규정되어 있는 이상 가능한 것이며, 때로는 건강한 갈등의 분출일 수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법무부장관이 '일반적 지휘'의 형식으로 '구체적 지휘'를 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유해환경 단속에 관한 특별지시」라는 공문의 '제목'과 '형식'은 일반적이지만, 그 내용은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수사하라는 구체적인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는 내용과 형식 중 어느 하나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내용과 형식 모두가 결정적이다. 법치는 표리가 같은 것이어야 한다. 형식과 내용이 다른 법치는 '가면 쓴 권력'과 다름이 없다.

법무부장관에게 지휘권을 법적으로 부여하면서, 일반적으로는 검사를 지휘·감독하되,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검찰청법 제8조)하도록 한 것은 검찰총장을 안전판으로 해서 검찰의 중립성,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김경한 법무부장관의 지휘는 내용과 형식을 의도적으로 불일치시킴으로써 이러한 형식적인 안전판을 피해갔다. 결국 김경한 법부부장관의 '특별지시'는 일반적 사건에 대한 지휘를 남용함으로써,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를 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정은 신영철 대법관이 법원장은 '사법행정 사무를 관장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사법행정' 권한을 명분으로 '재판개입'을 한 것과 동일한 것이다.

차라리 '불화'(不和)하라

검사는 자존심을 먹고 산다고 한다. 스스로를 '대한민국 검사'라고 부른다. "장관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사건에 대해선 긴장관계다. 어떤 바보 같은 사람이 총장으로 와도 발톱을 세운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이와 같은 말은 검사로서의 그의 자존심의 표현이다.

아마도 갈등이 있었을 수 있다. 전직 대통령에 의해서 임명된 검찰총장과 현직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법무부장관 사이의 관계가 그다지 매끄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법무부장관의 '특별지시'는 염화시중의 미소를 기다리지 않고(또는 검찰의 자체적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일반적 지휘 속에 구체적 지휘를 담아 보냄으로써 검찰총장으로서의 자존심을 훼손했을 것이다. 임 전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관한 퇴임식 발언은 이런 맥락을 반영한 '언중유골'이고, 복화술이었다.

검찰개혁에 관한 논의가 한창인 요즈음 임 전 총장의 발언은 검찰개혁의 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복화술이 한편으로 반가운 이유다. 검찰과 법무부는 그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스스로 남의 집에 들어가 온통 살림을 차려놓고, 독립을 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서로가 서로를 풀어놓지 않은 채 '독립'을 말하는 것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먼저 검찰과 법무부 스스로 트로이의 목마를 철수하여 법무부에 대한 검찰의 점령을 풀 일이다. 또한 검찰 출신이 아닌 법무부장관이 발탁되는 관행이 확립되어야만, 서로에 대한 구속을 푸는 과정이 완결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되어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은 서로에 대한 '관계의 구속'을 풀고, 인적 관계의 동일성을 청산해야 한다. 서로를 향한 구애는 애초에 금지된 것이었으니, 이제 차라리 불화하라. 그 불화의 증거가 아주 간혹 정당한 방식의 구체적 지휘권의 행사로 증명되어도 좋다. 그리고 구애는 국민들을 향해서 하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할 때에만, 두 기관의 진정한 존재의 독립과 자존심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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