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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년생도 학력평가…"70점 안 되면 '부진아'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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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년생도 학력평가…"70점 안 되면 '부진아' 분류"

'학력' 만능 교육 정책·일제고사, 곳곳에서 '부작용' 낳아

지난해 일제고사가 부활하고 이명박 정부가 '학력 신장'을 교육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치러, 일정 점수에 미달하는 학생을 '부진아'로 분류해 재시험을 치르게 하는 계획까지 등장했다.

서울 중부교육청은 지난 6월 관내 41개 초등학교 학생을 상대로 학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나눠주고 시험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 과정에서 점수가 70점이 넘지 못하는 학생들을 '부진아'로 분류하고 방학 기간 공부를 하게 한 뒤 재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침이 나왔다. 1학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에 따라 용산 모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학부모에게 보내는 가정통신문에서 "국어, 수학을 시험 보며 70점 미만 아동은 부진아 평가를 다시 실시하게 된다"며 "1학년 아동들은 문제를 풀어보지 않아 틀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연습 문제를 풀어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재시험을 치르지 않도록 1학년 학생들도 가정에서 시험 대비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문제가 매우 쉽다 해도 1학년에게 시험은 아직 이르다"며 "태어난지 이제 겨우 5~6년 밖에 안 된 아이들의 개인차도 크고,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이에게 자칫 상처를 줄 수도 있는데 꼭 국어와 수학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중부교육청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올렸다.

그러나 중부교육청에서는 곧 학부모에게 연락을 했고, 이 학부모는 지난 7일 중부교육청 교육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학부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교육장이 '3학년이 되면 어차피 전국적인 규모의 시험을 보는데, 부진이 누적되면 어려워지니까 초기에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하더라"며 "일제고사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 분명해보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교육청은 시험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일선 학교에 학력 신장에 대한 압박을 주면서 교장과 학년부장을 불러서 토의하고 시험지를 나눠준다면 지시나 다름없지 않나"라며 "더군다나 아이를 부진아로 낙인찍어 두 번 세 번 상처를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대해 중부교육청 관계자는 8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도록 지원 자료를 제공하려 한 것뿐"이라며 "일제히 같은 날에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학력평가(일제고사)와 관련된 것도 아니었다"며 "다만 어렸을 때 조금만 한글 지도하고 셈 지도만 해줘도 되는 것이다. 지원이 필요한 아이를 부진아로 낙인 찍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그런 학생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헤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지도를 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력평가 성적이 낮았다는 이유로 오후 8시까지 5~6학년 학생을 상대로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해 논란을 빚었다.

또 충북도교육청은 오는 9월 실시되는 일제고사(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며 일선 학교에 여름방학을 단축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뿐만 아니라 방학 기간 동안 충북 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보충수업까지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 일부 초등학교에서도 시교육청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한다며 1학년부터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는가 하면, 학력 향상을 위해 초등학교에서 3학년 이상의 수업 시간을 한 시간씩 늘려 비판을 받았다.

"가혹하다"…"아이들을 위한 정책 아니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김명신 공동회장은 "너무 가혹하다"며 "유치원에서 이제 막 올라 온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친구들과 사이좋게 어울리고, 단체 생활의 기본을 배우는 정도가 과업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명신 대표는 "그 학력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하고, 일제고사식 학력만 강조하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교육청에서는 별 뜻 없이 했겠지만, 일괄적으로 평가하면 서열이 매겨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의 정병오 대표는 "한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학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놀이와 겸하면서 흥미를 갖도록 공부에 접근시켜야 하는 단계"라며 "그 학생들을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은 교육 과정하고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정병오 대표는 "아이들을 위한 정책인지, 학교나 교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교육청간, 학교간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교육 과정의 원리와 맞지 않게 하는 부분이 있는 듯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 학력은 시험이 아닌 수업 시간 속에서도 충분히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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