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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이명박 정부, 파시즘 시대 초기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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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이명박 정부, 파시즘 시대 초기 들어서"

인권연대 기념식 격려사 "인권 되찾기 위한 불퇴전의 노력 있어야"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80)가 이명박 정부를 두고 "인권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파시즘 시대의 초기에 들어서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리영희 교수는 지난 1일 서울 종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인권연대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0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집필, 공개 발언을 자제해 온 그는 작심한 듯 현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리 교수는 "이승만 12년 통치하에서 우리는 나름으로 인간다운 권리와 생존을 위한 노력을 했고, 그것이 1세대적인 투쟁이었다"며 "다음은 28년간의 군인독재, 폭력의 시대에서 인권과 시민으로서의 공민권을 찾기 위해 싸워온 투쟁이 제2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행히 그런 긴 역사의 인권 투쟁을 보면 적지 않은 기간에 이루어진 우리들의 희생과 눈물과 슬픔과 그것을 견뎌온 노력으로 해서 이른바 제3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일정한 열매를 거두었다"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합친 10년 동안이 충분하지는 않고 완전하다기에는 아직도 먼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그 전 30여 년 동안의 상태에 비한다면 놀랄 만큼 향상되고 발전하고 훌륭한 열매로서 성숙한 인권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프레시안
그는 "그러던 것이 이제 지난 1년 반 동안 이명박 대통령 통치 시대, 그리고 지배집단의 성격적, 성향적, 정책적, 철학적 차원에서 말한다면 비인간적이고 오로지 물질주의적,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인권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그런 파시즘 시대의 초기에 들어서 있다"며 지금의 한국 사회를 현대 인권사의 제4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제1, 2세대적 무인권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분들은 직접 몸으로 견디며 그 무서운 반인간적인 폭력 밑에서 자기를 인간으로서 꾸준히 보전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그 동안 많은 인권 자의식이 있었던 민주화 운동 선배들이 죽어간 사실을 생각하면 간접적으로 이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후 10년 동안 그런 결과로 이루어진 상당히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인권이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가치와 중요성과 마땅한 모습, 그리고 유지를 위한 집단적인 개개인의 의욕과 운동도 생겨났다"며 "비로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이 인간이 된 것은 지난 10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던 것이 1년 반만에 사회가 또 하나의 역사적 역전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파시즘의 시대에 들어갔다"며 "그러길래 반드시 이루어진 열매 위에 또 하나의 큰 열매가 열리고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우리가 정신만 늦추면 언제든지 역전하는 그런 가능성을 내포하면서 진행해 나가는 것이 우리 인류사의 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물질밖에 모르는, 모든 인간을 생존을 지향하고 목적하고 숭배하여야 할 가치는 돈밖에 모르고 그것을 신격화하는, 그리고 인간이라는 것의 존재 가치가 말살되어 가는, 이러한 정권을 그 많은 40년의 고생 끝에 받아들인 것도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말로 한심한 일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이 체제, 이 정권, 국가적 이념과 지배자들의 철학, 이해관계에 대해 우리 개개인의 인권과 짧은 10년이지만 이룩했던 공민으로서의 권리, 인권과 결부해 되찾기 위한 필사적인 그리고 슬기로운, 불퇴전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80년 전 프랑스에 아직도 못 미치는 대한민국…"권리 쟁취해야"

이어 리영희 교수는 수감 시절 읽었던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1830년 프랑스에서는 그 국가범, 국가사범과 같은 대사건의 범인 장발장을 자베르 형사가 10여 년 추격끝에 잡았는데 영장을 안 가져왔다고 연행을 안 하고, 가슴이 터질듯한 생각에도 방면하고 돌아가서 영장을 다시 가져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 사회에 있어서의 제반 절차, 중요한 범인을 체포하는 일, 사실 영장 없이 잡아도 장발장 정도면 눈 감을 수 있을 텐데도 법 절차를 고려해 놓아준 그 대목을 읽으면서 이것이 프랑스 혁명을 거친 프랑스의 법률이고 경찰이고 사회이고 인간 존중이더라"며 "나는 그때 광주형무소에 영장 없이 끌려가 2년 동안 형무소 살이를 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1980년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헌법에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완벽하게 되어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180년 전 프랑스를 보며 인권과 공민권에 대해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며 "한국에 있는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동물의 법적 대우를 받고 있는가, 인간이 인간다워야 할 민주 사회의 공인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 어떡해야 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리영희 교수는 "두 가지 인권이 있다"며 "하나는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양도할 수 없는 침범당할 수 없는 권리, 천부의 권리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적·사회적 권리로서, 집단 체제에서 부여되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리 교수는 "인간 존재적 인격의 근원적 권리로서의 권리는 일차적으로 당연히 보호하고 획득하도록 우리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며 "그러나 동시에 인간이 집단적으로 생존하는 과정에서 합의, 계약, 법률에 의해 주어지는 사회적, 정치적, 공민적 권리는 반드시 정부에 양도할 수 없는 불가침의 권리는 아니다. 이는 제도와 역사 발전의 단계에 의해서 우리가 쟁취하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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