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중산층과 서민'을 강조하며 '사교육 경감 대책'을 주문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의 정책 방향을 가늠케 하는 제안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안선회 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은 26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린 사교육비 경감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아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7대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안선회 부소장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제시한 '사교육비 절감 종합대책' 구상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목고 선발은 목적에 맞게 자율로…내신 절대평가 도입해야"
이날 발제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안선회 부소장은 긴급대책 중 첫 번째로 "특수목적고 입시에서 내신 반영을 대폭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목고는) '특수분야의 전문교육'이라는 당초 설립 목적에 맞추어 해당 분야 교과 중심으로 선발해야 한다"며 "내신을 반영할 경우에는 외국어고는 외국어와 국어(또는 사회), 과학고는 수학과 과학만 반영해야 하며, 시험 형태는 '지필 고사'를 제외한 채 영어 듣기, 심층 면접, 논술, 입학 사정관 등 학교장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선회 부소장은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에 대해서도 "현재 방식인 선지원-후추첨' 방식으로 선발해야 한다"며 "학생부 심사 또는 지원 자격 제한 등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자율형사립고 신청 접수가 전국에서 이뤄지는 가운데 사립고 사이에서 추첨 방식에 대한 불만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한 반론이다. 그는 "이와 더불어 특목고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공립 개방형자율학교, 기숙형자율학교를 추가로 지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안 부소장은 대학 입학 전형을 두고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내신 반영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며 "고등학교 1학년 성적을 반영하는 것은 배제하는 방법을 권장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시에서 내신, 수능, 논술을 함께 반영하는 총점 위주 전형을 지양하고, 수시는 내신 중심 전형과 논술 중심 전형, 정시는 수능 중심 전형을 하는 방안을 권장한다"며 "현행 내신 9등급 상대평가를 5등급 절대평가로 개선하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로 부풀리기를 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부소장은 "청소년 건강권 보호를 위해 학원 교습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며 곽승준 위원장의 구상을 한번 더 언급했다. 그는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학원비를 공개하고, 부당 학원비 징수 모니터링를 강화해야 한다"며 "탈법행위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두언 "사교육 시장, 두려움 먹고 사는 신종 동력"
이날 토론회에서 정두언 의원은 "19세기 아동 노동에 비견되는 인권 침해 사례이고 잔인한 가정 파괴 현장"이라고 사교육의 폐해를 강조하며 "사교육 시장은 우리 아이만 뒤쳐질 수 없다는 두려움을 먹고 사는 신종 동력"이라고 지적했다.
'심야 학원 교습 금지'를 주장하며 교육부 등과 각을 세우고 있는 정 의원은 이에 앞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시·도 조례로 규제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중앙정부에 직접 규제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원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어떤 압박이 있을 수 있지만 국가 정책을 개개인의 사정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작용으로 고액과외 등의 활성화 가능성에 대해 정 의원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면 안된다"며 "신고포상제를 하면 얼마든지 단속할 수 있고, 국세청을 통해 탈세조사를 하면 리스크가 커서 활성화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교과부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완강해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정두언 의원 쪽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여의도연구소는 이날 토론 결과를 토대로 사교육 대책 보고서를 만들어 당 지도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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