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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엉터리 경제학'은 파멸의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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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엉터리 경제학'은 파멸의 전주곡

[의제27 '시선'] '성장친화형 진보'의 비정규직 해법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기한이 다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연장하자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배려가 갸륵하다. 이에 맞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원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노동계와 민주당의 주장이 팽팽하다. 누가 더 노동자를 생각하는 것인지 일반 노동자의 입장에서 가늠하기 쉽지 않을 듯싶다.

필자가 배운 경제학 원리에 의하면 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은 얼핏 보기에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는다.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가뜩이나 임금도 높은데 경제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을 강요한다면 기업의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 기업이 문을 닫으면 결국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고용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이라도 일하고 싶어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에서 오류를 찾기 힘들다. 경제학 교과서에 따른 타당한 주장이니,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이해할 만하다. 노동 전공이 아닌 필자 역시 성장친화형 진보에 대해 고민하기 전이라면, 이 논리의 맹점을 쉽게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엉터리 논리에 빠진 2MB

그러나 이 매우 상식적인 경제학 논리는 조금만 현실을 쳐다보면 금방 무너져 버린다는 것을 쉽게 깨닫게 된다. 그러면 이렇게 좋은 비정규직을 왜 다른 나라에서는 환영하지 않는 것일까? 한국의 재계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에 의하면 경제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노동의 유연화와 비정규직의 양산이 왜 한국에서만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저 유럽 국가들은 경제학을 몰라서 노동자에게 엄청난 정부 보조금을 주고 있는 것일까? 그 나라들은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깊기 때문이라고 둘러대는 보수파 인사들도 있지만 이것 역시 정확한 진단은 아니다. 왜냐하면 유럽연합에서는 이구동성으로 노동에 대한 지원이 가장 많은 덴마크를 본받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덴마크의 강력한 노동지원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유럽의 대부분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노동시장이 극단적으로 경직적이라면 다른 나라와는 달리 어느 정도 유연화를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면의 전문가인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은 탄력성, 조정속도, 변동성 등에서 미국보다 유연하다. 유럽에 비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니까 OECD 국가에서 최고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자랑하는 국가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지고지선의 목표로 삼는 기이한 정부를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미국에서조차 진보적인 크루그먼 교수나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인 사무엘슨 교수나 심지어 자유무역론자인 바그와티 교수를 막론하고 모두 노동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지원을 주창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고 유연화만을 강조하는 이 정부의 행동은 경제학 교과서를 피상적으로 공부한 무식의 소치든지 아니면 국민들이 어떻게 되든 말든 오직 부자와 재벌만을 감싸고도는 습관적이고 퇴행적인 사고의 또 다른 발현현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비정규직 양산은 한국경제 몰락의 길

그러면 비정규직을 줄여야 하는 진정한 경제적 논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비정규직을 통한 노동의 유연화나 저임금을 가지고 외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임금이 현재의 1/5 이나 1/10 수준으로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상상해 보자. 비정규직법 개정을 통해서 노동시장이 조금 더 유연화된다고 그리고 그런 유연성을 통해 임금을 조금 더 낮춘다고 경쟁력이 살아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저기 중국을 보라. 지금 농촌에 언제라도 공장에 가서 일하고자하는 수억명의 노동자가 있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임금을 감수하고서도 일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비정규직법 개정 정도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지금 비정규직 양산을 주장하고, 최저임금을 낮추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최종 목표는 우리 노동자의 임금을 중국 노동자의 임금과 같게 만드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프레시안

따라서 피상적인 경제원론 지식에만 의존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집권이 계속되는 한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임금 역시 마찬가지로 떨어져야 한다. 우리 노동자들의 임금이 현재의 1/5 수준 이하로 떨어지고, 조선족 파출부를 우리 여성 노동자들이 대체하기 전까지 그들은 끊임없이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임금의 인하를 주장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과 '프랜들리'한 재벌의 노동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노동자들을 전부 빈곤선 밑으로 떨어뜨려야 만이 그들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다.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양극화는 심화되어야 하고, 노동자들은 철저히 빈곤층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이것은 결국 내수를 초토화시켜 극소수 재벌과 그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한국경제 전체가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히 한국경제 파멸의 전주곡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

노동자여, 깨어나라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 그런 논리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들은 '4대 강 준설'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업, 한번 시작하면 도저히 회복하기 어려워 대대손손 부끄러울 환경파괴를 위해서는 수십 조 원을 쓸 용의가 있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한 푼이 아깝다는 것이다. 그렇게 돈을 쓰기 보다는 비정규직법 개정을 통해 기업들이 더 자유롭게 비정규직을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그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하는 방식이다.

그들의 목적이 그러하기에 정부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재계에서 최저임금 인하를 들고 나왔다.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지금 우리의 최저임금은 중국 노동자의 임금에 비해 너무 높다. 그 임금으로 어떻게 중국기업과 경쟁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그들의 목적이 명백해 지지 않았는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더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최저임금을 더 내리려고 할 것이다. 지금 OECD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으로 유연한 노동시장을 더 유연화하겠다는 정부인데, 이번 비정규직 개정 후에 만족하리란 보장은 없어 보인다.

성장친화형 진보의 노동정책

자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춰서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는 정부는 없다. 최소한 민주주의 국가에선 불가능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듯하다. 대신 그들은 노동자를 지원해서 그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선택했다. 노동자를 지원해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만전을 기울였다. 이것이 바로 덴마크 유연안정성의 핵심이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그럴듯한 국가의 정부들은 대부분 지향하고 있는 정책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정책이다.

노동자를 모두 박지성 선수와 같이 '다기능인간'으로 만드는데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그런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기업의 전략적 유연성이 높아진다. 다기능 노동자의 선택권이 늘어남으로 인해 노사간 마찰도 최소한으로 줄어든다.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아져 더 이상 중국 노동자와 임금경쟁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노동자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임금이 높아져 내수가 튼튼해지는 경제를 만드는 전략이다.

반면 비정규직이 나쁜 이유는 노동자가 소모품처럼 취급되어 기술을 축적해 생산성을 높일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내일 그만 둘 사람을 데려다 돈 들여가며 교육훈련시킬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한국 노동자의 생산성은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그들이 원하는대로 시장원리에 의해 임금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과 아울러 이들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

성장친화형 진보의 노동정책은 간단하고 효과적이다. 정부의 기업에 대한 지원을 노동자를 통해서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현재 정부가 기업에게 제공하는 모든 지원을 일자리와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특히 노동자들의 안정적 고용과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교육 훈련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지원금에 크게 의존하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최저임금을 인하하라는 요구에 동참하는 기가 찰 일은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튼튼한 경제논리에 입각해서, 이미 검증이 끝난 정책을 통해, '함께 번영하는 경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성장친화형 진보'의 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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