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정점식 부장검사)는 24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71) 의장과 이경원(43) 사무처장, 최은아(36·여) 선전위원장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특수 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다.
검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규재 의장 등이 2004년 11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통일부에서 방북 또는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받아 금강산과 중국 베이징 등을 방문해 현지에서 북한 통일전선부 공작원과 접촉하면서 지령을 받아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들이 2003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화나 이메일, 웹사이트 등을 통해 범민련 공동사무국 사무부총장 박모 씨 등과 북측본부 총회 결정서와 반미 투쟁 동향 등 '대북 보고문'을 주고받은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기관지 <민족의 진로> 등을 통해 핵실험 이슈 등에 대한 북한 입장을 옹호하고 주체사상·선군정치를 미화했으며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이적 표현물을 제작·반포·소지한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들이 '북한의 핵보유를 선전할 것', '미군 철수 운동 기간을 설정해 투쟁할 것' 등과 같은 지령을 수행했고 범민련 소속임을 숨기고 합법적 교류를 가장해 공작원과 접촉하는 등 남북 교류 협력을 '조직 활동의 장'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7일 체포된 이규재 의장 등 3명은 국가보안법 3∼10조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는 이유로 세 차례 구속 기간 연장이 이어졌다. 이들은 오는 25일 구속 만기를 하루 남기고 기소됐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경찰청과 함께 오랜 기간의 내사를 거쳐 지난 2월 말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며 "범민련 남측본부 핵심 간부 80여명과 기타 이적단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표적수사, 이념적 낙인, 공안정국의 부활"
이에 대해 범민련 측 공동변호인단을 꾸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과연 남측 범민련이 북측 범민련의 산하 조직인지, 교류 협력과 회합 통신의 경계는 무엇인지, 일부 주장이 북한 주장과 동일·유사하다고 하여 곧바로 이적단체로 할 수 있는지, 자유로운 논의에 따른 결론을 지령으로 볼 수 있는지 등 의문이 없지 아니하나, 엄밀한 사실관계와 더불어 법리 문제는 나중에 법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민변은 "검찰이 밝힌 바 대로, 피고인들은 2004년부터 수차에 걸쳐 북한과 중국 등지에서 북측 관계자를 만나왔다"며 "그러나 남북교류협력법 등에 의한 소정의 입북, 교류 승인 절차를 거쳐 북한 민간 교류 관계자들은 만나왔고, 국정원 등 관계당국 또한 이메일 압수 수색, 공개된 범민련 홈페이지 검색 등을 통해 충분히 사전 인지하고 있었으며, 특별하게 새로운 범죄 사실은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그럼에도 굳이 수년, 수개월이 지난 이제야 굳이 구속기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며 물은 뒤 "그 동안 '준비된 피고인'에 대한 직무 유기인가, 아니면 산발적이었던 공안정국의 화려한 부활인가"라고 물었다.
또 민변은 "이들이 대법원이 말하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등을 해할 만큼 권력 분립을 부인하고, 폭력 내지 무장봉기로써 헌법기관을 파괴,전복하려 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또 가능한 방식을 모두 동원한 당국의 수사 방식을 볼 때 최근에 문제되고 있는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 '먼지 털이식 수사'가 아닌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또 검찰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피의사실 공표를 하면서 다분히 여론몰이를 통한 '이념적 낙인'을 통하여 사법부를 압박하고, 사법부를 공안정국의 도구로 이용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며 "과거 유신·긴급조치 시대의 악몽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우리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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