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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검은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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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검은 동맹'

[복지국가SOCIETY] 후안무치 검찰과 철면피 언론

인권 침해 논란 낳은 PD수첩 기소, 브레이크 없는 검찰의 무한질주
 
'분노와 자괴 그리고…절망감'. 요즘 심정을 표현하라면 딱 이렇다. 분노는 이 나라 검찰의 브레이크 없는 후안무치의 질주 때문이다. 자괴는 어디서 오는가? 언론 때문이다. 이런 검찰의 행태를 꼬집기는커녕, 한술 더 떠 광대놀음을 벌이는 마당이니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어찌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미네르바 구속에 이어 문화방송 <PD수첩> 제작진 기소로 이어져온 자칭 '대한민국 검찰'의 잇따른 시대착오적 행위, 그것은 '법을 가장한 폭력'이었다. 헌법마저 거스른 행위란 비판마저 나온다. 헌법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물론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의 이메일 공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란 지적도 있다. 이 법은 제11조에서 감청 기록을 제3자에게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PD수첩> 제작진 기소 이유에서 악의적인 명예 훼손이라고 했다. 여기서 악의의 기준이 뭔가? 그리고 이를 누가 판단하는가? 그렇다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들도 따져보면 악의적인 것으로 보고 기소할 수도 있지 않겠나? 엄연히 사적인 내용인 이메일을 보란 듯이 공개하는 검찰을 도대체 인권을 보호하는 법의 보루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국민의 검찰이 맞나?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PD수첩 제작진이 형사 처벌을 받아야 된다면, 아레사 빈슨에 대해 보도했던 미국의 모든 언론과 병인에 대해 예측했던 모든 의사들이 다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검찰 행위의 부당함을 비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어제 <PD수첩> 명예 훼손 건과 '용산 참사' 등의 수사를 지휘한 '공안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발탁했다. 아득하고 암담할 뿐이다.

하긴, 법을 수호해야 할 이들이 헌법마저 만신창이로 만들어 쓰레기통에 처박아 넣은 게 어제 오늘의 일이던가? 군사독재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2009년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 의원들조차 잘못됐다며 검찰을 쏘아붙이는 이유를 검찰은 물론 청와대도 깊이 곱씹을 일이다.

솔직히 검찰을 준엄하게 꾸짖기만 하기엔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부끄럽다. 방송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이메일까지 공개해 '불온의 딱지'를 붙이는 검찰의 행위를 나무라지는 않고, 이를 고스란히 '받아쓰기'도 모자라 '언론 소비자 주권 운동 단체' 대표의 과거 이력을 파헤쳐 그를 엄청난 '범법자'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언론이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 이른바 수구 언론의 이러한 몰지각한 행위를 두고, 같은 언론인으로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하고 '검찰의 기관지'를 자임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쯤이면, 자괴를 넘어서 절망감마저 들게 된다.

염탐꾼과 감시자로서의 언론, 도대체 무엇이 허위 보도인가?

▲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회의실에서 정병두 1차장검사가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언론이란 본디 양날의 칼이다. 말이 그렇듯, 글도 마찬가지다. 쓰임에 따라 사람을 해칠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그러하기에 절제와 신중함, 냉철한 이성은 언론인이 갖춰야 중요한 덕목이다. 특히, 이성을 잃은 보도는 검찰의 먼지털이식 저인망 수사처럼 또 하나의 피를 부르는 살인 무기가 되기 십상이다.

요즘 일부 언론의 행태는 딱 그 모양새다. 개인적으로도 솔직히 날이 갈수록 자판을 두드리기가 무섭다. 하지만 글(기사)은 또한 언론인으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래서 아마 사후 세계가 있다면 대규환지옥에 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거짓말을 한바탕 늘어놓은 이들이 쉼 없이 고통 받아 울부짖는다는 그 대규환지옥, 아마 그곳에 가면 기자들에게 폭탄주를 돌리던 그 시절의 '검사'들도 만날지 모르겠다.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은 언젠가 함께 한 술자리에서 기자란 직업을 두고 '염탐꾼'이라고 정의했다. 기자 출신인 그는 언론인의 속성을 이곳저곳을 두루 염탐해, '얘기되는' 사건, 스토리, 상황 등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찾은 것이다. 그렇다. 언론인이란 모름지기 이런저런 동네방네의 새 소식을 전달하는 게 주 임무이니 그럴듯하고 재밌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 전달이나 염탐만이 언론의 속성은 아니다. 그것으로만 언론이 제 구실을 다했다고 여기는 이는 많지 않다. 영국 <가디언>의 논설위원이자 세계적인 칼럼니스트인 폴리 토인비는 몇 년 전 필자와의 만남에서 세상사에 대해 가장 먼저 논평을 하는 이가 언론인, 언론이라고 했다. 뉴스를 보도하되 '옳고 그름'을, '가짜와 진짜' 등을 따지는 게 기자며 언론이라는 논지였다.

언론을 두고 '제4부', 나아가 '무관의 제왕'이란 말을 하는 까닭은 바로 '감시견'으로서 언론의 구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문화방송 <PD수첩> 제작진은 이런 감시견으로서의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다소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제작진은 완전무결한 신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당시 얼마나 졸속적 협상을 했는지는 협상 내용을 수정한 것과 대통령의 사과 등에서 이미 충분히 방증됐다.

도대체 PD수첩 제작진은 어떤 허위 보도를 했고,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단 말인가? 검찰의 설명으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따라,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와 광우병의 관계를 따져보는 게 허위보도인가? 미국은 지난 3월 다우너 소에 대한 도축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광우병 예방을 위한 조처라고 미국 농무부가 명시했다.

한 전문가는 허위 사실을 유표한 쪽은 오히려 정부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끝낸 뒤, 미국과 일본, 대만도 조만간 수입 조건을 한국과 비슷하게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전혀 그런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진행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인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데 있다. 이는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부정과 같다. 도대체 세계의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 종사자가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해서 기소를 당하는 일이 있었던가?

미네르바에 이어 <PD수첩> 기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검찰과 권력이 추구하는 것은 명예 훼손에 대한 대응이 아닌 비판자(비판언론)들의 입을 틀어막자는 게 아닐까?

비판자들에서 자신들은 제외돼 있다며 만면의 웃음을 띠는 또 다른 언론들, 이른바 '수구 언론'은 마냥 희희낙락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오늘의 이 기소가 부메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진정 이를 모르는지? 자괴감과 절망감에 더해 답답함마저 밀려온다. 불편하고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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