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관계가 국제 문제로 비화되는 데에 일조했던 부산 ILO(국제노동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 연기사태에 대해 ILO가 고위급 방문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은 지난 8월말 양대 노총이 ILO 지역총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조사단 파견'을 요청한 것을 ILO 측이 부분 수용한 데에 따른 것으로 파국 상태인 노·정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ILO 고위급 방문단, 3박4일간 방한**
7일 노동부와 양대 노총에 따르면, ILO측은 최근 정부와 양대 노총에 전화로 타피올라(Tapiola) ILO 사무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3명의 고위급 방문단(high-level visit)을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3박4일간 파견키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이번 고위급 방문단은 ILO 지역총회 연기 요청의 배경을 확인하는 것 외에 우리의 노·정 관계 갈등 양상을 포괄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주요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ILO 측은 이번 방문의 의미를 ILO 지역총회 연기 사태에 대한 '조사'에 한정하는 것을 꺼려 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는 우리의 노사정간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지원활동이라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양대 노총은 당초 '고위급 조사단' 파견을 ILO 측에 요청했지만, ILO 측은 (양대 노총의 요구는) 매우 정치적인 요구라고 판단해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이번 방문단의 핵심은 노사정간 사회적 대화의 활성화 지원에 맞춰졌다"고 덧붙였다.
***부산 ILO 지역총회 연기 배경의 조사가 목적인 듯**
하지만 노동부의 이같은 설명과 달리 이번 ILO 고위급 인사 방문은 ILO 지역총회 연기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방문의 계기가 양대 노총이 ILO 지역총회 연기를 선언하면서 '조사단 파견'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양대노총은 "노·정 관계가 파탄 난 상황에서 국제 행사는 의미가 없다"며 "ILO 측이 직접 방한해 우리의 노·정 갈등의 수준을 확인해달라"는 논리를 전개했었다.
또한 ILO 가 고위급 인사를 주축으로 하는 방문단을 특정 사안에 파견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도 ILO 지역총회 연기 결정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년 동안 ILO가 고위급 인사로 구성된 방문단을 파견한 사례가 없다"며 "ILO 지역총회 연기 사건이 이번 방문단 구성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국제부장도 "ILO 방문단이 한국에 파견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ILO가 현재 한국의 노동현실과 노정 관계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노사정이 동일한 지분을 갖고 운영되는 의사결정구조에 비춰, ILO가 비록 양대 노총의 요구대로 '조사단 파견'이란 명칭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ILO 지역총회 연기 요구의 원인을 추적하는 데에 이번 ILO 고위급 방문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방한 결과 보고서, 오는 11월 ILO 이사회에 제출**
한편 이번 ILO 고위급 방문단의 방한 성과에 따라서 연기된 부산 ILO 아·태 지역총회에 대한 ILO의 판단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ILO는 지난 9월 부산 ILO 지역총회 개최 연기를 결정한 이후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개최지 변경 여부 등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이후 작성될 ILO 고위급 방문단의 방한 결과 보고서는 향후 ILO의 부산 지역총회 개최지 변경과 개최 일시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도 이와 관련 "고위급 방문단의 방한 결과 보고서는 오는 11월 ILO 이사회에서 주요한 참고자료로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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