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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님, 배고파서 개밥·벽지 먹어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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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님, 배고파서 개밥·벽지 먹어봤나요?"

중증장애인 8명, 자립 생활 요구하며 노숙 농성…"같이 삽시다"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방상연(38) 씨는 그의 나이 열 살 때 처음 장애인 시설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제때 밥이라도 먹여주는 시설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방 씨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창 많이 먹을 때, 밥의 양을 조절하는 것부터 곤욕이었다. 시설 측은 많은 이들이 먹는 밥의 양을 통제했다. 먹여주기도 힘들고, 대소변 처리하는 것도 힘들다는 이유였다. 방 씨는 늘 배고팠다.

배가 고파서 개밥, 나무, 벽지, 비닐도 먹었다. 공식적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날은 1년에 한 번, 어린이날 뿐이었다. 그는 "우리가 고아니깐, 우리 뒤에 아무도 없으니깐 막 대했던 것"이라며 "당시엔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년을 넘게 생활해오던 요양원을 지난 4일 나왔다. 그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그와 함께 생활했던 중중장애인 7명도 함께다. 그는 "솔직히 농성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엉덩이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즐겁다. "통제가 없는 농성 생활이 즐겁다. 이곳에는 시설에는 없는 자유가 있다."

▲ 100인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증장애인. 그의 목에는 그가 왜 시설을 반대하고 자립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프레시안
시설 나온 중증장애인 8명 노숙 농성…서울시장에게 자립 주택 등 요구

20여 년간 시설에서 살아온 중증장애인 8명이 노숙 농성을 진행 중이다. 배상연 씨도 그중 한 명이다. 8명은 다시는 시설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서울시장에게 자립 주택, 탈시설 계획 수립, 활동 보조 서비스 제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17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공동투쟁단, 석암재단생활인인권쟁취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혜화동 로터리 앞에서 탈시설 자립 생활 권리 쟁취를 위한 100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설에 살았던 장애인이 이른바 '시설 보호'를 거부하고 자립 생활을 선택했지만 이전할 거주지가 없어 결국 노숙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장애계의 탈시설 권리와 자립 생활 권리는 이미 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상에 보장되어 있지만 현실은 이렇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사회는 장애인 보호와 자선이라는 미명하에 장애인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는 늘 예산 부족을 핑계 대며 우리에게 평생 기다리라는 말만 한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목하며 "중증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자립 주택을 제공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시장은 2008년 12월 24일 장애인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탈시설화 정책 방안과 관련해 서울시의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니 그 결과를 보고 중앙정부와 협의한 후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에 "오세훈 시장은 지금 당장 우리의 면담 요구를 수용하고 본인이 약속한 탈시설-자립 생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 100인만이 아닌 36만 명의 서울시 장애인 모두의 요구"라고 압박했다.

▲ 17일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 모인 중증장애인들은 서울시장에게 탈시설 및 자립생활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범죄자도 아닌 우리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용기 공동대표는 "14일 동안 노숙 농성을 하는 동안 시청 관계자는 '왜 나와서 고생을 하는가. 다시 시설로 돌아가라'고 말할 뿐이다"며 "시설에서 살기 싫어 나온 우리들에게 다시 시설로 돌아가라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그는 "내 삶을 내가 관리하고 통제하고 싶다"며 "그렇기에 주거권도 없이 자유를 찾아 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회장은 "우리나라 교도소에 약 3만 명 정도의 범죄자가 갇혀 있다"며 "장애인 수용 시설에 갇혀 있는 장애인도 약 3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인 시설, 정신보건 시설 등까지 합하면 10만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며 "범죄자도 아닌 우리가 이런 대우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물원에 갇힌 짐승을 보며 불쌍하다고 하면서 시설에 갇힌 장애인을 보고는 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장애인은 죽을 때까지 갇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도대체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모인 100여 명의 장애인들은 기자회견 이후 '탈시설-자립 생활 거리 문화제'를 1박 2일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 측은 문화제가 불법 집회라며 이를 막았고, 이 과정에서 경찰에 항의하던 장애인 단체 회원이 연행됐다. 결국 문화제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또 기자회견 직후 100인의 편지글을 오세훈 시장의 공관에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경찰과 마찰이 빚어져 한 명의 장애인 단체 회원이 연행됐다. 이들은 18일 집회 불허와 의도적인 행사 방해 등을 근거로 혜화경찰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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