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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삽질 원없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있소"

[기자의 눈] '이명박 세대'의 탄생을 기대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정비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기존 16조9000억 원에서 22조20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을 놓고 "숫자도 하나 못 맞추느냐"고 장관들을 질타했다. "예산이 더 커져 보여 이 사업의 반발 여론에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 사업이 상당한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할 사업이라면 늘어난 예산을 불편해할 이유는 뭔가? 꼭 필요하다면 22조 원이 아니라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추진해야 하는 게 나랏일 아닌가?

전투기 한 대 값만도 못한 공공 도서관 책값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지난 4월 지방의 한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도서관 사무실마다 정리 안 된 책이 곳곳에 쌓여 있어서, 우리나라 도서관도 이제 정리할 손이 모자랄 정도로 책을 많이 구입하나 싶었다. 그러나 사정은 딴판이었다.

"올해 도서 구입 예산을 상반기 중에 다 쓰라고 해서 이 모양이랍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삽질'에 열중하는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도서관의 현실은 참담하다. ⓒ뉴시스
이른바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도서관에도 불똥이 튄 것이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마침 출판계 소식을 전하는 <기획회의> 최근호(249호)는 공공 도서관의 도서 구입 실태를 놓고 현장 사서의 목소리를 싣고 있다. 그들이 털어놓은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책 구입을 조기 집행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보면 대단히 후안무치한 개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1년의 농산물인데, 이것을 조기에 한꺼번에 사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 "저희는 예산 담당자와 협의를 해서 도서 구입은 예외로 두었습니다. 예산 담당자는 책이 연간 꾸준히 발행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전국의 상당수 도서관은 예산이 없어서 하반기에 나온 책을 구매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공공 도서관의 도서 구입 예산은 650억 원 정도다. 앞서 한국 정부는 F-15 전투기를 1대당 1270억 원에 구매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의 탄식처럼 "전국 607개 도서관의 도서 구입 예산이 전투기 한 대 값보다 적다."

심각한 일은 또 있다. 일부 공공 도서관은 이렇게 턱 없이 모자란 도서 구입 예산도 버거워한다. 책을 정리할 사서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서관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서관의 경우 사서 1인당 정리할 책의 수가 연간 2만6153권이나 된다. 여건이 좀 나은 교육청 산하 도서관의 경우에도 1인당 정리할 책의 수는 1만2915권이나 된다.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도서관 사서는 책 정리만 하는 게 아니다. 쏟아져 나오는 책 중에서 양질의 책을 골라 도서관에 구비하고, 더 나아가 시민이 좋은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도록 갖가지 도움을 준다. 책 정리 하나도 버거운 현실에서 이런 역할을 사서에게 기대할 수 있을까?

'이명박 세대'의 산파 역할 왜 못하는가?

그간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하는 4대강 정비 사업을 놓고 수많은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안타깝지만 이런 도서관을 둘러싼 답답한 현실을 비춰보면, 이 사업의 문제는 더욱더 또렷해 보인다. 만약 이 사업에 들어갈 예산을 멀쩡한 강을 파헤치는 대신 전국의 도서관을 거점으로 하는 문화·정보 인프라를 만드는 데 쓴다면 어떨까?

결론만 말하자면, 이 대통령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부분만 부각하자면, 그 문화·정보 인프라 속에서 성장할 이른바 '이명박 세대' 중에는 분명히 <해리포터> 시리즈에 버금가는 문화 상품을 생산할 작가도 나올 것이고, 닌텐도 뺨치는 게임기를 만들 엔지니어, 디자이너도 나올 테니까. 이 대통령은 틀림없이 '이명박 세대'의 성공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더구나 이 사업은 이 대통령의 이른바 '삽질 본능'까지 만족시킬 수 있다. 도시, 농촌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에 도서관을 짓겠다는데, 그런 삽질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원하는 대로 삽질을 하면서도 예산도 마음껏 부풀릴 수 있는 이 쉬운 방법을 이 대통령은 왜 외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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