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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기 vs 강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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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기 vs 강 죽이기

[의제27 '시선'] 4대강엔 22조, 출산지원엔 1200억

지금 이 땅에는 수많은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서거한 노무현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타살과는 또 다른 의미의 죽음, 즉 사회적 타살이라 명명되는 수많은 죽음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 자체는 아니라 해도, 그러한 죽음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수많은 민초들의 삶이 우리 주변에는 현재 만연하고 있다.

우선 취학연령기의 학생 16명 중 1명은 결식아동이다. 거기에 18살 이하의 아동 6명 중 한 명은 빈곤하거나 집에서 부모가 반갑게 맞이해 주지 못하는 상황으로서 방임 또는 방치되는 상황으로 간주된다.

15가구 중 한 가구는 해제가정이고, 그 대표적인 유형이 한부모 가정인데, 특히 여성이 가구주인 경우 3가구 중 한 가구는 빈곤상태이다.

장애인 3명 중 한명은 실업자라서 스스로의 자립적 삶은 완전히 불가하다. 65세 이상의 노인분들의 생활에 있어서는 2 가구 중 한가구가 노인들만으로 유지되는 가구라서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경우 이를 도와줄 손길이 절실하다. 그런데 10명의 노인 중 한명은 침상에 누워있어야 하는 와상노인이다. 60세 이상의 노인 가운데 공적인 연금제도를 통해 소득이 보장되는 경우는 10명에 한 명꼴도 되지 않는다.

결국 총체적으로 우리 사회는 인구의 10사람 중 한사람을 소위 '사각지대'의 빈곤층으로 두고 국가나 사회로부터 별다른 지원책 없이 알아서 빈곤의 늪으로 빠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몹쓸 사회의 모습을 갖고 있다.

이렇듯 빈곤과 맞닿은 삶은 서서히 스스로 그리고 주변까지 파괴해가며 갉아먹힌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방비되고 건강한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보살펴져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우리 사회 때문에 그들의 삶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그런저런 이유로 우린 OECD 국가중 최고의 자살율을 자랑한다. 2시간이 지날 때마다 우리 주변 어디에선가 3명은 자신의 목숨을 끊고 있다. 연간 1만명에 다달아 삼풍사고가 20번이나 더 나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타살로 가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청소년은 12명 중 한명이 가출하고 있고, 그들이 대학까지 졸업해도 역시 12명 중 한명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또한 직장을 구한다해도 세 명 중 한 명은 비정규직이다.

우리 주위에 80명 중 한 명은 이미 우리 국적이 아니거나 아니었던 외국인 출신이지만 그들은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이다. 소외와 인권유린의 대상이기 십상이다. 이런 소외의 대상으로 에이즈환자, 동성애자, 노숙자, 정신장애인..... 무수히 많은 집단들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이런 극단 상황의 계층만이 문제는 아니다. 소위 중산층이라고 하여도 자신의 삶이 단말마적이라도 생각되기는 피차일반이다.

비록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이 있다해도 이들의 삶이 자식들에 대한 교육과 양육, 가족들의 질병이나 와병상태 등에 대한 부양, 자신의 노후대비와 주거문제 해결 등등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생활을 겨우 연명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다지 나을 것도 없다. 자식의 교육과 주거, 두가지만을 위해 소득의 1/3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것은 일본 국민들에 비해 5배나 더 높은 비중이다. 우린 그만큼 생활에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어느날 덜컥 본인이 병을 얻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해고통지서라도 받는다면 자식의 교육도, 부모의 봉양도, 자기 자신의 노후도 모두 물거품이 되는 아찔한 외줄타기 인생임을 직감하면서 살고 있다.

바로 이러한 군상(群像)의 모습들이 50년간 우리 윗세대들이 피를 흘리며 지켜온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50년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오로지 경제만을 위해 올인해 온 것치고는 너무도 허망한 결과이다. 선진국을 위해 발버둥을 친 결과로서도 너무나 배반적이게도 야만적이다. 부끄러운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 보건복지부와 유명 백화점의 출산장려 캠페인 행사 모습. ⓒ연합뉴스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당장 아이를 낳은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의 문제나 이후 양육의 문제만이 걱정은 아니다. 여성으로서 출산 전후 그리고 육아의 전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과 피해는 일일이 따질 수 없다. 당장 직장여성에게 있어 출산은 사회생활의 끝이라 여겨질만하다. 출산에 따른 3개월의 휴직, 제대로 아이를 키워보자고 육아휴직을 하고 나면 그녀는 승진의 대상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결국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갇힌 삶이 되고 매일 매일 출근 전과 출 근후의 생활에서 육아의 전과정을 감당하다보면 자식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원망에 의해 어느 사이 실종되고 만다.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면, 홑벌이가구의 삶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움을 너무도 잘 안다.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지난 9일 정부는 매우 호들갑스럽게 '아이낳기좋은세상 운동본부'를 만들겠다 하면서 종교계, 시민사회, 경제계, 정부 4자간의 협력을 선언하고 행동선언을 하였다. 급조된 것이라 그 실천의지가 의심스런 '보여주는 행사'임을 모를 수 없다. 오랜시간 치열한 논쟁과 고민을 통해 도출되는 사회적 합의와는 거리가 멀기에 이것 역시 지금 우리사회에서 유행하는 또 하나의 복고풍이라면 그저 씁슬히 웃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각종 수사적 표현들이 갖고 있는 기만적인 내용을 보노라면 단지 웃음에서 그칠 수 없는 묘한 분노가 밀려온다.

정부가 내놓은 국가의 대국민 약속이란 것의 다섯가지 내용을 보기로 하자.

우선 그럴듯한 시작말은 좋다치자.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하여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여 보다 편안하게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다음으로 제시되는 구체적인 약속으로는 다음의 문장이 이어진다.

"1. 자녀를 갖고 싶어하는 가정은 누구나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산전검사비용과 난임부부에 대한 시술비 등을 확대 지원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체외수정 시술비의 평균에 대해 2012년에나 100%를 지원하고 일반 산모들의 사전검사료는 현재 20만 원인 지원비를 2012년에야 '대단한' 금액인 50만 원까지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뒤따른다. 한해에 40만 명 정도의 산모에게 30만 원씩 추가로 지원하기 위해 들어가는 1200억 원을 만드는데 3년이나 준비하겠단다. 실제 출산에 들어가는 제왕절개, 각종 입원비, 간병비까지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데에는 아마도 30년이 걸려도 안될 일임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 아닌가 모르겠다.

"2. 자녀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영유아 보육료 및 교육비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맞벌이 가구 및 두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지원폭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하위소득 80%까지 보육료 전액지원을 2012년에 달성하겠다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맞벌이 가구나 두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지원폭은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이 없다. 그저 "확대해나가겠다"의 의미가 전부다. 그러나 보육부문의 핵심은 공보육과 무상보육, 두가지이다. 지금처럼 시설의 95%가 민간보육시설이고, 그러다보니 보육시설의 분포가 균형적이지 않아 접근성에 차이가 있는 상황하에서는 전액지원의 효과가 오롯이 나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표준보육료 외의 각종 부담이 속출하고 있고, 또한 보육료 바우쳐를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는 상황에서 전액지원은 실질적인 무상보육의 효과와는 전혀 다르다.

"3.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 모두가 자녀양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근무시간을 단축 할 수 있는 근무형태 확산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직장여성의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 등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이에 대한 실행방안으로는 일·가정 양립형 단시간근로형을 개발하고 노무비용 일부를 지원하여 이들을 채용하도록 하겠단다. 또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 등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한단다. 이것으로 일과 가정이 양립한다고 보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기업이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오로지 이윤추구의 방편으로 보면서 비정규직만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회복될 수 없이 치명적으로 노동시장으로부터의 탈락을 부채질한다. 한번 탈락하면 다시 재진입을 하기도 어렵거니와 성공해도 결국 기다리는 일자는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단시간근로모형을 확산시키겠다는 것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부채질하겠다는 것이며, 컨설팅 지원으로 기업들이 근로형태를 유연화할리도 만무다. 결국 기업들이 알아서 하는 '선처'를 바라겠다는 것 외에는 없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한 임금보전, 육아휴직의 아버지 사용기간 의무화, 유한킴벌리식 평생학습조직으로의 전환, 육아휴직 후 업무복귀시 무료 학습 제공 등등의 적극적인 정책을 참여정부 시절 그렇게 많이 개발해 놓았지만 이미 '노무현 지우기'와 함께 지워버린 정책인 모양이다. 영혼없는 관료들의 한심함을 또 한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4. 자녀를 키우는 가정의 주거안정을 위해 다자녀가구에 대한 주택 특별공급 및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비율을 높여나가겠습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3자녀 이상 다자녀 가정에게 할당하는 공급량을 공공주택의 경우 3%에서 5%로,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3%에서 10%로 확대한단다. 그러나 미분양아파트가 속출하고 있고, 국민임대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의 효과는 미지수다.

결론적으로 저출산에 대해 커다란 정책적 전환을 만들어보겠다는 이 정부의 야심찬(?) 선언만 보아도 사람을 살리겠다는 철학은 지극히 빈곤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전날 정부는 4대강 살리기를 위한 예산으로 총 22조2000억 원의 예산을 투여한다고 선언하였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강에는 22조를 쏟아부으면서 죽어가는 대한민국의 민초들을 위한 예산은 단 1200억 원도 일거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정부의 발상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있는가?

"옛말에 '아이는 자기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난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이명박대통령의 언사가 자신의 평소 소신이고 생각인 한, 국가가 사람을 살리고 키워야한다는 이 시대 최고의 과제는 실현가능성이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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