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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 MB, 주연 : 검찰, 배급·마케팅 : 보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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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 MB, 주연 : 검찰, 배급·마케팅 : 보수언론"

盧 전 대통령 서거, 검찰과 언론의 책임은?

"연출 : 이명박 대통령, 주연 : 검찰, 배급·마케팅 : 보수언론."

민주당 최문순 의원의 주최로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언론의 책임을 묻다' 토론회에서 천정배 의원은 축사를 통해 이와 같이 말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권력기관의 사유화와 보수언론의 탐욕이 만들어낸 재앙이다"
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검찰의 책임은 물론, 언론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이른바 '조·중·동' 등 보수 언론 뿐만 아니라 언론계 전체가 각성해야할 대목이 적지 않다.

▲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 ⓒ프레시안

검찰 흘리고, 언론 받아쓰고

언론법이 전공인 박형상 변호사는 "보도자료와 브리핑 베끼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전해졌다', '확인됐다', '고위 관계자의 의하면', '지배적이다' 식의 뜬구름 식의 보도가 너무나 한심하다"며 "이런 보도는 신뢰도가 50%도 안 된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미국의 뉴욕타임즈의 경우 취재원 4군데 이상의 확인을 거쳐 보도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하나의 '빨대'에 의존해 단정적으로 보도한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검찰은 목적 달성을 위해 특정 사실 일부 언론에 흘려주고 기자는 특종이랍시고 부풀리고 키운다"며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과정이 지저분하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은 수사 브리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고,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자료는 일반인들도 똑같이 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또 "기소 전단계가 아니라, 기소 후 법정에서의 유무죄 판단 위주로 보도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똥인지 된장인지 가리지 못하는 언론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는 더욱 적나라하게 이 과정을 분석했다. 그는 "특정 언론이 단독보도하면 '물 먹은' 기자들이 검찰에 아우성을 치고, 그러면 수사기획관이 기자실에 내려와 확인해 주는 방식으로 보도가 이뤄졌다"며 "이번 과정에서도 두 언론 정도가 '단독 보도'를 독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고급 시계와 관련해 검찰은 '나쁜 빨대를 색출하겠다'고 했으면서도 색출하지 않았을 뿐더러 노 전 대통령 소환 13일 뒤에는 '논두렁에 버렸다'는 진술을 확인해주기도 했다"며 "이런 행태가 시차를 두고 끊임없이 반복됐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검찰이 흘려준 일부 언론의 '단독' 보도에 대해 다른 언론들이 제대로 검증을 했느냐도 의심스럽고, 검찰의 교묘한 언론 플레이에 대해 일부 보수 언론의 경우 "너 잘 걸렸다"는 식으로 의도성을 갖고 보도할 수 있었겠지만, 다른 언론들도 이를 가려낼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기자라도 검찰이 '단독 보도'를 쥐어줬을 때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직업윤리로 치환하기 보다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가이드라인부터 정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중동'부터 해결해야…진보언론도 문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같은 보수 언론의 '권력 의지'를 꺾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겨레부터 MBC까지 모두 책임이 있다고 '언론'을 통칭해 비난하면 오히려 '조중동'의 잘못이 경감한다"며 "제발 '조중동'이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조중동'이 받아쓰기만 했냐. 사설과 칼럼을 통해 '검찰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수사 방향까지 제시했다"며 "이번에 '조중동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면 지금의 상황은 짧은 회오리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 대통령과 법원, 언론인데 대통령은 검찰을 활용하려 하고, 법원은 정권과 재벌 등에 대한 독립성이 완벽하지 못하다"며 "언론들도 정권 차원에서 가해지는 공격에 방어하느라 급급해 검찰을 제대로 견제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발제를 맡은 박상주 <미디어오늘> 논설위원은 "보수언론 자체가 무소불위 권력의 주체가 됐고, 신문 지면은 자기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정치권에 임기 5년의 대통령과는 싸워도 괜찮지만 '영원한 권력'인 OO일보에 찍히면 큰 일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겠느냐"고 말했다.

박 위원은 "21세기 대명천지에, 순식간에 진실이 전달되는 인터넷 시대에, 저들의 전횡이 가능한 토대는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의 비겁함"이라며 "쓰레기 신문이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그 신문을 끊는 작은 행동이 이 땅의 진보를 위해 내딛는 큰 걸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회디자인 연구소 김대호 소장은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적 언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 소장은 "이들 언론들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갇혀 노 전 대통령을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고 생각하고 '진보의 탈을 쓴 보수'라 생각했다"며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정치적 매장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우리나라가 이렇게 저열한 나라인가라는 것을 알게 됐고 한국의 진보가 현실에 발을 내딛게 됐다"며 "진보개혁의 패러다임도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진보의 길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검찰 '중립'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 시급

검찰에 대한 비판은 '적극적 대안 마련'의 단계로 진전하고 있다. 김대호 소장은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독립·중립을 시도했으나 견제·통제 되지 않는 권력은 모두 마피아가 된다"며 "중립화가 아니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은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에는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방임했던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검찰 스스로 권력화, 관료화가 이뤄져 통제 받지 않는 독특한 권력 형태가 됐다"면서 "검찰의 '중립'보다 '민주화'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박주민 변호사는 검사 인력의 많게는 50% 가까이 변호사에서 선발하는 '법조 일원화', 검찰총장의 국회 임명 동의권 확보, 검사동일체 원칙의 완전한 폐지, 수사권 일부 분리,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와 같은 검찰 견제 조직 설치 등을 검찰 개혁안의 예로 들었다.

박형상 변호사는 "검찰은 사법부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헌법에 신분이 보장돼 있는 것은 법관이고, 검사는 사법부의 일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검찰이 사법처리했다'는 잘못된 표현을 쓴다"며 "검찰이 행정부 소속임을 인정하고 견제기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사법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준사법기관'으로 독립성을 보장한다면서 견제 기능을 약화시켜 놓으니 권한은 막강한데 책임을 질 수 있는 장치는 공백 상태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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