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종태 지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5월 3일이다. 그러나 고인이 의미심장한 글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잠적한 것은 4월 29일 새벽이었다.
이것을 알게 된 지인들은 백방으로 박종태 지회장을 찾아 나섰다. 고인과 가까웠던 화물연대 대경지부 이오식 지부장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극단적인 결정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박 지회장의 아내도 "기륭 분도 3년이 넘었지만 계속 싸우고 있잖아"라며 무사하기를 바랐다.
5월 1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노동절 집회에서 민주노총의 대부분 간부들이 박 지회장의 사진을 들고 인파속에서 그를 찾고자 돌아다녔다.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검안 결과 그는 4월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려 3일 동안이나 대한통운 대전지사가 바라보이는 야산에 그렇게 방치되었던 것이다.
산자들은 미안하고 원통하다. 자책감에 고개를 숙이고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어떤 이들은 대전병원에 와서 한 달을 버티면서 아직 문상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가슴 속에 박종태는 아직 열사가 아니고 복수를 다하기 전에는 그이의 영전에 절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업을 전폐하고 투쟁의 현장을 누비는 사람들이 수백 명은 된다.
지난 5월 9일 부인 하수진 씨가 집회에서 '여보 오랜만에 불러보네'라며 스스로 써온 글을 낭독할 때 수천의 집회 참여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통곡했다. 16일 대전정부종합청사에 운집한 1만여 명의 참석자들은 "우리가 박종태다"를 외쳤다.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방식으로 '열사 투쟁'을 진행한다. 책임자의 사과와 고인의 명예회복, 재발 방지를 얻어내려고 한다.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민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박종태 지회장과 유족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광주여성회는 박 지회장의 부인 하수진 씨를 격려하기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 '수진아 힘내'를 만들었다.
운수노조는 온라인 모금 사이트를 개설했고,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노동조합의 모금과는 별도로 모금활동과 신문 광고를 게재했다. '세바사(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물결이 전국을 뒤덮고 있는 지금 누리꾼 이봉렬 씨는 '지금 광장에 선 사람들이 바보 노무현을 대하는 그 마음으로, 참 따뜻한 사람 박종태 역시 기억하고 연대해야 한다. 박종태가 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다면 노무현의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며 '노무현과 연대하듯 박종태와 연대하라'고 호소한다.
광주의 교사들은 박 지회장의 딸 '상희(가명) 아빠 되기' 운동을 시작했다. 신광중학교 김혜주 교사는 지난달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카페에 '상희 아빠가 되어 달라'고 글을 올렸다. 김 교사는 카페 글을 통해 "고 박종태 지회장이 죽음으로서 지키려고 했던 것들은 우리에게도 소중하다. 하지만 그 절절함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겼다"며 "이것은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전교조 차원의 조직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 갖지 말고 참여 의사가 있으면 글을 남겨 달라"고 교사들에게 호소했다.
작곡가 김호철 씨와 민중가수 박준 씨는 하루 만에 박종태 동지 추모곡을 만들어 소리 소문없이 운수노조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누리꾼 '그 겨울의 끝'은 인터넷 집회라는 기발한 방식으로 용산 철거민-박종태-노무현을 추모하고 있다.
대학생들도 두세 명씩 명동 등지에서에서 상복을 입고 추모 촛불 집회를 한다. 이밖에도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인터넷에 UCC를 만들어 올리고 있다. 우리가 다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노조 집행부와 의논하지 않은 자발적인 활동들이다.
지난해 '미친 소 운송 거부'로 과분한 관심과 지지를 받았던 운수노조와 화물연대로서는 어쩌면 '작년보다 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2008년 촛불의 경험은 노동조합과 촛불 시민의 뜨거운 연대와 결합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잘 알고 있고 '서거정국'과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한 '노동계의 하투'가 가진 폭발적 위력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작지만 따뜻하고 손길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지면을 빌어서라도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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