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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내용있는 대화 제의라면 얼마든지 수용한다"

[인터뷰]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듣는다

노동계와 정부는 올해 하반기 비정규입법과 노사관계 로드맵 처리를 두고 일대 격돌을 앞두고 있다. 노·정 관계는 현 정부 집권 이래 최악의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어 하반기 노·정 대결은 심각한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에 하반기 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있는 양대 노총 위원장을 <프레시안>이 만났다. 그 첫 번째로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본부에서 진행된 이수호 위원장 인터뷰를 싣는다.

이 위원장은 향후 노·정 관계에 대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흐를 것"이라며 "일대 격전은 불가피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청와대-총리-노동부 어느 곳도 노·정 관계 회복을 위해 나서는 사람이 없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어 놓았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비정규법, 불법파견, 로드맵 등 중대 사안을 두고 노·정 간 교섭은 불가피하다"며 "어떤 방식으로든지 정부쪽에서 실질적인 대화를 제의한다면 얼마든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위원장은 이벤트 성 혹은 명분쌓기용 대화 제의는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이수호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양대노총 통합설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의 입장을 밝혔다. '통합 문제'에 대한 언론보도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하나 기본적으로 '1국 1노총'의 원칙에는 동의한다는 소신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나의 임기 안에 통합 논의를 현안으로 내놓을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아 빠른 시일 내에 양 노총의 통합을 위한 공식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음은 이수호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노-정 관계,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정 관계를 표현할 때 '파탄'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현 정권 이래 이렇게 노·정 관계가 멀어진 사례는 없다는 말도 들린다. 물론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 처럼 '과장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위원장은 현 노·정 관계에 대한 이런 분석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심각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노동정책이나 비정규법안·불법파견문제, 노사관계 로드맵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노동부와 노동계의 대화가 단절됐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어디 있겠나. 더구나 노·정 관계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 많은 사람들이 현 노·정 관계에 답답함을 느끼며, 관계개선의 방법에 대해 고민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노·정 관계는 언제나 갈등 관계이기 때문에 관계 개선을 위해 노동계가 먼저 손을 내밀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노·정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지금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전쟁을 하더라도 항상 교섭은 필요하다. 불필요하거나 소모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물론 노·정 관계나 노·사 관계는 기본적으로 갈등구조이기 때문에 늘 평화롭거나 협조적인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늘 구조적인 갈등을 인정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

***김대환 장관 대화제의는 '뒷북 치기'에 불과**

-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 연기 직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했다. 대화 없이 일방주의적 모습을 보이던 그간의 태도와 사뭇 달라 보였다. 최근 노사관계로드맵 처리를 위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열자는 제안도 했다. 민주노총은 두 번 모두 거부했는데, 그 이유는 뭔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화 하자고 말은 하면서 (노동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노동정책 등 사회정책을 경제정책의 하위 정책으로 생각하고,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을 경제정책 추진에 있어 걸림돌로 보는 인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더구나 김대환 장관은 여전히 권위주의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는 수 차례 노동부의 인식과 장관의 태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경고했다. 하지만 노동부와 장관은 우리의 요구와 경고를 일관되게 외면하고 무시했다. 그러다가 ILO 문제가 발생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대화 제의를 한 것이다.

사실 심각성은 지난 6월 양대 노총이 각종 노사정 대화기구에서 철수했을 때 느껴야 했다. 훨씬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무책임하게 방치했다. 당장 (자신들한데) 영향이 없다고 해서 '해볼테면 해봐라'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가 ILO 지역총회처럼 자신(노동부)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하자 그 때서야 어쩔 수 없이 나서는 모습... 과연 책임있는 정부기관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내용있는 대화 제의라면 얼마든지 참여한다"**

- 배경이 그렇고,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하더라도 닥친 현안 해결을 위해 노·정 대화 회복을 위한 단초로 삼을 수는 없었나?

"많이들 오해한다. 우리는 대화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 명분 쌓기용, 하는 척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기 위한 대화 제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대화 제의가 무슨 '이벤트'인가? 불쑥 기자회견을 통해 대화 제의 의사를 밝히는 것은 전혀 책임 없는 모습이다. 진정한 대화 의지가 있었다면, 사전에 미리 연락하고, 접촉을 했어야 했다.

또한 노동계가 수용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 일부러 대화 제의를 했다는 의심도 든다. 못 받을 줄 알면서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이 위원장은 '소리없이 오면 만날 수 있다'는 표현을 썼다. 무슨 의미인가?

"기자 간담회나 기자회견을 통해 대화제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하면 안되냐는 말이다. 제발 폼 잡지 말고, 내용성 있는 접근을 하길 바란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말했다."

- 장관이 직접 연락하면 대화에 응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노동계의 장관퇴진운동은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노동부와 대화를 한다고 해서 굳이 장관과 위원장이 해야 하나. 그럴 필요 없다. 오히려 실질적이고 내용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각 조직의 최고책임자보다 실무진들이 먼저 만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또한 노동부-민주노총이 1대1로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연구원을 매개로 하든, 다른 기관을 매개로 하든 해서 대화를 가동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민주노총은 그럴 경우 기꺼이 만날 수 있다."

***"다른 기관의 노-정 관계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도 노동부가 가로막았다"**

- 노동부는 노동부 이외의 기관이 나서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들었다. 어려움을 한번 풀어보려고 다른 기관들이 나서려고 하면 노동부는 '너희가 왜 나서냐'는 식으로 압력을 넣어 주춤한 사례가 여러 번 있다. 한번은 경총(한국경영자총연합회)과 현안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 차원에서 토론회를 하려고 추진하고 있었는데, 노동부가 경총에 압력을 넣으면서 무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난 것까지도 김대환 장관이 타박하고 나서는 상황이니 될 일도 안 될 판이다. 자기(장관)와의 직접 대화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하고 권위주의적 태도가 바로 그동안 대화를 못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었다."

***"새 판 짜겠다고 나오면 장관 퇴진 요구 철회할 수 있다"**

- 장관 경질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대통령 스타일이나 우리의 관료체제, 정치풍토 속에서 노동계가 반대한다고 해서 바로 경질되기는 힘들 것 같다. 오히려 노동부를 제외한 정부 채널에서 노동계가 반대하고 나서면 (경질이) 더 힘들어진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

또 하나, 우리는 장관이 감정적으로 싫어서 퇴진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김대환 장관으로 대표되는 노동정책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법안을 봐라. 그것이 정말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인가?

따라서 김대환 장관이 그동안 말 잘못했던 것 사과하는 수준에서 정상 대화 재개는 힘들다. 장관이 노동정책을 변화시킬 용의가 있고, 변화를 위해 열어놓고 노동계와 대화하고, 새 판을 짜겠다고 나오면, (퇴진 요구 철회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 향후 노·정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급속히 호전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정부의 위기 인식이라든지, 대처능력을 보면 답답할 뿐이다. 더구나 노·정 관계 회복을 위해 자기 몸을 던져서 문제제기 하는 사람조차 없다. 총리 등 몇몇 인사들이 '뭔가 잘못됐는데...'라고 인식하면서도,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이렇게 걱정만 하고 누구도 나서지 않게 되면 결국 비정규법안, 로드맵이 국회에 상정되고, 노·정 대격돌 양상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은 셈이다."

***"하반기 투쟁에 올인하겠다"**

- 하반기 투쟁 계획이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세상을 바꾸는 투쟁' 때문에, 생각보다 강력한 투쟁은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장관도 장관이지만 비정규직 문제, 불법파견 문제 등이 너무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다. 지도부는 수차례 토론을 통해 이번 하반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내년 싸움도 없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올 하반기 싸움에 올인 하겠다는 기조다.

내년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 있기 때문에 하반기 투쟁을 대충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산하 연맹, 지역본부 차원에서 충분한 토론을 통해 하반기 투쟁에 올인 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나의 임기 전체와 관련된 투쟁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변경시키고 강화한 것이다."

***"양대 노총 통합, 원칙에는 동의하나 당장은..."**

- 최근 언론에서 양대노총 통합설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왔다.

"조직 내에서 신문 기사를 보면서 '이게 뭐냐'는 지적이 많았다. 어제 울산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도 많은 간부들이 '진위가 뭐냐'고 물었다. 혼란이 있었던 셈이다.

양 노총 통합 문제는 한국노총 측이 적극적으로 제기해 왔다. 나는 이용득 위원장의 장점이라고 보는데, 이 위원장은 양 노총 통합에 중요한 구실을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

비정규입법투쟁을 하면서 양 노총이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일하면서 서로 가까워지는 계기도 됐고, 특히 지난 6월 이용득 위원장과 공동 단식을 하면서 통합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공감대를 조금씩 형성해 간 것이다.

문제가 된 지난 6일 양 노총 위원장, 사무총장 4자 회동에서 나왔던 이야기는 이렇다. 하반기 공동투쟁을 강화하는 방안, 즉 상설협의체 구성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면서 통합 이야기도 나왔는데, 이용득 위원장이 5·1절 행사의 양 노총 공동 개최, 내년 임금인상 요구의 공동 요구안 제출 등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나는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내년 '세상을 바꾸는 투쟁' 등을 진행할 때 함께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용득 위원장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때 이 위원장이 소신을 좀 더 피력하기도 했다. 2007년 복수노조 시대가 눈 앞에 온 만큼 조직간 과당경쟁의 우려를 지적하면서 일단 각 노총이 대의원대회에서 (통합을 위한) 결의선언부터 해놓으면 좋지 않겠냐고 말한 것이다."

- 민주노총의 통합 준비 수준은 어떤가?

"정책연구원에서 검토 준비를 하고 있다. 어차피 2007년 복수노조 시대에 앞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 아닌가. 양 노총이 통합 문제에 접근하는 속도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공론화가 된다면 나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임기 중에 통합 문제를 현안으로 내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음 집행부를 맡을 사람들이 선거 공약으로 밝히며 통합과 관련한 로드맵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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