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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투성이 자율형사립고…그래도 예정대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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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투성이 자율형사립고…그래도 예정대로 추진?

서울지역 신청 저조…사회단체 반대 움직임 구체화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 전환 사업이 저조한 신청율과 함께 곳곳에서 파행이 나타나는 등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까지 서울지역 142개 사립고를 대상으로 자율형사립고 신청을 받았다. 시교육청은 그 결과 33개 학교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31일 명단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신청 희망 여부를 조사할 당시 67개 학교가 신청 의사를 밝힌 것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신청율이 낮은 이유 가운데에는 필기고사를 금지하고, 평준화 지역에서는 추첨 방식을 도입한 자율형사립고의 학생 선발 방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학교 마음대로' 학생을 뽑을 수 없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고 신청을 하지 않거나, 정부 정책 변화를 지켜보자는 심산으로 신청을 미룬 사학이 많다는 분석이다.

또 서울 지역에서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한 학교 가운데에서도 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가 절반을 넘는다. 33개 신청 학교 중 25개 학교는 2007년도를 기준으로 자율형사립고 신청 기준인 재단전입금 5%를 납입하지 못했다.

심지어 신청학교의 3분의 1가량인 8개 학교는 재단 전입금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지원이 줄어드는 대신 자율형사립고의 등록금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처럼 재정 자립도가 떨어지는 학교의 경우 그 비용을 학생의 등록금으로 충당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상당수 학교가 신청 과정에서 파행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직원회의에서 제대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자율형사립고 신청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신청을 강행하는가 하면, 교직원회의에서 자율형사립고 신청을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는데도 이사회에서 자율형사립고 신청을 강행한 학교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실 직원을 투표에 동원해 교직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다고 신청한 학교도 있었다.

이런데도 교육계에서는 자율형사립고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과부는 올해 30개 학교를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해 2010년도부터 개교하는 한편, 2010년 30개교, 2011년 40개교를 설립해 총 100개의 자율형 사립고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운영위원회 심의와 교육과학기술부 협의를 거쳐 7월쯤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부모 경제력으로 학생 줄세우고, 학교는 '재테크 자율' 얻고?"

한편, 자율형사립고 전환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공교육살리기연석회의, 교육개혁시민운동 등 67개 교육·사회단체는 '자율형사립고 대응 공동행동'을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국 자율형사립고 신청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는가 하면 오는 20일 '자율형사립고 저지 학부모 결의대회'를 여는 등의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또 서울지역 사회공공성연대회의, 고교서열화저지·교육양극화해소 서울시민추진본부, 일제고사반대 서울시민모임은 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탐욕과 이기심에 눈이 먼 사학들은 자율형사립고 전환 시도를 즉시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학 서열화와 학벌 차별이라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자율형사립고'라는 정체불명의 귀족 학교가 들어서면, 경제적 우위와 표준교육과정으로부터 '자율화'된 고삐풀린 입시 체제를 바탕으로 불공정 교육 경쟁이 노골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의 지원 대신 부자학생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재단은 재정운용이나 교육과정운영에서 공적 제재와 감시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며 "회계비리와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파행운영 역시 자율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생과 학교를 성적으로 줄세우는 것도 모자라 부모의 경제력으로 줄 세우는 정부, 그리고 공교육의 책무와 지역 학생은 외면한 채 '학교 재테크의 자율'을 쟁취하겠다는 학교가 우리 교육 환경에 미칠 악영향을 가만히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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