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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盧의 수렁'에서 MB를 구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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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盧의 수렁'에서 MB를 구출할 수 있을까?

[손호철 칼럼] MB정부 '대북 무능론'이 힘 얻을 수도

"처절한 죽음을 통해 학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피의 주홍글씨를 새겨놓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투쟁이다." 1980년 5월, 계엄군이 최후 통첩한 진압작전을 앞두고 자살행위와 다름없는 도청사수를 결정하며 윤상원은 자신과 함께 할 광주의 열사들에게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상원의 예언처럼 이들의 처절한 죽음은 전두환에게 '학살자'라는 피의 주홍글씨를 새겨놓았고 전두환은 임기 내내 이 같은 주홍글씨를 씻어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 그 한 예가 학살자라는 오명을 씻고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생결단식으로 추진한 올림픽유치였다. 그러나 올림픽은 결국 87년 6월 항쟁이라는 국민적 저항 앞에서 군을 동원한 물리적 진압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민주화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촛불은 무슨 돈으로 샀는지 조사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호통으로 시작된 표적수사에 의한 비리혐의의 불명예에 저항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은 많은 국민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켰고 사태를 이같이 몰고 간 이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락했고 죽을 쑤고 있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죽음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씻을 수 없는 '살인자'라는 피의 주홍글씨를 새겨 놓은 것이다. 한 마디로, 5년 전 노 전 대통령 탄핵의 역풍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이 대통령은 29년 전의 전두환 같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 결과 경우에 따라 1년 뒤의 지방자치선거와 함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시 말해, 이 대통령이 취임 1년 반도 채 되지 않아 레임덕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물론 보기에 따라 '최선의 시나리오'이지만)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잡게 된 것"이다.
▲ ⓒ연합뉴스

그럴 때 나타난 구세주가 있었다. 엉뚱하게도 북한이었다. 아니 그간의 역사(박정희를 위기마다 살린 북한의 도발들, 88년 대선에서 노태우를 도와준 KAL기 폭파사건, 92년 대선에거 김영삼을 도와준 중부지역당 사건 등)를 보면 엉뚱한 것이 아니라 예상했듯이 북한이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초상집에 조의 표명대신 충격적인 무력시위를 하고 나선 것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그 자체도 문제지만 더욱 한심한 것은 그 타이밍이다. 아니 최소한 국민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북한 지도부가 최소한의 상식도 갖지 못한 한심한 집단이라는 것은 익히 보아 왔지만 또 한 차례 상상을 뛰어 넘는 몰상식으로 우리를 놀래게 만든 것이다.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구세주를 만난 이명박 정부는 쾌재를 부르며 그동안 유보했던 PSI 전면참여를 결정했다. 나아가 한나라당과 냉전적 보수진영에서는 "우리도 북한의 핵에 대항하기 위해 핵을 가져야 한다"는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그동안 햇볕정책 중단이라는 "원수를 핵실험이라는 은혜로 갚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PSI와 핵무장론으로 보답을 돌려 준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북한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자신의 지배체제만이 아니라 후계구도를 확실히 하여 '김씨 조선 왕조'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을 선물한 것이다.

이에 북한은 다시 우리 정부의 PSI 참여가 "조선반도 정세를 전쟁상태로 몰아넣었다"며 앞으로 서해상에서 한국·미국의 군함 및 일반 선박의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으며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제 "정전협정이 구속력을 잃는다면 법적 견지에서 조선반도는 곧 전쟁상태로 되돌아가기 마련이며, 우리 혁명무력은 그에 따르는 군사적 행동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겁을 주고 나섰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또 한 번의 위기탈출을 위한 좋은 선물을 받은 셈이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지적해온 남한의 극우냉전세력과 북한간의 '적대적 상호의존' 내지 '적대적 공생관계'(겉으로는 사로 적대적으로 대립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로 공생하는)가 또 한 차례를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적대적 상호의존이 그동안 너무 남발되어 그 약효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민심은 별로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어설픈 대북강경책으로 남북관계만 경색시키고 의도한 북한 길들이기에는 실패했다는 무능론이 국민들 사이에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중요한 변수는 이 대통령이 소위 'MB악법'처리가 예고된 6월 국회 등과 관련해 지금까지의 속도전, 돌격전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통합적 노선으로 나갈 것인가이다. 아니 최소한 대선과정에서 약속했던 실용주의와 중도노선으로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노무현의 수렁'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북한의 눈물겨운 'MB 구출작전'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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