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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뻔한 스토리에 그만 마침표 찍읍시다"

[법률가들이 밥을 굶는 이유] 장애인콜택시 운전원들 이야기

법률가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등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관계법을 막기 위해서다. 단식에 들어가며 이들은 "법률가는 법률의 정함에 따라 사회관계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일주일에 두 번, '사회적 정의와 양심'을 위해 단식에 참여한 법률가들의 글을 싣는다.

민주노총 법률원에 들어온 지 1년 반. 막 변호사 일을 시작한 작년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날들이 있었다. 2007년 말 계약 갱신이 거절된 장애인콜택시 운전원 9명의 복직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내 어깨 위에 올려 져 있는 것 같을 때였다.

서울 시설관리공단과 1년 간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장애인콜택시 운전원들은 2007년 6월 노동조합 총회를 개최했다. 그러자 공단은 '식사시간을 이용해 노동조합 총회에 참석한 것도 근무지 이탈'이라며 조합원 9명에 대하여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공단의 계약해지가 부당하다며 모두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조합원들은 복직 했지만, 복직한 지 단 3일 만에 또 다시 동일한 사유를 이유로, 그러나 이번에는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계약종료'라는 명목으로 해고됐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런 기막힌 사례는 처음이 아니었다. 장애인콜택시사업이 시행된 첫 해인 2003년 노조가 만들어졌고, 공단은 그 해 말 노조간부 7명 전원에 대해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간부들이 다 해고됐으니 노조는 완전히 무력해져 휴먼노조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다시금 노동조합 총회가 개최된 것이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바로 2007년 6월이었던 것이다.

2003년 당시 해고된 노조간부 7명에 대한 소송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권두섭 변호사는 2007년 또 다시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된 장애인콜택시 운전원들의 기록을 보면서 "또 야?" 라며 고개를 저었다.

'1년의 계약기간을 정했으니까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계약이 종료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공단의 주장과, '1년의 계약기간은 형식에 불과하다'는 우리의 주장이 오고 간다.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의 1년 계약기간은 어째서 노조활동이 시작되기만 하면 갑자기 빛을 발하는 것일까.

노조가 휴먼노조로 남아 있던 4년 동안 공단은 대부분의 운전원과 1년의 계약기간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것처럼 계약을 반복, 갱신해 왔다. 장애인콜택시 사업은 서울시의 의무적, 상시적 사업이고, 그러한 사업에 종사하는 자를 1년의 기간을 정하여 채용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노동조합 총회가 개최되자마자 부동문자로 찍혀 있던 1년의 계약기간은 갑자기 처분문서로서의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공단은 당당하게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계약은 종료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뻔한 스토리. 그래도 기간제 근로자로 2년이 지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한다는 기간제법 4조 2항에 따라, 2년째가 되는 내년에는 장애인콜택시 운전원들도 모두 무기계약이 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면 내년에는 적어도 1년의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하지는 못할 테고, 2009년 말 갱신이 거절된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에 대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 따위는 없을 거라고. 그런데 이제 정부가, 국회가 그 2년을 4년으로 연장하겠단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무기 계약직 전환을 앞둔 올해 기간제 근로자의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서란다.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4년을 기다리면 또 8년으로 연장하자고 할까.

국회 앞 1인 시위를 하면서 국회에게 묻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계속 일하고 싶다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입니까? 2009년 말 갱신거절, 2010년 말 갱신거절, 2011년 말 갱신거절, 이 뻔한 스토리에 이제 그만 종지부를 찍으면 안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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