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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으로 돌진하는 의사들…90%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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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으로 돌진하는 의사들…90%는 죽는다

[복지국가SOCIETY] 한국 의사, 무엇을 할 것인가

민생이 어렵다. 최근 10여 년에 걸친 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으로 인해 우리네 민생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데 더해, 최근의 세계적 경제 위기로 민생은 더욱 불안해지고 힘겹다.

이러한 경제 위기의 시기에 세계 주요 국가들은 증세를 추진하여 국가 재정을 늘림으로써 민생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재정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각종 경제 규제를 풀고, 부자 감세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4년간 최대 96조 원 규모의 감세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감세 혜택은 주로 부자와 대기업이 누리게 된다. 시대와 조류를 역행하는 정책 방향인 것이다.

현 정부의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는 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대표적 사회 정책 영역인 의료서비스 분야에서도 예외 없이 관철될 전망이다. 5월 8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른바 '의료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것이 그것이다. 이들 부처는 청와대에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대통령에게 의료 선진화 추진 계획을 보고한 것이다. 비영리 의료법인의 의료채권 발행 허용, 의료기관 합병 근거의 마련, 의료기관 경영지원회사(MSO)의 허용, 건강서비스의 산업화 등이 그것이다. 다만,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은 11월경에 결정하기로 미루어 두었다. 정부가 '의료 선진화'란 이름으로 발표한 이러한 정책 패키지를 시민사회는 '의료 민영화'라 부른다.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규제 완화와 민영화의 교리는 '의료'라는 핵심적 사회 정책의 영역으로까지 추진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가 지난 수십 년간 굳게 지켜왔던 '의료 비영리의 원칙'을 깨고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영리 의료의 시대'를 여는 추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결사항전의 태세를 보이며, 전국적 수준에서 '의료 민영화' 저지 운동을 조직할 태세다.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의료 민영화의 추진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역학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째, 의료 민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추진 주체는 보험자본이다. 과거 암보험 등의 '정액'형 민간의료보험과 회사 단위의 '단체 실손' 민간의료보험 위주였던 기존의 보험시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보험회사들은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처럼 되고 싶어 한다. 국민건강보험을 사실상 대체하는, 국민건강보험과 기능이 동일한 개인 단위의 '실손' 민간의료보험체계를 꿈꾸는 것이다. 현재 의료 이용에서 실제 발생하는 진료비의 평균 60%는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하고 있으나, 나머지 40%는 '실손' 민간의료보험이 담당할 수 있는 재원조달의 영역이다.

두 보험의 하는 일이 같으므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위축되면 '실손' 민간의료보험의 시장 영역은 그만큼 커진다.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가 자본시장으로부터의 투자가 인정되지 않는 현재의 '비영리'체계가 아니라 영리병원 체계로 바뀌면, 이들 영리법인 병원들과 계약관계를 맺은 '실손' 민간의료보험의 사업 영역은 비약적으로 커진다. 미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손' 의료보험회사들은 크게 돈을 버는 것이다.

둘째, 병원사업에 관심이 있는 재벌 등의 대규모 자본이다.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해 최고급 영리법인 병원을 추구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며, 제조업에 비해 투자의 불확실성이 거의 없는 조건이 형성된 한국의 의료 시장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형 자본에게는 엄청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보험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기업 집단에게는 '꿩 먹고 알 먹는' 시나리오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는 시민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 경우, 사실상 우리 국민이 이용하는 의료기관의 질적 수준을 기준으로 두 개의 의료체계와 두 개의 국민이 존재하는 미국식의 '양극화 의료제도'가 본격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일부 중소병원들이 의료 민영화를 통해 자본시장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누가 망해가는 중소병원에 자본투자를 하겠으며, 이들 병원이 발행하는 의료채권을 구입하려 할 것인가? 결국, 전문병원을 추구하는 일부 경쟁력 있는 중소병원에 국한되는 투자 유치의 문제로 좁혀지는데, 굳이 이를 위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이들 병원의 투자 재원 조달에 조금의 금융적 지원만 해도 해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넷째, 의료기관 경영지원회사(MSO) 추진세력들이다. 이들은 이미 상당한 실체로 존재하고 있는데, 각종 네트워크 의료기관 등과 추진세력이 그것이다. 이들은 장차 지주회사로서의 법률적 지위를 갖추고, 산하에 많은 의료기관을 사실상의 자회사로 거느리면서, 스스로 자본시장에 상장하여 자본을 조달하고, 개별 의료기관을 경영지원과 자본투자 등을 통해 사실상 지배하는 주식회사가 되고 싶어 한다.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 경영지원회사(MSO)의 최종 목표는 '실손' 민간의료보험과 연계하거나 통합적 구조를 새롭게 만듦으로써, 장차 자체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민간의료보험 의료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제도 유형을 현재 미국에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사조에 찌든 경제 관료들, 정치인, 시장만능주의 학자들이 있다. 이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나라는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금융' 중심의 신자유주의 국가다. '금융'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더 많은 투자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학교가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의료가 자본시장의 지배에 놓인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선진국들 어디에도 없다. 필연적으로 국가의료제도의 거시적 비효율과 의료이용의 양극화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이들 엘리트들의 눈에는 금융자본과 보험회사만 보이고, 국가의료제도와 국민의 건강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들의 '철의 삼각'은 정권의 성격을 뛰어넘는 견고함을 과시하며, 참여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의료 민영화의 추진을 끊임없이 주도하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국민은 장차 의료 민영화로 인해 불이익과 의료불안을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가 의료 민영화의 밝은 면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홍보함으로써 여론을 호도한 측면이 있고, 이로 인해 일부 잘못된 이해가 있겠으나, 우리 국민들이 의료 민영화의 진상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의료 민영화 추진세력과 근본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획재정부는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으로 외국으로 나가는 환자를 줄이고, 외국 환자를 유치할 수 있으며, 의료분야에서 고용을 늘리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해외 의료서비스 적자는 2007년 기준으로 655억 원에 불과하며, 기실 해외 의료이용의 많은 부분이 원정출산이거나 장기 이식을 위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외국 환자 유치는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지금의 비영리 의료체계에서도 충분히 활성화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의 경험에서 볼 때, 영리법인 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의 질이 유의하게 낮았고, 고용의 양과 질 모두가 불리하였다는 것이 그 동안 이루어진 비교 연구들의 주된 결과다. 게다가 영리법인 병원의 의료비는 비영리병원에 비해 훨씬 높았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주식회사 병원에서 의료비가 높은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도 잘 부합하는 것이다.

결국, 중산층을 포함한 노동자, 농민 등 대부분의 국민들이 의료 민영화를 반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보정당과 민주당은 명백하게 의료 민영화를 반대할 것이고, 여당의 상당수 의원들도 의료 민영화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개연성이 크다. 그만큼 국민적 우려와 저항이 클 것이기 때문이고, 의료 민영화의 강압적 추진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메가톤급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사회적 양극화의 심화와 세계적 경제 위기로 민생이 크게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 이용마저 양적, 질적으로 양극화되고 국민 의료비가 치솟을 것이 명확한 의료 민영화 정책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다.

▲ 지난 2007년 3월 대한의사협회 등은 노무현 정부의 의료법 개정을 반대한다. 그러나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의료 산업 선진화'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시기에 한국 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청와대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아 의료 선진화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장차 한국 의사 사회가 의료 민영화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 중요한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 공식입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장차 의사 회원들의 총의가 모아져야 할 것인 바, 필자는 의료 민영화가 한국 의사들의 미래가 될 수 없으며, 한국 의사들이 온 국민과 함께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고 국민과 건강하게 상생하는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의 합리적 길을 찾아 나가야 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첫째,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 의료가 유지해온 '의료 비영리의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제도 하에서 '의료 비영리의 원칙'에 따라 그 동안 의사에게만 배타적으로 주어진 '의료기관 개설 권한'이라는 '의료전문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존경'의 특권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사가 진료하기 위한 공간'이다. 이 공간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의사 진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장 잘 보장하는 길이다. 이 경우가 좋은 '의사-환자 관계'의 형성에도 유리하고, 양자 모두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다. 의료 민영화가 추진되면, 자본의 의료 지배로 이 소중한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다. 사실, 과거 사무장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그토록 비판하고, 이를 불법화하였던 의료계가 '자본'이라는 더 '악랄한' 사무장 의료기관을 허용하고, 기꺼이 그 휘하에서 일하는 '수모'를 감수하는 최악의 불일치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장차 치솟는 국민의료비와 더욱 심화되는 의료 양극화로 인해 고통 받을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로서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겠는가?

둘째, 영리성을 인정하는 '의료기관 경영지원회사(MSO)'의 한 구성 부분으로 계열화된 동네 병의원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의료 민영화를 수용하는 것이 전체 의사 또는 개원가의 전반적 이익으로 귀결될 것인가?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자본에 성공적으로 하청 계열화된 10%의 돈 버는 의사와 90%의 그렇지 못한 의사, 즉 우리나라에 두 개의 의사가 존재하게 된다. 개원가의 양극화가 본격화되며, 의사의 인간적 소양이나 의료 전문성이 아니라 투자자본의 규모와 경영의 서열화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치열하고도 불필요한 외형 경쟁으로 의료 관련 비용은 치솟고, 의료계와 국민 모두가 크게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셋째, 이러한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의사들은 장차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얻는 것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국민들은 의료전문직으로서의 의사가 아닌 자본 주도의 영리 경쟁에 뛰어든 돈 벌이 경영자, 또는 경영자의 돈 벌이에 봉사하는 의사 직원들을 그리 존경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뢰와 존경의 관계는 완전히 물 건너가는 것이다.

넷째, 의사와 의료의 전문적 자율성이 의료기관 경영지원회사, 의료기관 투자 자본, 실손 민간의료보험 등 금융자본의 영리 추구에 종속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미국 의사들 60% 이상이 현행 민간의료보험 주도의 시장주의 미국 의료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일차의료와 지역사회 병원들이 금융자본 주도의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고통도 의사들의 몫이 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의견과는 달리, 많은 개원가의 의사들, 전공의들, 예비의사인 의대 학생들은 의료 민영화의 부정적 측면을 크게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백해무익한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개원가 의사들은 의료 민영화를 끌어 들여서라도 기존의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를 흔들어 놓고 싶어 한다. 현행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지나치게 의료계를 통제하고 있고, 저수가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25조 원에 불과하고 국민의료비는 국내총생산의 6.4%에 그치고 있다. 공히,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평균치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먼저 파이를 키워야한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일에 먼저 나서자. 그리고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해 박리다매 방식의 현행 의료수가 구조를 단계적으로 개혁해 나가자.

우리나라 의사들이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에 불만을 갖는 것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으므로 왜곡된 부분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쳐 나가면 된다. 국민건강보험의 통제가 싫다고 영리추구가 목적인 금융자본을 지역사회의 개원가로 끌어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가 주요 선진국 평균의 70% 수준이므로 앞으로 파이를 키울 다소의 여지는 있는 셈이다. 이 파이를 의료 민영화를 통해 투자자본과 보험회사의 몫으로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의 의료 기대에 부응하도록 지역사회 개원가의 의료서비스 내용을 '건강 증진과 관련 서비스'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국민 의료비를 늘려나가는 공적의료제도의 확장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것이 국민과 합리적으로 상생하는 의료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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