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감독은 지난 2004년 <올드보이>로 그랑프리(심사위원 대상)를 수상한 지 5년만에 다시 한 번 칸국제영화제의 본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으로서의 위상을 다지게 됐다. 박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아무래도 저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려면 멀었나 보다"라고 말문을 연 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창작의 즐거움뿐이다. 창작의 즐거움이 영화를 만드는 동력인 것같다"고 말했다. 또 "두 편이 흥행에 실패한 이후로 오랜 세월 영화를 못 찍었는데 세 번째 영화 이후 지금까지 영화를 만든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그 즐거움의 마지막 단계가 칸영화제"라며 "형제나 다름없는 가장 정다운 친구이자 최상의 동료인 배우 송강호 씨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 박쥐 |
당초 <박쥐>의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현지에서 발행되는 스크린데일리 등의 평점에서 <박쥐>는 별 4개 만점에 별 2개 반을 받는 등 중간 수준을 유지했다. 24일 오전까지 AP, AFP등 각 언론들의 점치는 수상예상작 리스트에도 <박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난 결과는 언론들의 전망과 큰 차이를 나타냈다. 현지에서 고른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제인 캠피언 감독의 <브라이트 스타>가 단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했는가 하면, 언론 평점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던 필리핀 브릴리안테 멘도자 감독의 <키나타이>가 감독상을 받은 것이다. 지나치게 노골적인 성묘사와 성기자해 장면으로 비난이 쏟아졌던 라스 폰 트리에의 <앤티크리스트>는 여우주연상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영예를 안았다.
당초 전망과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 이유로는, 올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20편이 세계적인 거장 및 스타감독들의 작품들이었지만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해 막판까지 수상자의 윤곽이 드러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감독 미하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이 수상했다.
▲ 하얀 리본 |
하네케(67)는 1942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 국적의 감독으로, 97년작 <퍼니 게임>, 2001년 <피아니스트>, 2005년 <히든>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신적 린치에 가까운 폭력심리 묘사로 정평이 나있으며, 인간의 내재적 폭력성 특히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면도날처럼 예리하고 신랄하게 까발기는 작품세계로 유명하다. 젊은 시절 TV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미디어에 대한 비판에도 일가견이 있다. <퍼니 게임>은 독일의 한적한 휴양지에서 한 무리의 청년들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저지르는 과정을 일체의 감정개입 없이 냉혹하게 그렸고, <피아니스트>에서는 저명한 여성피아니스트의 왜곡된 성의식과 고독을 예리하게 해부했으며, <히든>에서는 1961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했던 이른바 '알제리 이주민 학살사건'을 배경으로 중산층의 죄의식을 다뤄 호평받았다. 그는 <피아니스트>로 칸 그랑프리와 남녀주연상, <히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수상작인 <하얀리본>은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독일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살인사건을 통해 집단적 폭력, 불신, 죄책감 등을 다룬 작품이다. 하네케는 왜 1차 세계 시기로 돌아간 것일까. 그는 칸에서 가진 한 인터뷰를 통해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1차 세계대전기 독일 십대가 자라나서 2차 세계대전기 나치의 중추세력이 됐다"는 것. 결국 그는 나치체제의 파시즘 뿌리를 파헤치기 위해 그 근원인 1차 세계대전의 잉태를 앞둔 독일사회에 주목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치 파시즘은 오늘날 이슬람 파시즘 등 모든 형태의 파시즘에 대입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간의 추악하면서도 나약한 본성에 메스를 가해온 그도 24일 시상식장에서 "가끔 아내가 '행복하냐?'고 여성스러운 질문을 던진다"며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오늘은 매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라며 수상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로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그에게 트로피를 건넨 후 포옹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위페르는 "하네케는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매우 미묘한 방식으로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뿐"이라며 그의 작품세계를 격찬했다.
한편 그랑프리는 프랑스 오디아르 감독의 감옥영화 <예언자>가 수상했다.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주요부문 수상작>
황금종려상 : <하얀 리본> 미하엘 하네케(오스트리아)
그랑프리(심사위원 대상) : <예언자> 자크 오디아르(프랑스)
여우주연상 : <앤티크리스트> 샤를로트 갱스부르(프랑스)
남우주연상 :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 크리스토프 월츠(오스트리아)
감독상 :<키나타이> 브릴리안테 멘도자(필리핀)
심사위원상 : <박쥐> 박찬욱(한국) ,<피쉬 탱크> 앤드리어 아놀드(영국)
단편상 : <아레나> 조아오 살라비자(포르투갈)
각본상 : <스프링 피버> 펭 메이(중국)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 :<삼손과 데릴라> 워윅 손튼(호주)
주목할만시선상 : <도그투스> 요르고스 란티모스(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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