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을 믿진 않지만 보름 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글을 쓰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그만두곤 했었다. 특히 민주당의 탈이념선언 이후 "노무현은 민주당의 좋은 스승", "노무현을 위한 변명"이라는 글을 몇 번이나 쓰려다가 그만 두었다. 여전히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최종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가 개인 홈페이지에 쓴 글이나 검찰에 소환되었을 때 그가 보여 준 깊은 침묵은 불길한 느낌을 주었다. 억울할 때 사람들은 몇 마디라도 말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말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사람은 깊은 침묵을 선택하는 법이다. 그래도 그가 재임 중 자주 자신을 낙천주의자라고 말했었기 때문에 그것을 믿고 싶었다.
불행하게도 필자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와 지근거리에 있지 않았으므로 그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지만 안타깝고 애석한 마음 헤아리기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충분히 글로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그의 지지자들을 위하여 두 가지만 말하고자 한다.
하나는 노사모 회원들의 조문거부행위에 관한 것이다.
조만간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에 조문하겠다고 한다. 물론 그의 조문은 일반 국민들의 조문과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른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조문이 자신들의 진정한 벗을 잃어 버린 것에 대한 슬픔의 표현이라면 상당수 정치인들의 조문은 일종의 포장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포장술이라 하여 그들을 내치면 안된다. 결과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수세에 몰린 기득권 세력들이 어떤 방식으로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고, 그것을 만회의 기회로 삼으려 하는지 숱하게 많은 사례들를 통해 보여준다.
대통령이란 존재는 열성지지자들에게는 일종의 가치기준이다. 열성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자신들의 분신으로 여기려는 경향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기득권 세력들은 이들이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이들을 결집시킬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노사모 회원들은 이들에게 그런 빌미를 주어서는 안된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필자가 보수언론들처럼 추모문화제가 촛불시위로 변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조문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격렬한 대응이 상대가 원하는 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을 헤아려서 그의 지지자들과 진보정당 지지자들 사이의 과도한 오해도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도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진보정당 지지자들 사이에 서 있는 입장에서 노무현 정부를 향해 상당히 많은 비판을 해 왔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과하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사모 회원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을 견제했던 것처럼 필자도 국민들을 속이려 드는 관료들을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물적토대가 자신의 것과 비교가 안 되게 컸기 때문에 느슨한 비판은 있을 수 없었다.
물론 필자와 다른 입장에서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진보정당 지지자들의 비판 또한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필자가 보기에는 한미FTA를 빼고는 정치적 성향상 양자 간에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서로 과도한 비판을 주고 받아온 것 같다.
일례를 들자면 지금 진보정당의 주축이 되고 있는 조직들, 이명박(MB) 정부의 대규모 감세에 대하여 그렇게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지 못했다. 한미FTA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서도 MB정부의 대규모 감세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낮추거나 침묵했던 상당수 진보단체들. 필자는 이 단체들의 지도부에 대하여 할 말이 많다. 그러나 그들이 왜 그런 태도를 취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도 그러했겠지만 그들도 많은 한계를 가진 존재들이었다.
서로의 장점보다 약점만을 부각시키다 보면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진보정당 지지자들 사이의 화해는 이루어질 수 없다. 다 합쳐 보아도 여전히 소수에 불과한 진보세력들, 천국으로 먼저간 노대통령의 도움으로라도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보듬어주는 화합의 길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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