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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국토부가 안 이랬다, 우리 얘길 들어줬다"

[인터뷰] 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 "그런데 이번엔 '일체 대화는 없다'고 한다"

한숨이 깊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도 잦았다. 딱히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1시간 반을 그는 혼자 얘기했다. 할 말이 그만큼 많았다. 그런데 또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모든 것은 짙은 절망 때문이기도 했고, 길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그의 한숨은 절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런 세상에 사는 것이 더럽고 무섭다"는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을 지난 22일 만났다. 고 박종태 씨의 죽음으로 지난 16일 대전에서 열린 노동자대회 이후 그는 사실상 수배 생활을 하고 있다.

▲ "이런 세상에 사는 것이 더럽고 무섭다"는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을 지난 22일 만났다. ⓒ프레시안

총파업을 앞둔 김달식 본부장은 "박종태 열사가 이런 심정으로 자신을 내던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화 한 번 하자는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하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더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내가 죽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생각한다"는 김 본부장은 정말 물러설 곳이 없어 보였다.

"총파업 즐기는 사람이 어딨나? 파업은 마지막 수단이다"

▲ 지난 16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결의했다. 한 사람의 죽음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정하지 못했지만, 일단 오는 27일 총파업에 들어가는 건설노조와 함께 상경 투쟁부터 벌인다.ⓒ프레시안
지난 16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결의했다. 한 사람의 죽음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정하지 못했지만, 일단 오는 27일 총파업에 들어가는 건설노조와 함께 상경 투쟁부터 벌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째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김달식 본부장은 "화물연대 역사상 전체 조합원 가운데 6000~7000명이 한 자리에 모여 단일 안건으로 총회를 하고 총파업을 결의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현장은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겠다'는 분위기다. 지도부 의지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장이 어느 때보다 극단적 전술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극단적 전술'이라는 말을 그는 두 차례 반복했다.

"조합원들도 안다. 그 전술이 자기를 던지는 것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하자고 한다. 그만큼 분노에 차 있다. 정부와 대한통운이 그 분노를 오히려 부추긴다. 총파업을 즐기는 사람이 어디있나. 파업은 마지막 수단인 것이다."

"자식이 살아갈 조건을 만들어달라는데 부모는 몽둥이만 들고 있다"

김달식 본부장은 "대화 좀 하자는데 '일체 대화 없다'니까 방법이 없다"고 했다. 사실 박종태 지회장도 "대화 좀 하자고 했는데 안 되니까 뭔가 표현하고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우리와 대화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부가 딱 가로막았다. 국토해양부도 이제까진 안 그랬다. 예전에는 우리가 여러 문제를 제기하면 국토부가 들었다. 해결책은 뭐가 있는지도 먼저 물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체 대화는 없다'고 한다."

대화를 거부하는 명분은 노동자가 아니니 교섭권을 가진 노동조합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7년 동안 화물연대 지도부를 하면서 4번의 총파업을 했는데 이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람이 죽은 극단적 상황인데 대화 라인까지 끊는다. 가정에 비유하면 정부는 부모, 국민은 자식 아닌가. 그런데 자식이 살아갈 조건을 좀 만들어달라는데 부모가 그런 자식에게 몽둥이만 들이대고 죽이려고 하고 있다."

"매일 매일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현장에서는 머리 쓰지 말자고 한다"

▲답답하다고 했다. "대화를 위해서 희생을 치렀는데, 그 희생을 놓고 대화를 하기 위해 또 다른 희생을 치러야 하냐"고 되물었다. " ⓒ프레시안
답답하다고 했다. "대화를 위해서 희생을 치렀는데, 그 희생을 놓고 대화를 하기 위해 또 다른 희생을 치러야 하냐"고 되물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도 길 가다 길을 물어보면 들어주고 받아준다"고 덧붙였다.

"먹고 살기도 바쁜 화물 노동자를 '대화 하자'는 요구 하나 때문에 세 번이나 대전에 집결시켰다. 대한민국에 박종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도 대화는 없고 공권력을 이용해 무력진압만 한다. 파업만 하면 짓밟겠다는 말만 되풀이된다."

그런 정부 때문에 그는 "매일 매일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결 방법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는 "답은 간단하더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머리 쓰지 말자고 한다. 우리는 '기름쟁이'니까 가슴이 허락하는 대로 가자는 주문이다. 고민이 많다."

"슈퍼마켓 사장이 혼자 셔터 내려도 불법파업이냐?"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놓고 정부는 벌써부터 '불법 파업' 타령이다. 면허를 취소하겠다고도 하고, 각종 지원 혜택도 못 받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서도 "그들 말대로라면 우리는 자영업자라면서, 내가 그냥 며칠 일 안하겠다는 것이 왜 불법이냐"고 따졌다.

"슈퍼마켓 사장이 가족과 소풍 가고 싶어서 셔터를 이틀 내리면 처벌할 수 있나? 없다. 같은 자영업자라면서 왜 그때 그때 규정의 잣대가 달라지나. 차라리 페어플레이 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보다 우월하니까 우리에게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노동법에 준하는 단체 교섭권 등의 '글러브'를 지급해주고 그 안에서 관리하면 될 것 아닌가."

김 본부장은 "과거에는 화물 현장은 생존권 문제 외에 노동기본권에 대한 요구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까짓 노동기본권이 뭔데 왜 안 주냐, 왜 그것 때문에 이렇게 사람이 죽어냐 하나"는 목소리가 늘어난다고 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놓고 정부는 벌써부터 '불법 파업' 타령이다. 면허를 취소하겠다고도 하고, 각종 지원 혜택도 못 받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서도 "그들 말대로라면 우리는 자영업자라면서, 내가 그냥 며칠 일 안하겠다는 것이 왜 불법이냐"고 따졌다.ⓒ프레시안

김 본부장은 "사실 화물은 공공성을 지녔으니 노동기본권을 주고 필수공익 사업장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우리에게 기본권을 주고 정부도 그에 맞는 대응을 만들어내면 된다. 유럽 등 선진국은 모두 특수고용 노동자도 기본권이 보장된다. 대한민국만 이렇다. 우리는 법이랑 친한 사람이 없는데, 골프장 사장님들은 정치권과 친해서 기본권 보장을 막나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택배 기사의 경우에는 다른 화물 노동자보다 더욱 노동자성이 강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철저하게 통제 받고 지시에 의해 움직인다"는 얘기다. 운수노조가 자체적으로 택배화물 위탁 계약서, 일과표, 수수료 공제 등 각종 항목을 조사해 본 결과 특수고용 노동자라기보다 회사와 종속적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화물 노동자, 고된 노동에 빡빡한 삶으로 사는 재미가 없다"

▲사실 스물한 살 때 화물차 일을 배워 내내 '기름쟁이'로 살았던 그이기에 누구보다 "싸울 수밖에 없는" 화물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잘 안다.ⓒ프레시안
사실 스물한 살 때 화물차 일을 배워 내내 '기름쟁이'로 살았던 그이기에 누구보다 "싸울 수밖에 없는" 화물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잘 안다.

"하루 평균 10시간에서 12시간을 운전한다. 몇 시간씩 기다려 배차 받아 차에 싣고, 저녁 때 포항에서 출발해 서울로 간다. 오르막 길, 내리막 길, 꼬부랑 길, 좁은 길을 따라 한 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면 새벽 5-6시다. 하차하고 다시 배차 물량 받아 내려온다. 1박 2일 동안 잘 수 있는 시간이 불과 채 5시간도 안 된다."

그는 "화물 일을 한 뒤 목욕을 하면 몸에서 기름이 나온다"고 했다. 그렇게 번 돈이 한 달 평균 150여 만 원. 본인은 이미 신용불량자가 되어 아내 앞으로 사업자 등록을 옮겨 일하는 사람도 태반이다. 길 위에서 목숨을 잃어도 산재 보상비도 나오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이승의 인연을 없앨 수 있다고 하지만 화물 노동자는 그마저도 안 된다. 남은 사람은 1억 짜리 차 할부금을 고스란히 갚아야 한다. 나도 신용불량자다. 집 사람 앞으로 4000만 원 대출한 것은 원금은커녕 이자 내기도 바쁘다. 광주지부장은 아이들 급식비 때문에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김 본부장은 "웃을 일이 아니"라고 했다. "무슨 살아가는 재미가 있겠냐"고 덧붙였다. 이런 열악한 현실이 박 씨의 죽음으로 논란이 되자 대한통운은 택배 기사 가운데 임금 수준이 가장 높다고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그 말대로 300-350만 원을 받아갈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보는 돈인 줄 아나? 부부가 같이 일하는 것이다. 아내와 남편이 함께 뛰어다니면서 두 사람이 겨우 그만큼 받아간다. 한 건에 920원인데 그만큼 받아가려면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하겠나. 그런데 택배 값은 얼마인가. 기본이 5000원이다. 5000원을 소비자에게 받아 운송하는 우리에게 고작 920원 주는 거다. 간단히 생각해도 나머지 4080원은 누군가 가져간다. 그런데도 30원 올려달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택배 기사 뿐 아니라 전체 화물 노동자가 다단계 구조로 인해 운임을 여기 저기 빼앗기고 있다고 김 본부장은 오랫동안 설명했다. 직접 표까지 그려 가면서 최초 운송료 30만 원 가운데 고작 15만 원만 화물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 말했다.

"정치권도 문제라고 한다. 그런데도 더 확산된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우리가 주장하는 '표준운임제'다. 알선료 상한선도 정하면 된다. 그런 얘기를 정부랑 하자는데 교섭권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가장 어려운 노동자만 파업 결의…안타깝다"

한참 화물 노동자의 어려움을 설명하던 그는 "그런데 전체 노동자 가운데서도 어찌 보면 가장 벼랑 끝에 있는 사람만 파업을 결의하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된다. 솔직히 이명박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현장을 지켜주지 못한 지도부 책임도 있다. 각성하자고 얘기도 많이 했다. 안타까운 것은 '총궐기 해야 하지 않냐'고 하면 실력을 얘기한다는 것이다. 실력이 여기까지라고. 지금보다 어렵고 힘들 때도 다 했다. 어찌 보면 민주노총이 수년 동안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못하는 조직으로 밀려났는데 지금 제대로 싸우고 함께 단결할 조건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는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의 총파업 무력화 대응책에 맞서 "우리도 대처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계획된 죽창? 폭력 유도한 것은 경찰이었다"

▲ 화물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 끝에 터져 나온 박 씨의 죽음은 지난 16일 집회 이후 급격하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버렸다. 소위 '죽창' 논란이다. ⓒ프레시안
화물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 끝에 터져 나온 박 씨의 죽음은 지난 16일 집회 이후 급격하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버렸다. 소위 '죽창' 논란이다. 여기에는 화물연대가 '폭력 시위'를 했다는 색깔 입히기 목표가 내재돼 있다. 김 본부장은 계획된 폭력 시위라는 의혹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죽창이라도 해도 좋다. 사전에 준비했다고? 그것도 좋다. 내가 다 준비했다고 하자. 내가 처벌 받으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지 않나. 왜 사람이 죽었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달려들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이 절호의 기회라는 듯이 화물연대 때려 부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조선일보> 사설을 꺼내들었다.

"<조선일보>가 우리에게 '너희 아들이나 조카나 동생이 전의경으로 있다면 죽창으로 눈을 찌를 수 있냐'고 썼다. 나도 묻고 싶다. 당신 아들이, 조카가, 동생이 '대화 좀 하자'는데 이럴 수 있나?"

김 본부장은 "화물연대 조합원은 폭력 좋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차벽'을 세워둘 수 있었다. 9일 집회 때는 전경차를 죽 세워 아예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16일에는 차벽도 전혀 안 세워두고 들어오란 듯이 유인했다. 먼저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고 색소를 뿌려댔다. 그리곤 열어주고 행진한 뒤 해산하는 사람을 다 잡아갔다. 그런데 우리가 사전에 기획해서 폭력 시위를 준비했다고?"

"정부가 부추긴 화물연대 총파업…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

그는 외려 기자에게 질문했다. "우리가 명분도 전혀 없이 내놓으란 것도 아니고 얘기 좀 하자는 건데 대체 왜 그건 안 들어주고 자꾸 탄압만 하는 것이냐"고. 옆에서 누군가 "물러서고 싶지 않은가보다"고 답하자마자 그는 "국민들은 피해 봐도 괜찮고?"라고 다시 물었다. 그리고 한숨.

"나는 많은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정부는 국민이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물 노동자도, 택배 기사도 국민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도 비정규직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소외되고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면 피해를 입는 것은 오직 국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충돌만 부추긴다. 어떻게 하면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될까?"

그리고 다시 한숨. 그는 인터뷰 말미 여러 차례 "두렵다"고 했다. "조합원 중에 또 누군가 지금 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박종태의 심정으로 그렇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언젠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든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지 않나. 아예 해결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20일 넘게 장례도 못 치르고 있다. 최소한 사람이 죽었는데 그마저 외면한다. 탄압의 명분만 쌓는다."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이 이어졌다. 마지막 말은 처음과 같았다.

"정말 무섭다."

▲ "정말 무섭다."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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