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단식 32일째, 이게 무슨 소용일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단식 32일째, 이게 무슨 소용일까?"

[법률가들이 밥을 굶는 이유] 세 사람의 어색한 교집합

법률가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등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관계법을 막기 위해서다. 단식에 들어가며 이들은 "법률가는 법률의 정함에 따라 사회관계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일주일에 두 번, '사회적 정의와 양심'을 위해 단식에 참여한 법률가들의 글을 싣는다.

이병훈 노무사의 단식으로 촉발된 법률인의 릴레이 단식이 32일째, 이게 무슨 소용일까?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개악을 코앞에 두고, 국회 앞에서 법률인 1인 시위 및 릴레이 단식에 동참한 나는 내내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법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해당 이해 당사자(세력)의 힘에 의해 이미 결정 나는 것이고, 국회는 단지 형식의 정당성을 만드는 곳이라고 게거품을 물면서 주장하면서도, 결국 여기 이렇게 서있다

한적한(?) 점심시간 내 바로 옆에는 국립오페라 합창단 부당해고를 고발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1인시위자 한분, 그리고 또 한편에는 공공유치원 설립을 위한 교사모임 한분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하철공사로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휴지 하나 없는 여의도의 거리와 세상을 등진 국회의사당 건물과 그리고 3인의 1인 시위자는 참으로 어색하다. 어색한 이 교집합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용산참사는 100일이 넘어가도록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 장례조차 치를 수 없고, 대접받지 못하는 '노동자'로서 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힘겹게 싸우다 자결하고, 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데 일조하고 나아가 오히려 개악되고, 최저임금법은 그 법 자체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개악되려하는데,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은 노동자의 신경 줄을 바짝 타게 하고 애를 녹이는데, 세상은 여의도 국회 앞처럼 한가하고 어색하다. 참으로 기괴하다.

1987년 7, 8, 9월 노동자 대투쟁처럼 속 시원하게 이겨본 기억이 희미해진 걸까? 1996~1997년 이후 화끈하게 싸워본 지가 너무 오랜 된 것일까? 아니면 승리보다는 패배의 기억이 많은 지난 10년의 기억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좌파 10년 정권" 덕에 정체성의 혼란이 생긴 걸까? 아니 그도 아니면 이름도 껄적지근한 "중도실용정부"의 폭력성일까? 전국의 노동자를 제치고 법률인 나부랭이가 국회에서 1인 시위를 왜 하고 있는 것일까?

하긴 공상으로 고민으로 날을 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겠지. 시냇물이 흘러 강물이 되고 강물이 바다로 향하듯이, 시냇물이 우선 필요하면 그것이 되어야겠지.

1인 시위를 끝내고 어색하던 3인은 서로를 격려한다. "수고하셨어요.", "잘되기 바래요." 생면부지의 사람도 짧은 시간 같이 했다고 서로를 격려한다. 햇살보다 따뜻하다. 세상과 등진 국회 앞은 잠시 미소가 번진다. 기괴한 세상이 한없이 지속될 수 없는 건, 짧은 만남에도 연대의 마음이 번지는 그런 작은 꿈틀거림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오늘 하루 단식과 1인 시위가 하루 이벤트가 아니라 연대로 나아가는 품앗씨는 틀림없겠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