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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품에 안긴 황석영…"광주의 넋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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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품에 안긴 황석영…"광주의 넋들이여!"

[홍성태의 '세상 읽기'] 5·18, 이명박, 황석영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온 세상이 신록으로 빛나서 생명의 아름다움을 가장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이 바로 5월이다. 그러나 우리의 5월은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전두환 일당에 의한 처참한 학살극이 펼쳐진 것이 바로 5월이기 때문이다.

전두환은 본인은 물론이고 자식들과 손자들까지 엄청난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폭력과 살상의 희생자들은 여전히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정의의 여신이 아직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두환과 그 자식들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둘째 아들 전재용은 최근에 무려 100평짜리(약 330제곱미터) 30억 원대 고급 빌라로 이사하기도 했다.

정의의 여신이 여전히 헤매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5·18을 맞는다. 공식적으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을 맞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29년 전인 1980년 5월 18일 전두환 일당은 계엄군을 투입해서 광주의 전남대 앞에서 벌어진 학생 시위를 진압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시위는 끝나지 않았다. 곧 전남대 앞의 시위는 광주 도심의 시위로 확대되었다.

그러자 전두환 일당은 불법적으로 공수부대를 투입해서 시위를 무력 진압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서 시민들은 낡은 소총으로 무장을 하고 열흘 동안 대항했으나 결국 최소 240명 이상이 학살당하고 4000명 이상이 상해를 당하는 끔찍한 결과로 5·18은 끝났다. 5·18은 독립운동에 연원을 두고 있는 민주화 운동의 고갱이로서 어떤 폭력으로도 민주화를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한 역사적 대사건이었다.

전두환의 호사 때문에 5·18은 늘 착잡하다. 그러나 이번의 5·18은 황석영 때문에 더욱 착잡하다. 황석영은 5·18과 뗄 수 없는 소설가이다. 본인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번에도 역시 그렇게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가 멀리 카자흐스탄까지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고 가서 5월 13일에 기자들에게 한 말은 5·18을 대표하는 소설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는 5·18을 가리켜 '광주 사태'라고 해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말꼬리를 잡지는 말자고 했다. 사실 어쩌다 보니, '광주 항쟁'을 '광주 사태'라고 말하는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그의 실수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서 '본심'을 드러낸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황석영은 광주의 저항과 참상을 처음으로 세상에 널리 알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보고서'의 저자이다. 1985년 5월 초에 비합법적으로 배포된 이 책은 그야말로 '시대의 어둠'을 일깨우는 한 줄기 빛이었다. 이처럼 중요한 역사서의 저자인 황석영이 이렇게 말했다.

"해외 나가서 살면서 광주 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1970년대 영국 대처 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시위 군중에게 발포한 것과 전두환 일당이 불법적으로 공수부대를 투입해서 '화려한 휴가'를 즐긴 것이 과연 비교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그런 일이 있었으면 우리도 그런 일이 있었어도 좋은 것인가? 독일에는 히틀러가 있었으니 우리에게도 박정희와 전두환이 있었어도 좋은 것인가?

다 좋다고 치자. 전두환과 그 가족들은 호사를 누리고 있으나 광주 항쟁의 희생자들은 여전히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진실조차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황석영은 과연 제 정신인가?

이명박은 전두환과 각별한 사이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후보로 선출되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계속 전두환을 만났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는 전두환의 집으로 찾아가서 '문안'을 했다. 그 보도사진은 전두환이 얼마나 호사를 누리고 있는가를 잘 보여줘서 시민들을 분노하게 하기도 했다.

2008년 2월에 열린 조선일보사 방일영의 잔치에서 전두환에 깍듯이 인사하는 방일영, 방일영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이명박을 찍은 사진은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어떤 신문인가? 바로 광주 항쟁을 김대중의 내란, 북괴의 공작으로 몰아간 주범이 아닌가? 특히 조선일보 김대중의 '작문'은 그 최악의 사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두환과 조선일보의 절친한 친구가 아닌가?

▲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두 번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았다. 2007년 1월 5일 새해 인사차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황석영은 이명박이 '중도 실용주의'를 추구하고 있어서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 항쟁에 대한 말이 과거에 대한 그의 무지를 입증한다면, 이 주장은 현재에 대한 그의 무지를 입증하는 것 같다. 이명박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중도'인가? 김대중과 노무현을 '좌파'로 매도하는 '색깔론'을 줄기차게 펼치는 자가 '중도'인가? 황석영은 대체 어떤 책을 읽고 공부했길래 '색깔론'을 '중도'로 알게 되었는가?

그리고 이명박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실용주의'라는 것인가? 광우병 위험 강요, 한반도 대운하 강행, 강 죽이기 강행, 방송 장악 강행, 인터넷 규제 강행, 종합부동산세 폐지, 두부세 신설, 용산 참사, 재벌 옹호, '강부자', '고소영' 등 이명박 정부의 구성과 정책이 모두 '실용주의'와는 전혀 거리가 멀지 않은가?

황석영은 자기야말로 시대의 변화를 잘 읽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그의 주장은 무엇보다 자신의 무지와 무능을 입증하는 것이지만, 그처럼 변검적 변절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은근히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큰 문제를 안고 있는 발언을 마구 해대고는 다시 자신은 전혀 변한 것이 없으며 통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라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대중과 노무현을 '좌파'로 매도하며 비현실적인 대북 정책을 강행하고 있어서 남북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킨 이명박 정부를 돕는 것이 어떻게 통일을 위한 것일 수 있는가? '알타이 대연합 구상'이라는 것도 허무맹랑할 뿐이다. 이런 것에 비추어 보면 노벨상에 대한 욕심 때문에 '맛이 갔다'는 평이 더 그럴 듯하게 다가온다.

사람이 살다 보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별다른 근거도 없이 그냥 생각을 바꾸면 변했다는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어떤 일이라 틀과 관련해서 생각을 그냥 휙 바꾸면 단순히 '변화'한 것이 아니라 '변절'했다고 한다. 황석영의 변화는 명백히 '변절'에 해당된다. '전향'은 '강제적 변절'을 뜻하니 황석영과는 거리가 멀다.

'변절'에도 여러 급수가 있다. 황석영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극단적 '변절'을 한 예에 속한다. 누군가 '변검'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는데 참으로 적절한 지적이다. 그러나 사실 황석영만이 이런 변검적 변절을 한 것은 아니다. 현역 정치인들 중에는 이런 변검적 변절을 한 자들이 많다. 이 참에 변절에 대한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변절은 정신사적인 면에서 심각한 사회적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황석영은 '황구라'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구라'라는 별명은 말을 재미있게 잘 한다는 뜻과 함께 사실 입이 가볍다는 뜻도 담고 있다. 이제는 그 부정적인 면이 선연히 드러나게 되었지만, 이 별명은 그의 '민중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널리 정겹게 알려졌다. 그러나 정말 가벼운 것은 그의 입이 아니라 그의 영혼이 아닐까?

마침 박경리 선생의 1주기이기도 하다. 황석영의 변검적 변절 때문에 평생 작가로서 시민으로서 일관된 삶을 살다가 돌아가신 선생을 떠올리다니 선생께 죄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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