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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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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별

[별, 시를 만나다]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이미 연재 중인 '문화, 우주를 만나다'에 이어 '별, 시를 만나다'를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진 <이야진(IYAZINE)>과 공동으로 연재한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50인이 별, 우주를 소재로 한 신작시 50편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한 편씩 선보인다. 매번 첨부될 시인의 '시작 노트'와 천문학자 이명현 교수(IYA2009 한국조직위원회 문화분과 위원장·연세대 천문대)의 감상은 시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별에 별

별에 별 나무가 자라고
별에 별 꽃이 펴요
별에 별 새가 날아다니고
별에 별 짐승이 울부짖어요
별에 별 이름의 나라들
별에 별 모양의 기념비들
별에 별 가게에
별에 별 물건들
별에 별 사람들이
별에 별 사랑을 나눠요
별에 별 이별도 하겠죠
별에 별 진실과
별에 별 거짓말이 만나니
별에 별 노래가 탄생하네요
별에 별 느낌이 충만해져요
별에 별 사건이 터질 거예요
별에 별 세상에
별에 별 일이 다 있다니까요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 가면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있다. 처음 그 작품을 봤을 때, 사실 좀 불만이었다. 저렇게 많은 모니터에서 저렇게 빨리 저렇게 많은 영상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감상하란 말인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작품이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다가왔고 연민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세상에는 별의 별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 별의 별 일들 중 나와 마주치는 것은 하나. 그 많은 별의 별 영상들을 품은 모니터들 중에서 나와 눈 마주친 그 모니터 하나가 곧 우리들의 인연일 것이다. 눈길이 가지 않는 곳에서 또 다른 별의 별 일들, 별의 별 모니터가 돌아가고 있는 동안 나는 어느 모니터와 다시 눈이 마주친다. 또 하나의 인연이 겹쌓이는 순간일 터이다.

모니터 몇 개가 좀 꺼져 있으면 어떠랴. 그것도 별의 별 일들 중 하나인 것을. 고장 난 모니터와 눈이 맞는다면 그것도 또 하나의 인연인 것을. 그렇게 겹겹이 인연이 쌓여가는 것이 인생일 것 같다. 그렇다면, '다다익선'이야말로 극사실주의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얼마 전에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 들렀었는데, <다다익선> 주위에 강익중 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강익중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작은 조각에 집요하게 그려 넣은 다양한 그림들로 꽉 찬 벽면이 보였다. 문득 이건 <다다익선>의 고장 난 모니터 속의 사연들이 조각 그림 속에 정물화처럼 들어가 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니터가 다 죽으면 더 많은 조각 그림이 생겨나겠지, 그런 근거 없는 공상도 해보았다. 삶의 현장이 <다다익선>이라면 죽음의 현장은 이리저리 궁리했지만 결국 작품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한 강익중 작가의 그 설치 작품인 것 같다.



지금도 지구에는, 그리고 다른 별들에는 별의별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생성하는 별, 소멸하는 별, 차갑게 식고 있는 별, 뜨겁게 데워지고 있는 별, 커지는 별, 작아지는 별, 별의별 별들이 다 있을 것이다. 그 별의별 별들에서 일어나는 별의별 사건들에 대해 별의별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능력이다. 인간이 없는 우주는 과연 어떠할까? 인간이 없고, 사회도 없고, 주식거래도 없고, 선거도 없고(여기까진 별로 안타깝지 않다), 단 한 편의 시나 노래도 없고, 단 한 순간의 슬픔, 신음, 웃음, 울음, 깨달음, 감동, 즐거움, 경이로움도 없다. 이 거대한 무의미조차, 우주라는 무한한 시공간적 견지에서 보자면, 이미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일어날 별의별 사건들 중 하나에 불과할까? 정말 그런 것일까? (약 10분간 멍한 상태로 있다가) 정말?

심보선은…

1970년생.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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