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태 지회장을 포함은 대부분의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불립니다. 사업자의 형식을 가지지만 실상은 노동자라는 '특수'한 처지에 있습니다. 택배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 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100만 명에 이릅니다.
자본가들이 이들 특수고용 노동자를 양산하는 이유는 같은 일을 시키면서도 위험부담은 떠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한통운 택배 기사들 중 상당수는 이전에 정규직이었던 분들입니다. 하루아침에 원치도 않은 '사장님'이 되어 더 많은 일을 하고 수입은 더 줄어들면서도 온갖 비용과 위험은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특수'하지 않은 평범한 노동자이기를 너무나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박종태 지회장의 유서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이렇듯 사무치도록 평범하고 싶었던 한 젊은 가장의 절절한 호소입니다.
▲이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특수'하지 않은 평범한 노동자이기를 너무나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거꾸로 가는 정부의 특수고용직 대책
그런데 정부의 특수고용대책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절실한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껴안기는커녕 이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운수노조와 건설노조에 대하여 노동조합 설립취소 협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박종태 지회장이 죽음으로 항거하고 야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특수고용 보호법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입법부의 논의를 지켜보아도 될 일을 지금 이 시기에 노동조합 자체를 말살하려는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OECD 가입국 중에서는 유례없이 두 차례에 걸쳐 항의서한을 전하고 있고 건설노조와 운수노조의 설립을 취소하면 민주노총도 스스로 설립증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마당에서 한 치의 동요도 없이 특수고용노동자의 탈퇴협박을 일삼는 노동부의 태도는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운수노조와 건설노조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조직에서 내보낼 의사가 조금도 없습니다. 수 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합법노조로 활동해온 두 노조에 대하여 이렇듯 야비한 탄압을 계속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혹 작년 촛불정국에서 미친소 운송거부를 비롯한 강한 투쟁을 전개한 운수노조와 건설노조에 대한 치졸한 보복행위가 아닌지 의혹을 떨칠 수 없습니다.
뒷짐 진 정부, 나 몰라라 하는 '아름다운' 기업
지난해 대한통운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업의 존재이유는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있다'고 합니다. 대한통운 택배 기사들도 분명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대한통운의 '기업 이해관계자'들입니다.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는커녕 특수고용직으로 내몰고 끝내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단 한마디 유감표시조차 하지 않는 금호아시아나가 과연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기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더합니다. 주무부처라 할 노동부는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화물연대와 운수노조의 존재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국토해양부는 화물연대가 집단행동을 하면 그간의 제도개선합의를 원점으로 돌리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당사자인 정부와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집단행동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회사는 지금이라도 화물연대와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사회도 특수한 사정에 있는 이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다행히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그리고 민주당의 의원들이 사태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고 많은 사회단체들이 열사대책위에 결합하고 있으며 대학생들도 자발적으로 거리 촛불시위를 하는가 하면 네티즌들은 스스로 추모게시판을 만들고 모금을 하는 등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꼭 작년 이맘때 화물연대는 파업을 선언하고 실제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국민지지 1호 파업으로 불리며 유례없는 지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촛불소녀들이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면 이제는 조직된 노동자가 앞장서서 항쟁의 주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2009년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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