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탈퇴 도미노? 1년 6개월 전 탈퇴해 놓고선…

2007년 탈퇴한 현대건설 등 또 "민주노총 탈퇴" 선언

또 민주노총 탈퇴 논란이다. 이번에는 지하철이 아닌 현대건설을 포함한 건설사 노조들이다. 이들 노조는 이미 지난 2007년 12월 민주노총 건설연맹에 '탈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뒤늦게 탈퇴 선언을 하는 진짜 목적이 뭐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현대건설 등 4개 건설사노조 "경기 불황 외면하는 민노총 탈퇴"

현대건설 등 4개 건설사의 노동조합은 14일 "민주노총 건설연맹을 탈퇴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외에 현대산업개발, 진흥기업, 한신공영 노조가 이번 발표의 주체였다.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건설 경기 불황으로 사라져 가는 건설 현장을 외면하는 상급단체에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탈퇴 선언의 배경을 밝혔다.

이들 노조의 '공식 선언'으로 이날 또 다시 '민주노총 탈퇴 러시' 기사가 쏟아졌다. <문화일보>는 '탈퇴 도미노…민노총 최대 위기에'라는 기사에서 "민주노총이 여전히 진행 중인 '탈퇴 도미노'로 휘청거리고 있다"며 "현대건설 등 중량급 노조의 탈퇴로 인한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년 탈퇴서 내고, 이듬해 1월 제명된, 탈퇴 자격도 없는 노조가?

재밌는 점은 이들 노조가 이미 1년 6개월 전에 '탈퇴서'를 냈다는 점이다. 이들 노조의 탈퇴 의사에 해당 상급단체인 건설연맹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따져 물었지만 이들은 답변도 거부했었다.

건설연맹은 "같은 해 12월 의무금 미납 등의 이유로 4개 노조를 놓고 연 징계위원회에조차 관련 노조는 참석하지 않았고 이에 2008년 1월 제명 처리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이제와 새삼스럽게 '탈퇴 선언'을 할 자격조차 없다는 얘기다.

이들 4개 노조는 탈퇴 직후 '한국건설기업 노동조합연맹'이라는 별도의 단체까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은 "소속되지 않은 노조가 선언한 탈퇴는 '뉴스'라기 보다 '사기'에 가깝다"며 "집단 오보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소속되지 않은 노조의 탈퇴 선언은 뉴스 아니라 사기다"

이런 주장에 대해 임동진 현대건설노조 위원장은 "외부에서 탈퇴 사실을 모르고 계속 민주노총 소속인 것으로 알고 있어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건설연맹과 민주노총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건설연맹은 "이명박 정부의 민주노총 흠집 내기, 촛불 탄압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이 대통령이 사장을 지낸 건설회사 노조가 '투쟁 일변도' 운운하며 탈퇴 발표를 한 것은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도 "더 큰 문제는 이런 상식 이하의 내용이 크게 강조돼 보도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민주노총을 상대로 한 민주노조운동 약화 공작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핵심 간부의 성폭력 사건 이후 공교롭게도 인천지하철과 인천공항공사노조가 잇따라 민주노총을 탈퇴한 것을 부각시켜 민주노총을 비난했던 일부 언론과 일부 세력의 '오버'가 낳은 웃지 못할 해프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