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이미 연재 중인 '문화, 우주를 만나다'에 이어 '별, 시를 만나다'를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진 <이야진(IYAZINE)>과 공동으로 연재한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50인이 별, 우주를 소재로 한 신작시 50편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한 편씩 선보인다. 매번 첨부될 시인의 '시작 노트'와 천문학자 이명현 교수(IYA2009 한국조직위원회 문화분과 위원장·연세대 천문대)의 감상은 시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
▲ 지난 2월 17일 새벽 2시경에 동남쪽 산등성이로 떠오르는 하현달이다. 달표면에 산 능선을 따라 보이는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무늬를 새겨놓아 그 신비감이 더한다. ⓒ한국천문연구원(사진=황인준) |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어디선가 옮겨 적은 메모 쪽지를 들여다본다
달은 세상의 우울한 간(肝)이다.
—람프리아스(그리스 철학자)
그래서인가, 간 속에 달이 있네
중국인들은 대단해!
달은 세상의 우울한 간이고,
간은 달에 우울히 연루되고……
뭐야? 마주서 한없이 되비추는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그러고 보니 폐(肺)에도 달이 있고
장(腸)에도 달이 있네
쓸개(膽)에도 달이 있고……
몸뚱이 도처가 달이로구나!
간이, 부풀어, 오른다, 찌뿌둥,
달처럼, 우울하게,
달아, 사실은 너,
우울한 간 아니지?
이태백이 놀던 달아!
만약 달이 없었다면? 추석도 대보름 축제도 없었겠지. 달력 기능을 하는 무엇인가를 발명해내긴 했겠지만 달력이라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이태백의 시도 암스트롱의 발자국도 물론 없었겠지. 앞바다의 조석간만의 차도 구별하기 어렵겠고. 지구는 지금 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의 자전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하루가 더 바빠지겠네. 달에 고마워해야겠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지금 내 우주적 상상력은 가장 가까운 외계, 달을 넘어가지 못한다.
그럴 기운이 없다.
은하수 저 너머까지 날아가도록
기운이 뻗쳤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시인 윤동주처럼,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볼 수 있으려나…….
황인숙은… 1958년생.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자명한 산책>, <리스본行 야간열차> 등. 동서문학상(1999), 김수영 문학상(2004) 수상.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