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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노동 유연화' 한 마디에 노동부 "연말까지 '파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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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노동 유연화' 한 마디에 노동부 "연말까지 '파견 확대'"

'국회 협조 없이도 가능한 시행령 개정'으로 국정 과제 달성?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한 노동부의 충성이 점입가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 유연성 문제는 올해 말까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과제"라고 지적하자마자, 바로 노동부는 "올해 말까지 파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로 넘어간 비정규직법, 파견법과 대규모의 노정 갈등이 예상되는 근로기준법 개정 등 '어려운' 과제는 일단 두고, 국회의 협조 없이도 정부가 단독으로 손 댈 수 있는 파견법 시행령을 바꿔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 과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일본은 파견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사회 문제가 되자 최근 파견법의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준비 중인데 이명박 정부만 실패한 일본 모델을 고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연말까지 달성"하라니, 노동부 '파견법 시행령' 12월까지 개정 공표

노동부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비스 산업 선진화 민관 합동회의'에서 올해 12월까지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직업안정법 개정을 6월까지 완료하겠다고 보고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 유연성 문제는 올해 말까지 초우선적으로 해결할 국정 과제"라고 지적하자마자, 바로 이튿날인 8일 노동부는 "올해 말까지 파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노동부가 이날 밝힌 '고용 지원분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내용 가운데 새로운 것은 파견법 시행령의 연내 개정 외에는 없다. 현행 10%인 직업 소개 수수료의 상한선을 폐지해 직업소개소를 전문화·대형화 하겠다는 직업안정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파견 대상 확대는 비정규직법의 기간 연장과 함께 노동부가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지속적으로 얘기해 왔던 내용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시행령 개정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처음이다.

노동부는 "건물청소, 주유원 등 현재 32개 업무로 제한된 파견 대상 업무는 여전히 노동 시장 수요를 반영하기에는 무리"라며 "민간 고용 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파견 확대의 필요성으로 내놓았다.

국정 과제 달성 위해 '파견법 시행령 개정'부터 들고 나온 까닭은?

노동부가 대통령의 '노동 유연화' 목표에 호응하기 위해 파견법 시행령 개정을 들고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나머지 노동시장 규제 완화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라고 하면 정규직의 해고를 자유롭게 하도록 관련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개정하는 것이 꼽힌다. 고용과 임금의 경직성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의 개정은 재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정규직을 해고할 때는 사전 서면 통보 의무 등 각종 규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개정은 노동계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비정규직법 개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장 조직된 노동자의 고용 안정이 위협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회 통과도 쉽지 않다.

물론 대표적인 노동 규제 완화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비정규직법도 만만치는 않다. 2년으로 제한된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도 '연장보다는 유예가 낫지 않냐'는 얘기가 나온다.

별도의 합의 절차가 필요 없는 시행령 개정이 가장 손쉬운 유연화 달성의 방법인 것이다.

"파견이 정규직으로 가는 디딤돌? 저임금 노동자만 더 늘어날 것"

파견 대상 업무의 범위 역시 노사정 간 의견 차는 상당하다. 노동부는 파견 대상 업무 확대의 필요성을 놓고 "파견 근로는 정규직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며 일시적 실업해소와 고령자, 여성의 직장 복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노동계는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파견 노동자가 대개 저임금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극화만 확대시킬 것"이라는 것이 노동계 주장인 것.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은 8일 성명을 통해 "파견은 그 시작부터가 중간 착취를 합법화해 고용의 질을 저하시키고 사용자들의 노동법상 책임을 면제해줘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악법이었다"며 "파견 확대는 유연화된 저임금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 명약관화"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도 "파견이 확대되면 정규직이 담당하던 업무가 파견으로 넘어가 파견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며 "파견 노동자가 정규직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노동시장에서 총임금은 동반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진국보다 동일직장 유지율은 높고, 근속연수는 낮은데 더 유연화?

노동계는 더 근본적으로 "'노동 유연화가 최우선 국정 과제'라는 대통령의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과거 외환위기 때 (노동 연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점이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고 우리나라의 유연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노동계의 주장은 노동부가 내놓은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에도 확인할 수 있다. 노동부는 "우리 노동력이 한 해에 동일직장을 유지하는 비율은 53%에 불과하다"며 "노동 이동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미 자유로운 노동의 이동이 현실에서는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평균 근속기간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노동부는 밝혔다. 영국이 8.2년, 독일이 10.5년, 스웨덴이 11.5년의 근속년수를 갖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고작 4.6년에 불과하다. 1년 미만 근속자의 비중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높다. 영국 19.3%, 독일 14.8%, 스웨덴 15.7%인데 반해 우리는 무려 38.7%다.

정부 스스로도 이런 통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쉼 없이 '노동 유연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제는 다소 지겹기까지 한 '비즈니스 프렌들리'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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