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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경찰…촛불 1년 기념 '공안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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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경찰…촛불 1년 기념 '공안 본색'?

기자회견 참가자 연행…용산 참사 천막 강제 철거

노동절과 촛불 집회 1년 맞이 집회가 끝난 뒤 경찰이 본격적으로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신고 없이 자유로운 개최가 보장되는 기자회견 참석자조차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한국진보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은 지난 1~2일 집회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틀간 총 241명이 강제 연행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진압을 비난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경찰은 "기자회견을 빙자한 미신고 집회"라며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청사 주변에 병력을 배치해 개최를 막았다. 결국 30분가량 늦게 열린 기자회견 내내 경찰은 참가자를 향해 '정치 발언을 한다'며 해산을 요구하더니 끝나자마자 참가자 중 6명을 강제 연행했다.

▲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하려 온 여성은 경찰의 물리력 행사로 50여 미터(m)나 끌려나와야만 했다. ⓒ프레시안
특히 경찰은 연행 과정에서 "분홍색 모자 쓴 여자를 잡아. 그래. 아니, 기둥 뒤에 있는 여자 말이야. 그래, 그 여자…"라고 지시하며 몇몇 참가자를 표적 연행하는 행태를 보였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읽었다는 이유로 연행됐으며, 인권단체연석회의 명숙 활동가, 범민련 관계자, 누리꾼 등 5명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한 명씩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시민들 "이게 법치주의냐"

서경순 민가협 전 상임의장은 "이승만 정권부터 나이 여든이 될 때까지 모든 정권을 지켜봐왔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꼴을 본 적은 없었다"고 분노했다. 그는 "4월 30일에도 똑같은 기자회견을 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었다"며 "왜 이날만 이렇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현 정권은 지금까지 없던 일을 자꾸 한다"며 "기자회견도 경찰이 하라는 곳에 가서 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를 두고 "참혹한 현실"이라며 "민주주의의 기본인 언론의 자유가 완전히 봉쇄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시민은 "법치주의 운운하면서 정작 경찰 자신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평화 시위를 요구하는 경찰이 맞느냐"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모두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란 거냐?"

이날 경찰의 강제 연행을 두고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에서 "황당하고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집회도 못하게 하면서 기자회견마저도 못하게 한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사는 사람들은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연행한 것을 두고는 "기자회견은 당연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지 않나"며 "그럼 전날 본 영화 내용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해야 하냐"고 비꼬았다. 그는 "경찰이 자의적인 법집행을 하고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침해하는 중대한 사태"고 일갈했다.

경찰 비호 아래 구청 철거반 용산 참사 현장 천막 철거

한편, 이날 오후 2시경 용산 참사 현장에 설치된 천막이 철거되는 일도 벌어졌다. 용산구청 철거반은 이날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설치한 천막을 경찰의 비호 아래 강제 철거했다. 이들은 천막을 비롯한 용산 참사 100일을 맞아 그린 예술품 등을 모두 회수해갔다.

이 과정에서 철거반을 막고 "무슨 이유로 이렇게 하냐"며 강하게 몸싸움을 하던 용산 참사 유가족들이 실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수수방관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도로를 막고 점거하고 있어서 철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통행에 지장에 주지 않는 범위에서 계속 설치돼 있던 천막과 예술품을 왜 이날 갑자기 철거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 기자회견문을 읽고나서 바로 연행되고 있는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경찰은 구호를 외치는 도중 뒤에서 정 부위원장을 낚아채곤 연행해갔다. ⓒ프레시안

▲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여성 시민이 경찰에게 끌려나오고 있다. ⓒ프레시안

▲ 이날 시민들은 50여 미터 밀려난 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경찰의 물리력 행사로 제대로 끝맺지도 못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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