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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전경 페스티발'?…경찰 과잉 대응으로 얼룩진 노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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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전경 페스티발'?…경찰 과잉 대응으로 얼룩진 노동절

[현장] 경찰, 언론노조 총회 원천봉쇄·시민 40여 명 연행

119회 노동절인 1일 서울 시내 곳곳에는 2일부터 시작하는 '하이 서울 페스티발'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광화문 사거리의 가로등에는 '하이 서울 페스티발'을 알리는 깃발이 걸리고 청계광장에는 무대가 설치됐다. 1일부터 시작된 연휴를 맞은 시민들과 쇼핑백을 든 외국인들이 거리를 메웠다.

그러나 광화문 일대의 분위기는 음산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전국언론노조가 태평로의 프레스센터 앞마당에서 '언론장악 저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언론노조 결의대회 겸 총회'를 열기로 하자 프레스센터 주변을 전경버스로 원천 봉쇄하고 1000여 명의 전경을 동원해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했다. 또 경찰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의 3.5번 출구, 1,2호선 시청역의 4번 출구 등을 봉쇄해 시민들의 반발을 샀고 청계광장 일대에도 보호장구로 무장한 전경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같은 광경에 한 시민은 "왜 갑자기 이렇게 무서운 분위기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대여섯명의 여고생들은 멀찌감치 서서 싸우는 시늉을 하며 "다 덤벼", "경찰들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광화문 3번 출구로 들어가려다 실패한 한 시민은 "나는 군대도 다녀왔고 세금도 꼬박꼬박 냈고 엄연한 시민인데 왜 지하철 하나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느냐"며 "이게 민주주의냐"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외국 관광객들은 도열해 있는 전경들을 신기한 듯 찍었고 일본 관광객들은 프레스센터를 둘러싼 전경버스 사이를 들여다보고는 종종걸음을 쳤다.

▲ 경화문 일대를 메운 경찰들. ⓒ프레시안

▲ 시민들이 프레스센터 주변을 봉쇄한 전경버스 곁을 지나 도로로 걷고 있다. ⓒ프레시안

언론노조 총회 원천봉쇄 …"정권 말기 증상 확실"

이날 경찰은 오후 3시부터 방송장비를 철거하는 등 프레스센터 주변을 봉쇄하는 등 집회를 원천 봉쇄해 언론노조의 반발을 샀다. 언론노조는 "집회와 상관없이 프레스센터는 서울신문이 소유한 사유지로 집회 신고 자체가 필요없다"고 항의했으나 경찰에 통하지 않았다.

언론노조 관계자들은 "사유지에 함부로 들어와 무대를 철거하고 방송장비를 끌어가는 것은 불법"이라고 반발했다. 불법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이날 집회는 언론노조 차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체들이 합류해서 집회가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봉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원천봉쇄로 조합원들의 출입을 통제해 언론노조의 총회는 1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반 가량 늦게 시작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오늘 총회 안건은 단 하나"라며 "언론악법 저지와 민주주의 사수를 반드시 이뤄내는 것"이라고 밝혔고 조합원들은 박수로 동의했다.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언론노동자 100~200명 모이는데 경찰 몇 개 중대가 와서 건물을 에워싸는 것을 보고 생각보다 빨리 정권이 말기 증상을 보이는 것 같다"고 꼬집었고 심석태 SBS 본부장도 "이 자리에 오면서 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이날 총회에 참석한 백재웅 동아일보 신문인쇄 부장은 "작년 5월 촛불정국에서 동아일보의 부수가 많이 떨어졌는데 회사는 이를 타개하겠다며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며 "정말 부끄럽지 않은 동아일보를 인쇄고 싶고 투쟁을 해서라도 동아일보를 멈추고 싶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총진군이 시작됐다'는 제목의 노동절 결의문에서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악법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여 정권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여론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악의 씨앗'"이라며 "언론노조의 모든 조합원들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단합된 모습으로 총진군 시작을 결의한다"고 말했다.

▲ 경찰들이 프레스센터 앞마당에 들어와 언론노조가 설치한 무대 장비를 철거해 가고 있다. ⓒ언론노보

▲ r경찰의 봉쇄 가운데 열린 '언론장악 저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언론노조 총회' 모습. ⓒ프레시안

▲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언론자유 수호를 염원하는 풍등을 띄우고 있다. ⓒ언론노보

시민들 게릴라 시위 전개 …경찰 40여 명 연행

종로3가, 명동 밀리오레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경찰과 시민의 충돌이 더욱 강도높게 빚어졌다. 이날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노동자 대회를 마친 시민들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게릴라 시위를 전개했고 경찰은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최루액 물총부터 곤봉까지 사용하며 강경 대응을 벌였다. 시위대는 투석전을 전개하며 맞섰고 경찰은 40여 명의 시위대를 연행했다.

시민들의 부상도 속출했다. 오후 6시 경 종로3가 단성사 앞에서 "이명박 정권 물러나라"를 외치며 도로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은 경찰이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경찰의 방패에 맞아 머리가 깨지고 길에 넘어지는 일이 다수 발생했다. 오후 8시경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도 경찰은 자진 해산을 선언하고 흩어지려는 시민들을 인도로 밀어붙이면서 일부 대학생들이 경찰에 부상을 입었다.

또 이날 시위대는 돌을 던지는 등 투석전을 전개해 격해진 민심을 반영했다. 시민들은 명동 밀리오레에서 시위대를 해산시키려는 경찰에 대응해 보도블록을 깨고 이것을 경찰에게 던졌다. 투석전은 용산 참사 다음날인 1월 21일날 발생한 이후 처음 발생했다.

또 이날 집회를 취재하던 언론은 경찰과 시민들에게 폭행이나 봉변을 당해 최근 언론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집회현장을 취재하던 <커널뉴스> 기자는 경찰에게 목이 잡힌 채 끌려나왔을 뿐 아니라 경찰 방패에 팔을 맞아 찰과상을 입었다. 또 흥분한 시위대는 시위대를 촬영하는 KBS와 SBS 기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했고 일부 시위대는 '채증' 등을 우려하며 "찍지말라"고 외치며 촬영 기자를 밀쳤고 시위대 사진을 찍는 <한겨레>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부셔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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