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촛불 과민 반응'?
촛불 집회에 '엄중 처벌' 방침을 밝혔던 정부는 이날 오후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장관의 이름으로 "폭력 시위를 자제해 달라"며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미 경찰은 161개 중대 1만1000여 명을 동원해 청계광장을 원천 봉쇄했다. 경찰은 청계천 산책로를 막고,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사 관계자까지 통제해 곳곳에서 원성을 샀다. 3~4명의 청소년이 모이자 100명 넘는 병력을 긴급 배치하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열린 2일 서울 청계광장에는 관람객 대신 경찰로 만원을 이뤘다. ⓒ프레시안 |
이날 오후 7시부터는 청계광장부터 시청 앞 광장까지 '하이 서울 페스티벌' 퍼레이드가 예정돼 있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30분경 '시위대'를 막는다며 시청역 12개 출구를 셔터를 내려 모두 봉쇄했다. 영문을 모른채 출구를 향하던 시민들은 경찰에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며 "이건 완전 계엄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또 지난 1일 노동절 집회에 이어 이날 시청역 무정차를 서울메트로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어제 1시간 무정차 한 것을 두고 무수한 민원을 받았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청역 모든 출구를 봉쇄한 경찰을 두고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최소한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는 해야 하는데 경찰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과격 시위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 12일 경찰은 촛불 집회를 막는다며 시청역 전 출입구를 봉쇄해 서울메트로와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프레시안 |
▲ 이날 청계광장 주변을 봉쇄한 경찰 버스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레시안 |
온갖 난리 펴던 경찰…결국 "애 빼고 다 잡아!"
경찰의 '난리법석'은 결국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시청과 청계광장 일대에는 참가자만 수백 명이 넘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 퍼레이드 준비와 이를 보러온 1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북적였다. 애초부터 '시위대'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오후 7시,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흩어져 있던 2000여 명의 시민들은 퍼레이드 행렬 옆으로 "독재 타도, 명박 퇴진"을 외치며 도로를 행진했다. 경찰은 이들을 막기 위해 세종로 인도 쪽을 병력으로 막았지만 역시 소용없었다. 한때 퍼레이드 중간으로 경찰 부대가 난입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오후 8시, 퍼레이드가 끝나고 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 개막식에는 행사 관중과 시위대가 함께 참석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손피켓을 들고 연신 구호를 외치던 시민 중 일부가 무대로 올랐고, 개막식은 시작 5분 만에 중단됐다.
이후 경찰은 시청 광장에 대대적으로 병력을 투입했고 남대문경찰서장은 "즉시 해산하지 않을 경우 시위 군중으로 분류해 처벌내리겠다"며 일반인에게도 경고 방송을 했다. 얼마 안 있어 경찰은 시청 광장에서 외부로 나가는 도로를 막아서고 촛불을 들고 있던 시민을 연행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촛불'을 든 시민뿐 아니라 "마스크 쓰면 다 잡아", "애들 빼고 다 잡아"라고 명령을 내리며 무차별적으로 연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 신문사 기자가 충돌에 휘말려 실신하는 등 사고가 이어졌다. 현재 연행자 숫자는 60명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후 9시경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해산했지만, 경찰은 여전히 배치 인원을 줄이지 않고 또 다시 집회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도 곳곳을 통제했다.
▲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흩어져 있던 2000여 명의 시민들은 퍼레이드 행렬 옆으로 "독재타도, 명박퇴진"을 외치며 도로를 행진했다. ⓒ프레시안 |
▲ 이날 퍼레이드는 태평로 일대를 전면 통제한 채 진행됐다. 경찰은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 시위를 벌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인도에 병력을 배치한 것을 물론 광화문사거리에 대대적인 병력을 배치했다. 사진 오른편으로는 전경버스로 청계광장을 막아놓은 모습.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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