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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밥 안 먹으면 키 작아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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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밥 안 먹으면 키 작아지는데?"

[법률가들이 밥을 굶는 이유] 나의 긴 하루

법률가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등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관계법을 막기 위해서다. 단식에 들어가며 이들은 "법률가는 법률의 정함에 따라 사회관계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일주일에 두 번, '사회적 정의와 양심'을 위해 단식에 참여한 법률가들의 글을 싣는다.

이병훈 노무사가 단식을 시작한 지 27일로 15일이었다. 건장한 체격인 사람이 많이 말라 보였다. 그의 단식을 다른 법률가들이 중단시켰다. 대신 우리가 릴레이 단식을 하기로 했다. 그 첫 시작이 바로 나였다.

아침에 국회 앞에서 법률가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곧이어 아름다운 기업을 자임하는 금호그룹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했다. 이병훈 노무사의 단식은 바로 금호타이어가 불법파견 판정과 차별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비정규법을 악용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른 노무사들은 금호그룹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한 뒤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나의 24시간 단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점심을 거르고 오후 일정을 보았는데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저녁에는 방통대 동아리 학생들에게 노동법 강의를 해주는 날이다. 무료 강의인지라 강의료 대신 학생들과 저녁을 먹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 할 수 없이 쉬는 시간에 학생들에게 단식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오늘 저녁모임은 없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을 했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갔다. 아내가 저녁을 먹었냐고 물었다. 아침 기자회견 준비 때문에 일찍 나오느라 아내에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내에게 단식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였더니 괜찮겠냐고 물었다. 사실 이병훈 노무사만큼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내가 단식을 한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가보다. 그날 저녁에는 허기가 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아내와 7살, 5살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 있다. 아이들이 '아빠는 아침을 왜 안 먹어'라고 묻는다. 큰 아이는 '아빠 어제 술을 먹고 왔어'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큰 아이는 내가 아침을 거르는 것이 전날 음주로 속이 아픈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간단하게 단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아빠의 키가 작아질 수 있다고 놀린다. 평소 아이들이 밥을 안 먹으려고 하면 키가 안 큰다는 말을 자주 하였기에 그럴 것이다. 점심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끝으로 24시간 단식을 마감했다.

내가 공인노무사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보아온 것이 어느덧 9년째다. 특히 비정규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별다른 활동은 하지 못했다.

사실 지난 2006년 법이 만들어질 당시 나는 단병호 의원실의 법률보좌단으로 입법에 대한 검토를 한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 노동부는 사용 기간 2년을 주장하며 사용 기간에 대한 통계를 인용했었다.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보호는 고용안정과 차별철폐가 그 핵심이다. 차별시정제도도 거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고용안정 마저 요원한 일이 돼 버린 지금의 현실에서 법률가인 나의 모습이 마냥 초라해진다. 특히 단 세끼의 단식마저도 길게 느껴지는 나의 모습이 마냥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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