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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아무 것도 못하는데, 아무도 모르는 나의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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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아무 것도 못하는데, 아무도 모르는 나의 단식"

[법률가들이 밥을 굶는 이유] 단식 시작과 끝, 24시간

법률가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등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관계법을 막기 위해서다. 단식에 들어가며 이들은 "법률가는 법률의 정함에 따라 사회관계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일주일에 두 번, '사회적 정의와 양심'을 위해 단식에 참여한 법률가들의 글을 싣는다.

비정규직악법 폐지를 위한 법률가 릴레이 단식. 고작 하루 단식이건만 난생처음 세끼를 굶는지라 나름 비장한 마음으로 각오를 다졌다. 법률가 단식이라는 초유의 사태! 낮은 목소리로 시작하지만 거대한 함성으로 확산되리….

그러나 단식에 돌입한지 불과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허기가 느껴지는 순간부터 내머리를 온통 쑤시는 것은 비정규악법 폐기에 대한 염원이 아니라, 단식! 먹고 사는 문제뿐!

식욕은 무엇인가.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수 없을까.

그리고 단식을 감행하여 나마져 이리 쫄쫄 굶게 만든 이병훈 노무사의 결단과 고뇌. 이병훈 노무사의 단식소식을 접하고 제일 처음 떠오른 것은 나의 의뢰인들이었다. 지난 십년간 내게 기쁨이자 아픔이었던 수많은 노동자, 해고자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했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 결과를 떠나 당당했던 내 모습. 결과가 나쁘다 하여도 최선을 다했다면 그들은 나를 원망하지 않았고, 나 역시 만족해했다.

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정권과 자본의 극악한 탄압이라고, 신청인이 답변을 조리 있게 못했다고, 노동자위원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모든 것을 그들의 탓이라 돌렸다.

물론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나의 공이라 자랑했다. 그들의 삶의 어떻게 내팽겨지는 가는 나의 고민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나의 책임이 아니었다.

의뢰한 사건을 모두 승소하고도 승소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자본의 배신을 자신의 탓이라 말하는 이병훈 노무사. 이병훈 노무사의 단식은 법률가 모두의 반성을 대신한 것이다. 그의 무한 책임이 뭇사람들에게 감동과 성찰의 계기를 준다.

▲ 민주노총 경기법률원 장혜진 노무사.ⓒ프레시안

재작년 기간제법 시행을 앞두고 내가 다루는 법이 대체로 그러하듯 가난한 자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가진 자의 탐욕을 채울 악법이라 폐기를 외쳤던 기억이 있다.

법을 만드는 자들은 너무나 치밀하게 자신의 이익을 반영한다. 노자간의 역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정확하게 반영되는 것이 바로 법이 아닐 수가. 개악법안은 입법 이전부터 노자간의 역관계가 정확히 조율되어 성안되는 것이며, 입법 이후 비로써 그 피해가 속출했다. 따라서 개악입법을 막는 것은 입법 전부터 그리고 이미 법이 시작된 이후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릴레이 단식으로 시작한 우리의 입법저지 투쟁은 시작은 있을지언정 끝이 있을 수 없는 싸움이다.

허기가 본격적으로 느껴질 무렵 한 활동가에게 우리의 릴레이 단식농성에 대하여 설명해 줬다. 그러자 그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모르는 단식"이라고.

비정규악법 폐기를 위한 법률가 단식이라는 초유의 사태! 배고파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나의 이 엄청난 희생에 대하여 아무도 모르는 단식! 이라니

아! 그러나 나도 언제 한번 다른 이들의 단식에 관심이 있었던가. 언제나 하는 단식농성. 누구나 하는 단식농성. 어느덧 나는 극단적인 자기희생을 감행하는 투쟁에도 긴장하지 않았다.

투쟁하는 모든 동지들에게 경의를. 단식 1일차! 반성과 깨달음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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