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4.29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희망의 씨앗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4.29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희망의 씨앗들

[의제27 '시선'] 소통과 연대의 '연합정치'를 키워라

요즘 중·고등학교나 대학가에서는 중간고사가 한창이다. 정치권도 어제(4.29) 혹독한 중간시험을 치렀다. 이번 시험의 결과는 질과 양,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개선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동안 재보궐 선거 무용론의 근거로 제기되었던 극심한 투표율 저조 현상을 극복하였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 40.8%(국회의원 재선거 5개 지역)는 지난 10년 동안 치러진 재보궐 선거 투표율 가운데 2001년 10.25 재보궐 선거의 41.9%에 다음 가는 양호한 기록이다. 차이가 있다면, 2001년의 경우에는 치열한 접전의 결과 3곳 모두 한나라당이 석권(동대문을의 홍준표. 구로을의 이승철, 강릉의 최돈웅)하였고, 이번에는 전멸하였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에서는 의무투표제 등 투표율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여 왔다. 공원 무료 이용권 등 이벤트를 개발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심층적 사례연구가 더 필요하다. 아무튼 볼 만한 거리를 제공하는 양질의 경기가 관심을 끈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인 듯싶다.

둘째, 다른 평가 수단이 없는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재보궐 선거는 집권 여당과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난 10년 동안 재보궐 선거는 한나라당의 잔치 마당이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하에서 재보궐 선거는 총 13회가 치러졌는데, 한나라당의 패배로 평가되는 선거는 자민련의 약진으로 기록된 2003년 10.30 재보궐 선거뿐이었다. 최근의 결과만을 보면, 한나라당은 2004년 4.15 총선이후 5차례의 재보궐 선거에서 66곳 가운데 48곳에서 승리함으로써 승률 73%의 경이적인 기록과 재보궐 전문가 정당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집권 이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촛불국면에서 벌어진 2008.6.4 재보궐 선거에서는 수도권 단체장 3곳에서 모두 패배하였고, 이번 달에 치러진 경기도 교육감선거와 4.29 재보궐 선거에서 연패함으로써 재보궐 선거는 '집권당 지도부의 무덤'이라는 풍자를 사실로 만들어 주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의 최대 의미는 반MB 정서가 광범위하며, 투표를 통해 다른 해석의 여지없이 직접 표출되었다는 점에 두어야 한다.

셋째, 4.29 재보궐 선거가 진보개혁진영에 희망적인 이유는 그것의 성과가 적전 분열에 기인한 우연적 결과가 아니라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승리의 정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과정과 결과는 특히 2010년 6.2 지방선거가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연합정치의 효과이다. 지난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시민사회진영과 진보·중도정당이 공동 추대한 김상곤 후보는 41%를 얻었지만 만약 한나라당 성향의 세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였다면(52%) 결코 승리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막판 단일화에 성공한 조승수 후보는 울산 북구에서 49.2%를 얻어 한나라당의 박대동 후보(41.4%)에 완승할 수 있었다.

이번 4.29 재보궐 선거로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분명해졌다. 지금까지 한국정치는 선거에 임박해 후보단일화에 매달리는 선거연합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제 진보개혁진영과 지식인들은 정책연합, 정당연합, 정당통합 등 한국정치의 진보를 가능하게 할 다양한 수준의 연합정치에 대해 연구를 집중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이러한 고민이 창조적으로 적용되는 실험장으로 삼아야 한다.

넷째,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한계, 즉 정당정치의 후진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정동영 후보는 이번 선거로 두 가지의 기록을 갖게 됐다. 하나는 최고의 득표율(72.3%)이라는 영예이고, 다른 하나는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최초로 소속 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라는 불명예이다. 한국 정치사의 의미에 있어서나 개인의 이미지에 있어 후자의 치욕은 전자의 성과를 압도한다.

정치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에게 친박 후보가 당선된 경주 역시 박근혜 전대표의 위용으로 해석하기에는 편치 않다. 사실 정당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정동영과 박근혜라는 두 거물 정치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명백한 해당 행위 또는 은밀한 태업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4.29 선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 전개되었다. 낡은정치 청산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내걸고 당선되었던 전직 국가 원수가 정치화된 검찰에 끌려가는 것은 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한국 정치의 재난적 사건이다.

내일은 생명의 달인 5월이 시작된다. 이틀간의 연이은 사건들은 낡은 것들이 그렇게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정동영과 노무현, 박근혜와 MB는 새로운 미래가 아니라 벌써 낡은 인물이자 가치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큰 틀의 아주 새로운 정치, 오바마가 얘기하였던 대담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이 절실하다. 이번 4.29 재보궐 선거는 그것의 시작이 소통과 연대의 연합정치임을 보여주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