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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도 못 웃은 '3월 사상 최대 흑자', 뭐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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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도 못 웃은 '3월 사상 최대 흑자', 뭐가 문제?

66.5억 달러 흑자 뜯어보니…수출·수입 모두 감소

3월 경상수지가 66억5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소식이 아니다.

수입이 무려 전년에 비해 35.9%나 줄어 흑자를 냈다. 수출도 줄었다. 3월 중 수출은 280.7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22.0% 줄었다. 지난 2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8.5%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폭이 늘었다.

그래서 지난 2월 36.8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을 때 크게 의미를 부여하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사상 최대 흑자 소식엔 오히려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현 상황에서 낙관적 진단을 하기엔 이르다"며 오히려 진정을 주문했다.

3월 수출 감소폭 오히려 확대…선반만 늘고 자동차·정보통신 등 크게 줄어

한국은행이 29일 '2009년 3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을 발표했다. 3월 경상수지는 66억5000만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1~3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85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자세히 뜯어보면 결코 '환호'할 수만은 없다. 우선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 증가가 아니라 수입 감소에 기인한 것이다.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35.9%나 줄었다. 수입 감소는 그만큼 우리 경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로 향후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 내수용 수입(-34.6%) 뿐 아니라 수출용 수입(-37.8%)도 크게 줄었다. 이는 상품 생산과 수출이 줄고 있음을 뜻한다.

수출도 감소했다. 수입 감소폭이 워낙 커서 '티'가 안 났을 뿐이다.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2.0%나 줄었다. 지난 2월(-18.5%)에 비해 오히려 감소폭이 늘었다.

품목별 수출 동향을 보면 더 심각하다. 오로지 선박 수출 증가에만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선박만 전년에 비해 63.1% 증가했을 뿐 승용차(-47.4%), 정보통신기기(-28.8%), 반도체(-36.2%) 모두 크게 줄었다. 지난 2월과 비교해서도 선박(47.3%)만 증가세가 확대됐을 뿐 정보통신기기(-15.0%), 승용차(-34.3%) 등 주요 수출품들이 모두 2월에 비해서도 줄었다. 수출 감소세가 돌아선 게 아니라는 얘기다.

더구나 선박 수출액은 실제 들어오는 달러가 아니다. 선박은 수주한 뒤 실제 인도하기까지는 2-3년까지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수출액으로는 선박을 인도하는 시점에 한꺼번에 잡힌다. 따라서 3월 선박 수출액은 조선업이 최대 호황기였던 2006년께 수주한 물량이다. 지난해 4분기에 수주한 물량은 1척에 불과하다.

게다가 조선업체들은 계약과 동시에 수주액의 대부분을 이미 선물환으로 팔아버렸다. 이를 받아준 은행은 해외에서 단기 차입을 했다. 이 경우 조선업체들은 인도시 들어오는 달러로 은행들에게 갚으면 되니까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없다. 반면 은행들은 환 리스크를 대신 떠안고 외화를 단기차입해 조선업체에 넘기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업체의 선박수출액은 무역수지에는 수출액으로 잡히지만 실제 우리 외환시장에 들어오는 돈이 아니다. 들어오는 순간 바로 은행이 단기차입한 외채를 상환하느라 빠져나가는 돈이다.

▲ 월별 경상수지 추이. ⓒ 한국은행

한편 3월 서비스수지는 적자규모가 전달의 5억3000만 달러에서 6억5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해상화물 수송량 증가에 따른 운임수입 증가로 운수수지 흑자 규모가 전달보다 늘어난 6억6000만 달러였으나, 여행수지는 수입이 줄고 지급은 늘면서 흑자 규모가 전달의 3억8000만 달러에서 1억2000만 달러로 축소됐다.

소득수지는 12월 결산법인의 대외 배당금 지급 등으로 전달의 4억8000만 달러 흑자에서 2억2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이전수지는 전달과 비슷한 5억3000만 달러 흑자를 내 6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 지난달 자본수지는 21억8000만 달러의 순 유출을 나타내 순유출 규모가 2월의 29억8000만 달러보다 축소됐다.

증권투자수지는 외국인 채권투자의 순유출 규모는 확대되고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는 순투자로 전환되면서 2월의 1억6000만 달러 순유입에서 14억9000만 달러의 순유출로 전환됐다.

윤증현 "경제회복 신호 아직 없다"

지난 2월 37억 달러에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에도 "우리경제의 긍정적인 펀더멘털이 국제수지로 입증되고 있다"고 자신하던 윤증현 장관이 29일 '3월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선 다른 반응을 보였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3월에 66억 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든 것이 근원적 이유이기는 하지만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종합적으로 볼 때 아직 낙관적 시각을 갖기 보다는 경기 하강속도가 완화되었다는 정도로 받아들여야 하며, 세계경제의 흐름과 경제지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적절한 대책을 계속 마련해 가야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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