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지난 21일 하이닉스·매그나칩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4개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파견법 위반 진정사건에 대해 불법파견판정을 내렸다. 이번 판정은 지난 1월 노동부가 1개 하청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에 대해 합법도급 판정을 내린 데 대해 노조가 불복해 재진정을 제기한 결과 이뤄졌다.
***노동부, 하이닉스-매그나칩 불법파견 판정**
대전지방노동청은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및 하이닉스 매그나칩 반도체 하청노동자들이 (주)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와 (주)인화, (주)성훈 테크놀로지 등 4개 사내하청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파견법 위반 재진정 사건에 대해 "4개 사내하청업체의 인사노무관리상의 독립성 및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결여됐다"고 밝혔다.
대전지방노동청은 이어 (주)인화, (주)성훈테크놀러지 등 사내하청업체에 대해 "적정한 도급의 범위를 벗어나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반도체제조업에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있는 파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원청인 (주)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에 대해서도 "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내협력업체에게 근로자 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며 "이 역시 파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주)하이닉스측과 협력업체들이 파견근로가 아닌 합법 도급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으로, 사실상 (주)하이닉스와 협력업체가 불법적인 방식으로 하청노동자들의 근로를 이용해 왔음을 노동부가 인정한 것이다.
***민주노총, 시민단체, "하이닉스, 하청노동자 직접고용하라"**
이번 결정이 나자 시민사회단체들의 환영 성명이 잇따랐다.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비정규직으로서 온갖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으면서도 사회의 정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한 하청노동자들에게 경의와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며 "이번 노동부 판정은 정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어 "하이닉스 사측은 하청노동자들이 시급히 정든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또한 사측은 노동자들에 대해 우월한 존재가 아님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21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법대로'를 외치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해 온 하이닉스측은 노동부의 판정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이들 모두를 직접 고용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사측이 직접고용 조치를 내리지 않을 경우, 전 조직적 역량을 청주에 집결시켜 보다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우리 말이 맞았다"**
한편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청주지방노동사무소가 같은 사안을 두고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노조가 재진정을 한 끝에 이뤄졌다.
노조가 지난해 11월 청주지방노동사무소에 원청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와 4개 사내협력업체를 상대로 불법파견 진정을 제기했지만, 지난 1월 청주지방노동사무소는 4개 사내협력업체 중 (주)안호 소속 80여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이 이뤄졌다고 판정했다.
이같은 결정이 나자 하이닉스 하청노조는 물론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민변 등은 '부실조사 의혹'을 제기하며 청주지방노동사무소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또한 청주지방노동사무소는 결정문 통보에 앞서 사측에 사전 결정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청주지방노동사무소는 이같은 의혹이 일자 "사전유출과 유착 의혹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사안에 대해서도 충실한 조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주지방노동사무소의 상급기관인 대전지방노동청이 원심을 깨고 전 협력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결정을 내리면서, 청주지방노동사무소의 '부실조사' 의혹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노조 한 관계자는 22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누가 봐도 명확한 사측의 불법파견 행위에 대해 청주지방노동사무소는 합법도급판정을 내렸다"며 "이번 대전지방노동청의 판정은 진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고난의 행군'의 결과**
한편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당사자인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노조의 고통스러운 투쟁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올해 첫 번째 현안투쟁으로 상정한 민주노총의 측면 지원과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 연대활동도 이번 결정의 숨은 공신으로 평가된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노조 조합원은 지난해 31일 전원 해고된 이후 새해 벽두부터 천막농성을 진행하며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7개월 간 지속된 투쟁 과정에서 수십 명의 조합원들이 경찰 및 회사측 경비대와의 충돌로 크고 작은 부상이 감수해야 했다.
투쟁이 장기국면에 접어들고, 이들의 애환이 언론보도 등으로 전해지자 충북지역시민사회단체들과 각계 인사들이 하이닉스 사태에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충북지역 시민단체들은 하이닉스 사태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 결합했고, 충북지역 대학 교수 등 각계인사들은 공동 선언문을 채택해 이원종 충북지사에게 하이닉스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 첫 번째 해결해야 할 현안 사업으로 하이닉스 사태를 선정한 민주노총 또한 두 차례 충북 청주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하청노조 투쟁을 측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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