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4일 4.29 재보궐 선거에서의 '야권 단일화'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시기 자체가 뒤늦은 감이 있고, 지역 판세와 후보 성향을 볼 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세균 "야권 후보 단일화 제정당에 제안"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경기도 시흥에서 개최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재보선에서 국민의 뜻은 이명박 정권을 제대로 심판하자는 것이고,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는 반MB전선을 만드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진보개혁진영이 자신의 주장을 조금 양보해 대동단결하고 하나 되는 노력을 할 때 국민의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울산 북구에 민주당 김태선 후보가 진보개혁진영의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며 사퇴해 울산 야권 단일화의 밑거름이 됐다고 믿는다"며 "선거는 구도라는 말이 있는데, 진보개혁진영이 분열돼 있으면 어떻게 우리가 승리를 이야기 하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진보민주개혁진영이든 진보개혁진영이든, 민주개혁진영의 제정당 대표가 신속하게 만나 어떻게 이 정부를 심판할 것인지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현재 5군데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 중 울산 북구의 야권 단일화 움직임을 토대로 인천 부평을과 전주 덕진 등에서 진보진영 후보들의 협조를 당부한 것. 민노당은 인천 부평을(김응호)에 후보를 냈고, 진보신당은 전주 덕진(염경석)에 후보를 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진보 정당들이 후보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덕진의 경우 정동영 후보의 강세가 워낙 강해 후보 단일화의 효과가 미지수이고,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인천 부평을의 경우 '한 표'가 아쉽지만 민주당 홍영표 후보가 재정경재부 FTA 국내대책본부장이었다는 점에서 민노당이 단일화에 합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시장 보궐선거가 벌어지고 있는 시흥 지역에서는 단일화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정 대표가 '단일화'를 제안한 장소가 시흥 시장 민주당 선대본이 참석한 자리라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시흥 지역은 한나라당 노용수 후보와 민주당 김윤식 후보가 여론조사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이 '시민후보'를 표방한 무소속 최준열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 최 후보의 지지율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야권 단일화가 절실한 처지다.
민주 "계속 러브콜"…최준열 "끝까지 갈 생각"
이와 관련해 민주당 측에서는 선거기간 개시 이전부터 최준열 후보 측에 단일화를 위한 러브콜을 계속 보내왔으나 별로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선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단일화 필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준열 후보 측에서도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며 "주변에서 최 후보 측에 큰 명분을 위해 단일화를 위한 사퇴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후보 측에서는 아직까지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최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 제안을 한 번 받았지만 거절했고, 끝까지 (사퇴하지 않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준열 후보를 지원하는 시흥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흥은 4명의 한나라당 민주당 출신 시장들이 수뢰혐의로 파직되거나 임기 만료 후 사법처리된 적이 있다"며 "이와 같은 악순화의 고리를 끊고 양대 정당에 경고하고자 최준열 후보가 나선 것인데, 민주당으로 단일화 하는 것은 명분이 적다"고 역시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시흥 시장 선거, 한나라-민주 진흙탕 싸움
이 와중에 시흥시장 선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 간의 고발 경쟁으로 번지며 과열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노용수 후보 측은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선거법상 금지돼 있는 좌담회와 호별방문을 했다"며 경찰과 선관위에 수사의뢰를 했고, 김윤식 후보가 고 제정구 의원의 비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비서관'으로 칭하고 있다고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 김윤식 후보 측에서는 시흥 지역 언론 매체 2곳을 노용수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게재된 신문을 종전보다 발행부수를 늘리거나 중앙일간지에 끼워넣기 형식으로 배포했다며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상태다. 김 후보 측에서는 또 "노 후보가 30억 원대의 시흥시 예산을 마치 자신이 혼자 확보한 것처럼 선거공보물에 명시했다"며 노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행위로 선관위에 고발할 계획이다.
한나라-민주-진보연합의 3자 구도가 형성된 시흥시장 선거는 국회의원 재선거 못지 않은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어, 선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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