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다. 즐겁게 노래하기 참 힘들지만…"

[인터뷰] 용산 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 참가하는 '오!부라더스'

지난 1월 경찰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용산 참사가 오는 29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당시 숨진 5명 철거민은 여전히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올바른 사과와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유가족은 병원 영안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곳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처지이다.

팽팽한 긴장도 여전하다. 수사를 마친 검찰은 강경 진압을 한 경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고, 철거민 20명과 용역업체 직원 일부를 기소했다. 철거민, 이들을 돕는 사회단체 활동가는 수배 상태다. 병원과 참사 현장에는 100일 넘게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고, 재개발 공사를 강행하려는 조합과 시공사에 맞서 철거민의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산 참사 유가족을 돕기 위한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 희망'이 오는 23~24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추계예술대 추계콘서트홀에서 개최된다. 이승환, 이상은, 윈디시티, 오!부라더스, 브로콜리 너마저, 킹스턴 루디스카, 갤럭시 익스프레스, 블랙홀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나선다. 유가족을 돕기 위해 이들은 출연료 없이 나서며, 이승환의 경우 먼저 참여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음악과 용산 참사. 언뜻 보면 너무 멀어보이는 둘을 연결시킨 이 콘서트에 이들 뮤지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대에 설까. <프레시안>은 '오!부라더스'와 윈디시티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20일 만난 오!부라더스의 인터뷰를 먼저 싣는다.

"잘 나가는 분들도 영향을 받는걸요.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팀들은 그냥 영향만 받는게 아닙니다. 정말 힘들어집니다."

지난 20일 찾은 서울 망원동 스튜디오에서는 경쾌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음반 발매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오!부라더스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온종일 비가 그치지 않은 날이었지만, 산뜻한 음악은 어느새 바깥 날씨를 잊게 했다.

1998년 활동을 시작한 5인조 밴드 오!부라더스는 오랜 기간 활동해온 인디밴드다. 이전까지 국내에 드물었던 '길거리 공연' 문화를 일군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통 오리지널 로큰롤'을 추구하는 그들의 음악은 조금만 들어도 금세 어깨가 들썩거린다.

그러나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누군가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주제가 용산 참사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경직돼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중음악계라고 예외는 아닌 듯했다.

▲ 1998년 활동을 시작한 5인조 밴드 오!부라더스는 오랜 기간 실력을 인정받으며 활동해온 인디밴드다. ⓒ오!부라더스

"음악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사실 이번 콘서트가 오!부라더스에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이들은 그간 장애인을 돕는 공연, 밥 굶는 어린이를 위한 공연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한 콘서트에 참여했다. 베이스를 맡고 있는 이성문 씨는 "용산 참사 역시 마찬가지"라며 "음악을 가지고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데가 있으면 공연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한국 사람이고, 한국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있다. 우리는 정치가가 아니다. 전문가가 아닌 음악인으로서 사건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취지에서 참여하게 됐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이성배 씨의 답은 좀 더 간단했다. 그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사람이 죽은 일 아닌가"라며 "사실 경찰이 돌아가신 것도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철거민과 경찰 둘 다 돕는 것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보컬인 최성수 씨는 "돈도 돈이지만, 모여서 같이 슬퍼한다는 의미가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이들에게 이번 공연은 어색하지 않은 자리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자리이기도 하다. 이성문 씨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희도 그 무대에 서면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우리 음악은 즐거운 음악인데, 사람이 죽은 일과 관련된 무대에 서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한다는 게 힘들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마 많은 뮤지션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태에서 이번 무대에 서게 될 것이다."

드럼을 치는 안태준 씨는 얼마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집회에서 무대에 섰을 때의 씁쓸함이 가셔지지 않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는 "용산 참사 유족들이 영정을 들고 제일 앞줄에 있었다"며 "진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음악에 따라 경박스러운 공연이 됐다. 다행히 좋아해주셨지만…"이라고 말했다.

"철거민? 약자, 자꾸 뺏기는 사람들…"

▲ "철거민 편이라고 해서 100% 다 옳고, 저쪽은 다 나쁘고 그런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철거민 하면, 뭔가를 자꾸 뺏기는 사람들? 그런 느낌?" ⓒ오!부라더스

그렇다면 2009년 한국 사회 곳곳에 만연한 철거와 재개발을 오!부라더스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용산 참사 당시 경찰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화염병을 들고 용역업체 직원과 경찰을 막았던 철거민을 성토하는 여론도 있었다. 20일 동안 수사한 검찰은 '경찰'과 '철거민'의 편을 갈라 한쪽에는 무혐의를 한쪽에는 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성배 씨는 '철거민'하면 '약자에 대한 보호'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약하기 때문에 쉽게 망가질 수 있는게 아닐까"라며 "그래서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성문 씨는 "바라보는 시각을 무조건 이분법으로 나누는 미디어도 문제"라고 말했다.

"철거민 편이라고 해서 100% 다 옳고, 저쪽은 다 나쁘고 그런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철거민 하면, 뭔가를 자꾸 뺏기는 사람들? 그런 느낌?"

최성수 씨는 "철거민이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본다"며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시작점을 찾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하면서 다시 정착할 수 있을 만큼 방법을 마련해주지 않으니까 문제 아닌가"라며 "갈 데가 없으니까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다 많은 뮤지션 참여 방법도 고안해야"

콘서트 무대에 서는 밴드지만, 이들은 이번 콘서트에 대한 아쉬운 점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으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는 뮤지션들도 분명 있는데, 이끌어야 할 자리에서 이끌지 않고 있다는 것.

"음악계에도 일종의 귀족이 있다. 그런 분들이 참여해서 자기들 이야기도 좀 하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운동권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부자가 된 선배도 많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이 힘들 때 나서서 앞장서고, 후배도 설득하는게 좋지 않나."

예술인, 음악인이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게 아직도 망설여지는 분위기 속에서 용산 참사 문제에 보다 많은 이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문 씨는 "뜻 있는 뮤지션에게 공연 무대에 서서 한 마디씩 해달라고 한다거나 뱃지를 달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공연은 공연이니까 재미있게 즐겨달라"고 당부하는 이들이었지만 '사람이 죽은 일'에서 '흥겹게'하는 것 자체가 참 어렵다고 다시 한 번 되뇌인다.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자리가 아닌 가운데 즐거운 음악으로 무언가 앞잡이가 되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고 말한다.

최성수 씨가 한 마디를 던진다.

"뭐, 좋은 일은 앞잡이도 괜찮다."

길거리 음악 문화 이끈 밴드 "잘 사는 나라는 다 즐기던데…"

실력있는 음악을 자타로부터 인정받아온 오!부라더스. 그러나 인터뷰 중간 음악에 대해 묻자 오히려 어색해했다. '이런 기사' 끝에 자신들의 음악이나 앨범을 소개하면 더 부끄러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길거리 공연을 추구하는 자신들의 '음악하는 태도'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 오!부라더스가 길거리 공연에 주목한 계기는 간단했다. 이성문 씨는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이 다 그렇게 하더라"며 "안 하고 있으니까, 왜 안하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느새 오!부라더스는 국내에서 번지고 있는 길거리 공연 문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 어느새 오!부라더스는 길거리 공연 문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오!부라더스

"저희는 비주류 활동을 해왔다. 거리 공연을 하는 것도 단순히 공연할 데가 없어서가 아니라 나름대로 운동을 해온 거다.

길에도 문화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길에는 문화는 없고 상업시설만 있다.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 이동의 역할 외에는 없던 거리에서 음악이 울려퍼지면 좀 더 좋아지겠다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처지가 좀 나은 사람들이 할수록 문화적 폭발력이 더 큰데…."

이성배 씨는 "그런데 이렇게 길거리 공연을 하면 도로교통법에 걸리는 것을 아느냐"며 웃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경쾌한 음악을 들려주는 그들이 '범법자'가 되는 현실은 어딘가 '살던 곳에 살고 싶다'고 말하기 위해 '범법자'가 되어야 하는 또 다른 현실과 묘하게 닿아 있었다.

* 23~24일 진행되는 콘서트의 관람료는 1일 2만 원이다. 수익금 전액은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전달된다. 문의는 전화(02-749-0883)와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