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이 하고 다니는 말을 보면 마치 GM대우 사장 선거로 착각할 정도다. 경제부처 차관 출신인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는 "실물산업 경험을 살려 GM대우를 회생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민주당 홍영표 후보는 "GM대우 출신으로 생산현장은 물론 영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반드시 살리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왼쪽)가 19일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이재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GM대우를 반드시 정상화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 "GM대우에 대해 정부지원과 개입은 어렵다"고 말했던 이재훈 후보는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내 스스로 총대를 메고 정비 지원과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GM대우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추경에 GM대우 및 인근 부품협력업체 지원금 6500억 원을 편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고용안정 및 지역 핵심산업 긴급지원 특별법' 제정까지 약속했다. 사실상 'GM대우 특별법'이다.
▲20일 GM대우 라세트 승용차 구입식을 하고 있는 송영길 최고위원과 홍영표 후보. ⓒ송영길 의원실. |
이와 같은 'GM대우 살리기' 과열 경쟁에 대해 시장에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GM대우의 위기의 근본 원인이 미국 본사의 위기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 본사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지켜본 뒤 GM대우의 현재 재무 상태와 기술력, 시장 상황 등 자동차 산업 전망 등을 면밀히 따져본 뒤 대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당 공히 상대의 공약에 대해 '헛공약'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20일 국회에 출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GM대우 문제에 대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네럴모터스(GM) 전체 판매망에 의존해 자동차 매출이 이뤄지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정부가 독자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의 '공약'들이 '헛공약'일 수 있음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그는 특히 "지금은 우리 모두가 지원과 관련된 발언을 자제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금 진행 중인 GM대우 본사 실사 결과가 나오면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관계 부처와 협의한 뒤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자칫 선거용 이벤트성 공약에 의해 시장에 나쁜 사인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평 지역 경제에서 GM대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GM대우가 지역은 물론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영향을 고려하면 회생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도 크나큰 지상과제다. 특히 지역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GM대우 표심을 잡으려는 행동은 당연하다.
하지만 '책임있는 공당'이라는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행태라는 점에서 두고 보면 실망스럽다. 같은 시각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는 26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나 앉게 생긴 판이다. 이미 쌍용자동차가 위치한 평택은 부품 협력사 절반이 휴업에 들어가는 등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만약 이번에 평택에서도 국회의원이든 시장이든 재보궐 선거가 열렸다면? 쌍용자동차도 산업은행이 인수하거나 수천억 원의 추경이 편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지 않았을까.
앞으로 지역에 현안이 생기면 지역민들이 단결해 재보궐 선거 시즌에 맞춰 해당 국회의원을 사퇴시키고 보궐 선거를 치르자는 얘기도 나올 판이다. 뉴타운도 생기고, 특목고도 생기고, 쓰레기장은 다른 동네로 내쫓고, 국립대학도 유치하면 되겠다. 그들이 비판하던 지난해 총선 서울의 '뉴타운' 헛공약과 같은 욕망의 정치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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