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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홍헌호 칼럼] 추경의 고용효과, 17만? 28만? 55만? 164만?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대운하 건설사업에 4년간 14조 원을 투입하면 3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토부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에 4년간 14조 원을 투입하면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연평균 3.5조 원을 투입하여 일자리 20~30만 개를 창출할 수 있다니. 누가 보아도 황당무계한 코미디인데 유감스럽게도 지금 국토부 관료들과 시도지사들은 건설산업연구원과 합작하여 이 수치를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일자리 창출효과에 관한 정부발표, 말 그대로 중구난방

▲ 28조9000억 원 규모의 추경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얼마나 될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국토해양부의 전망에는 큰 차이가 있다. ⓒ뉴시스
정부가 주장하는 20만 개와 30만 개 수치 사이에도 차이가 큰데 도대체 일자리 창출효과를 추정하는 정부의 계산식은 어떠한 것일까. 정부관료들과 민·관 건설분야 연구기관들은 함부로 적용해서는 매우 곤란한 산업연관표상의 취업유발계수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며 그들의 수치들을 만드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수치들도 제각각 서로 다르다.

지난 1월 6일 정부는 <녹색뉴딜사업 추진방안>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놓고 향후 50조 원을 투입하여 95만 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지난 4월 6일에는 <추경효과 및 향후거시경제전망>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28.9조 원의 추경으로 2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50조 원을 투입하여 95만 6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면 28.9조 원을 투입하면 55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야 일관성이 있는 것인데 3개월만에 다른 소리를 한 것이다.

혹여 전자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부문에 대한 투자이고 후자는 그것이 작은 부문에 투자였기 때문인가? 그러나 그 내역을 살펴보니 정반대이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부문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인건비 비중이 높은 후자이다.

이렇게 경제관료들이 발표하는 수치들이 일관성이 없고 제각각인 것은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수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행은 정부발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은행의 수치는 정부발표와는 또 다르다. 최근 한국은행은 28.9조 원 추경을 편성하면 17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은행 주장대로라면 1조 원 추경으로 대략 5900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는 것인데 이런 주장은 지난 1월 9일 필자가 <프레시안>에 쓴 글 "96만개 일자리 창출? 무지가 낳은 코미디일 뿐"의 내용과 유사한 것이다. 필자는 당시 1조 원 추가투자가 4000개 정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뿐이라고 쓴 바 있다.

물론 필자도 추경의 성격상 정부가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투자에 집중 투자한다면 한국은행의 보고서와 같은 수치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재정부 관계자도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발표한 '28만 개' 라는 수치가 다소 과장된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국토부의 건설투자 일자리 추정, 한국은행과 10배 차이

일자리 창출효과에 대하여 기획재정부보다 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곳은 국토해양부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국토부는 4대강 정비사업에 4년간 14조 원(연평균 3.5조 원)을 투입하여 일자리를 20만 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한국은행, 재정부의 주장과도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행은 28.9조 원 추경을 편성하면 17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고 재정부는 28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국토부는 여전히 연평균 3.5조 원을 4대강 정비사업에 투입하면 20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우기고 있다.

국토부 계산식대로라면 연간 1조 원 추가투자로 무려 5만 7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은 연간 1조 원 추가 투자로 5900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한국은행 주장과 무려 9.66배나 차이가 난다.

국토부 계산식대로라면 28.9조 원의 추경은 1조당 5만 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서 도합 164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어이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건설투자의 고용효과, 교육투자나 복지투자의 1/3 수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혹여 국토부 관료들이 필자에게 일자리 창출효과를 추정하면서 왜 14조 원이 아닌 3.5조 원 운운하느냐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그것에 대한 대답은 재정부 관료들의 자료를 인용하며 설명하는 게 좋을 듯 싶다. 재정부는 지난 3월 24일 추경예산안 보도자료에서 "국고 1조 9950억 원을 투입하여 40만 가구에게 6개월간 월소득 83만 원에 해당하는 공공근로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향후 재정부가 이 사업을 4년간 지속한다고 가정하면 국고 투입액은 얼마나 늘어나고 일자리 수는 또 얼마나 늘어날까? 국고 투입액은 2조 원에서 8조 원으로 6조 원 더 늘어나겠지만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일자리 수에는 변화가 없다. 6개월짜리 일자리가 해마다 40만개 생겼다 사라지고, 생겼다 사라지고를 반복할 뿐이기 때문이다.

4대강 정비사업도 마찬가지다. 1년에 3.5조 원을 4대강 사업에 투입하여 한국은행 기준으로 1조당 5900개, 도합 2만 65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하자. 그 사업을 4년간 지속하면 일자리가 누적적으로 늘어날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공공근로사업에서처럼 2만여 개의 일자리 수가 4년간 유지될 뿐이다.

MB정부가 매년 3.5조 원을 건설투자가 아닌 교육투자나 복지투자에 투입하면 고용효과는 어떻게 될까.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분석해 보면 후자는 전자보다 3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더구나 건설투자가 부실건설사에 대한 '밑빠진 독에 물붓기 효과'를 가져올 때 건설투자의 생산유발효과나 고용유발효과는 교육투자나 복지투자와 비교가 안 되게 낮게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것은 국토부의 이런 엉터리 추정에 대한 재정부의 태도이다. 재정부는 1조 원의 추가투입이 5900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1조 원의 추가투입이 5만 7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가져온다는 국토부의 주장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아니 재정부가 마지못해 국토부의 주장을 수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4년간 4대강 정비사업 등 녹색뉴딜에 대한 50조 원의 투자로 96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우기며 국토부의 주장을 거들고 있다. 재정부 관료들이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링컨이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다. 많은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불행히도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자신들의 개인적인 사익을 위하여 많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이고자 하는 무모한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고 있는 건설족들과 이들과 얽히고 설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권력층들의 탐욕이 악취를 풍기며 넘실거리고 있다.

1990년대 일본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사는 아주 분명하게 이들의 비극을 예고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탐욕에 찌든 권력층들은 이런 역사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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