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멕시코 실업률이 3%대?
정부가 발행하는 <국정브리핑>은 지난 2006년 12월 1일자 기사에서 "멕시코, NAFTA 타고 성장 기지개"라는 제목을 달고 이렇게 썼다.
"멕시코 실업률(통계청)은 지난 1995년 페소화 위기로 6%대까지 급등했었지만 최근에는 2003년 3.41%, 2004년 3.92%, 2005년 3.58% 등으로 3%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분별력을 가지고 자료를 해석하는 경제전문가들 중에서 멕시코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남미 통계자료들을 보면 대부분의 나라들의 실업률은 7~9% 수준이다. 멕시코와 비교가 안 되게 경제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칠레의 실업률도 2000년대에 6~8% 수준이다. 멕시코 정부가 정상적인 방식으로 실업률을 산출한다면 멕시코의 경제현실에서 3%대의 실업률이라는 수치가 결코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 중남미 주요국의 실업률(%)
(주와 출처) 통계청이 국제통계연감에서 소개한 18개국 전부의 실업률 |
혹여 멕시코의 경제성장률이 너무나도 좋아서 저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닐까. IMF 자료를 근거로 NAFTA 발효 전후 중남미 나라들의 1인당 실질경제성장률을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은 수치들을 얻을 수 있다.
□ 1980~2005년 중남미 주요국 1인당 실질GDP 성장률
(주) 1994년 NAFTA 발효 (출처) : IMF 자료를 가공 |
표에서 보여지다시피 멕시코의 1인당 실질GDP 성장률은 1980년과 1993년 사이 중남미 32개국 중에서 16위를 기록했고, 1993년과 2005년 사이에는 18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만 3%대의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니. 멕시코 정부의 비정상적인 실업률 산출방식이 아니고서는 이런 수치들이 나올 수가 없다.
우리나라 대외경제연구원도 2004년에 내놓은 <NAFTA 10년에 대한 영향평가와 우리나라 FTA정책에의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멕시코 정부의 실업률 산출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의 실업률 산출방식은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사람을 실업자에서 제외하며-사회보장제도에 등록되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1주일에 1시간이라도 일을 한 사람도 취업인 수에 포함시킨다.-이러한 기준에 근거하여,멕시코 공식 실업율은 3%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는 보다 객관적인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서 공신력 있는 경제예측기관인 Global Insight의 실업율 통계를 사용하였다."
□ 멕시코의 실업률
(원자료 출처) : Global Insight |
2. NAFTA 때문에 멕시코 물가안정?
정부의 <국정브리핑>은 또 2006년 9월 26일자 기사에서 "배 떨어졌다고 까마귀 무서워해서야"라는 다소 유치한 제목을 달고 이렇게 썼다.
"90년대까지 두 자리 수를 기록하던 물가상승률이 3~5%대로 안정된 점은 NAFTA 이후 나타난 긍정적 변화"
정부의 이런 주장도 지나치게 아전인수식의 주장일 뿐이다. 역시 IMF 자료를 토대로 1980년대 이후 중남미의 물가상승률 통계자료들을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은 수치들을 얻을 수 있다.
□ 1990년 이후 멕시코 물가안정 순위
(출처) : IMF 자료를 가공 |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다 인정하듯이 2000년대 들어 중남미 국가들 중 멕시코만 물가안정을 이룬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관료들처럼 표피적으로 드러나는 수치만을 보고 멕시코의 물가안정을 NAFTA의 영향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3. NAFTA 이후 캐나다·멕시코 고용 급증?
2007년 1월 8일 산업자원부는 "한미FTA의 고용증대 효과분석"이라는 보도자료를내고 이렇게 주장했다.
" NAFTA 발효 이후 캐나다·멕시코 모두 고용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남. 1993년과 2004년 사이 캐나다 고용은 25% 증가, 멕시코는 32% 증가,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7% 증가."
정부의 이런 주장도 지나치게 수치들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결과이다.
□ 중남미 주요국의 고용증가율(%)
(출처) : ILO (남북아메리카 대륙 국가들 중 ILO가 1993년과 2004년 취업자 수를 모두 기록한 22개국 자료 전부를 토대로 함) |
위의 표에서 보여지다시피 1993년과 2004년 사이 멕시코와 캐나다의 고용증가율은 남북아메리카 대륙 국가 22개국 중 각각 13위와 14위 수준이었다. 멕시코와 캐나다의 고용증가율이 특별히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또 경제관료들이 15세 이상 인구, 즉 경제활동가능인구의 증가율이 서로 다른 우리나라와 캐나다, 멕시코의 취업자 수 증가율을 단순비교하는 것 또한 무모한 짓이다.
□ 한국·캐나다·멕시코의 고용 변화 추이
(주) 한국의 자료는 ILO 1993년 자료가 없어 1994년 자료로 대체함 (출처) : ILO 자료를 가공 |
위의 표를 보면 1994년과 2004년 사이 우리나라의 취업자 수는 15세 이상 인구가 14.5% 증가할 때 13.3% 증가하여 고용률을 0.5% 떨어뜨린 반면, 1993년과 2004년 사이 멕시코의 취업자 수는 15세 이상 인구가 30.4% 증가할 때 23.5% 증가에 그쳐 고용률을 2.9%나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같은 기간 캐나다의 고용률은 다소 나아졌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정부 관료들처럼 NAFTA의 영향으로 캐나다와 멕시코의 고용이 크게 늘어났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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