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의 정치권 로비를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를 12일 오전 소환해 14시간30여분 동안 조사를 벌인 뒤 일단 귀가 조치 시킨 뒤 13일 노 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를 벌인다.
또한 '여권 로비'와 관련해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이 대선 전 박 회장으로부터 10억 원을 수수했다는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돼 '여권 로비'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노건호 씨 연이틀 소환
검찰은 건호 씨를 상대로 노 전 대통령 측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진 100만 달러 중 일부를 유학 자금 등으로 사용했는지 여부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일각에서는 건호 씨가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일이 발생했는데, 재산신고를 통해 재산이 노출되는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마음대로 재산을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박 회장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건호 씨는 연철호 씨의 500만 달러나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받은 100만 달러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11일 부산지검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특히 검찰은 권 여사에 대해 "참고인 신분이고 다시 소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 직접 돈을 요구했다는 정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여사는 '100만 달러'에 대해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고 진술했지만,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건호 씨에 대한 조사가 완결되면 곧이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 전 대통령은 12일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해명과 방어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재임 시절 돈 거래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천신일, 대선 전 10억 수수 의혹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50년 지기'로 절친한 사이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10억 원 가량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수사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BS는 이날 "박 회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지난 2007년 대선 전에 천신일 회장에게 모두 10억 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천 회장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과 천 회장이 대한레슬링 협회 회장과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친분을 쌓는 등 막역한 사이였고, 천 회장이 박 회장에게 박진 의원을 소개하는 등 박 회장이 새 정권 권력실세들의 연결고리로 천 회장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천 회장의 '역할'이 주목받았었다.
검찰은 현재 천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둔 상태이지만, 정작 소환 조사 등 수사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야당의 반발은 물론 검찰 주변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사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칼을 겨누고 있는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이 알려진 시점에서 천 회장에 대해 적극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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