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에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이미 기정사실로 보도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몰랐다'면 의문이 가겠지만 중요한 것은 '증거'"
▲ 노 전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선언했다ⓒ사람사는세상 |
그는 "도덕적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주는 실망과 배신감의 크기도 다르고, 역사적 사실로서의 의미도 다르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의 주장대로라면 연철호씨가 받은 500만 달러는 정상적 투자금이라 해명조차 필요없는 사안이고 나머지 100만 달러와 별개의 3억 원은 권양숙 여사가 자신 모르게 받은 돈이다.
이 말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은 전혀 없다.
그는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하다"면서 "그래서 이렇게 민망스러운 이야기 하지 말고 내가 그냥 지고 가자고 의논도 해보았지만 결국 사실대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대로 가는 것이 원칙이자 최상의 전략이라는 것이다"면서 "그래서 참 구차하고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일반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몰랐다니 말이 돼?'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상식에 맞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증거다"고 말했다.
"민망하겠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그는 "(자신의 부탁을 받고 돈을 줬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저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연차 회장에 대한 외압 의혹을 제기한 것. 노 전 대통령은 "저는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 회장이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남지 않은 상황'은 현 정부의 임기 말이나 되야 가능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물론 향후 재판부와 노 전 대통령 측의 공방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권 여사가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그것을 직접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증거가 잡히긴 매우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은 "그 동안 계속 부끄럽고 민망스럽고 구차스러울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성실히 방어하고 해명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난 여론은 감수하고 가겠다는 이야기다.
특유의 정면돌파 선언, 사태 장기화될 듯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는 최근 "스타일을 알지 않냐"면서 "사실인 것은 인정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맞설 수 밖에 없다"고 전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처럼 '정면돌파'를 선언한 이상 상황은 상당히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측근인사들의 손발이 묶여있고 민주당도 '노무현 색깔빼기'에 한창인 마당에 노 전 대통령 옆에는 소수의 측근인사들과 인터넷을 중심으로한 지지자들 밖에 없다.
고비고비마다 고립을 자초하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던 노 전 대통령의 스타일이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정국 구도가 상당히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노 전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도 민망한 일이라 변명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언론들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 놓아서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재는 주로 검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이미 기정사실로 보도가 되고 있으니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민망스러운 이야기 하지 말고 내가 그냥 지고 가자. 사람들과 의논도 해 보았습니다. 결국 사실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도덕적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주는 실망과 배신감의 크기도 다르고, 역사적 사실로서의 의미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된 것은 사실대로 가는 것이 원칙이자 최상의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 구차하고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습니다.
'몰랐다니 말이 돼?'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상식에 맞는 일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증거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도를 보니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저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입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는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동안 계속 부끄럽고 민망스럽고 구차스러울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성실히 방어하고 해명을 할 것입니다.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제가 당당해질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일단 사실이라도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9년 4월 12일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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