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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고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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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선일보>의 고발, 반갑다

[박동천 칼럼] '장자연 사건'이 무엇인지 밝히면 될 일

이종걸 의원(민주, 경기 안양 만안)이 "조선일보 O사장"과 "스포츠조선 O사장' 열다섯 자를 국회에서 말한 이후, 우리나라 언론계에서는 "OO일보" 놀이와 "해당언론사" 놀이가 벌어졌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은 이종걸 의원을 인용하면서는 "OO일보 O사장과 스포츠OO O사장"으로 모자이크를 쓰면서, 이어 조선일보가 "면책특권 남용"으로 항의했다고 보도함으로써, 바보가 아니라면 OO에 들어가는 두 글자를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반면에 조선, 중앙, 동아는 말할 것도 없고 한겨레, 경향마저도 이종걸 의원의 발언을 모자이크 처리한 것은 물론이고, 보도자료를 돌린 주체조차 "해당언론사"라고 암호명으로 불렀다.

이 놀이는 점점 가지를 쳐서 상당한 경지까지 발전했다. 예컨대 유창선은 언론사들이 "해당언론사" 놀이에만 취해 "조선일보"를 밝히지 못한다고 꾸짖으면서도, 자기는 "유력언론사", "그 신문사", 그리고 "해당언론사"라는 은어를 더욱 자유롭게 사용했다(「이종걸 질의가 만든 '해당언론사'라는 신조어」). 경향신문은 여성단체의 시위를 보고하면서 시위 장소까지도 "광화문 OO일보 앞"이라고 가림막을 치고서는, 그래도 "조선" 두 글자를 아예 감출 수는 없었던지 "앞서 여성단체들은 조선일보사 앞에서 세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으나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된 언론사의 실명은 보도가 되지 않은 상태"(「언론들은 언제까지 'OO신문'하며 버틸 것인가?」)라고 썼다. "앞서" 있었던 기자회견이 조선일보 앞에서였다는 팩트를 보도할 뿐,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된 언론사의 실명을 가리킬 의도라고 지목될 빌미는 안 남기려는 변명체 어법이다. 이렇게 어려운 길을 돌고 또 돌아, 천재적인 수준을 넘어 거의 엽기적이라고 봐야 할 정도의 신중함을 쥐어짠 다음에 "조선" 두 글자를 이 기사에 담은 것이다.

이정희 의원(민노, 비례)이 9일 MBC <백분토론>에서 조선일보 O사장과 스포츠조선 O사장을 입에 담았다는 팩트도 내가 찾은 바로는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 그리고 경향신문만이 보도했다. 이러한 일련의 암호놀이 또는 가면극을 단계별로 정리해보면 6단계까지 나온다. 1단계: 장자연 문건에 조선일보 O사장과 스포츠조선 O사장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2단계: 이종걸의원이 이 사실을 국회에서 그대로 밝혔다. 3단계: 조선일보사는 이종걸의원에게 협박성 항의문을 보내는 동시에, 언론사들에게 실명을 거론하면 명예훼손으로 문제 삼겠다고 보도자료를 돌렸다. 4단계: 이 모든 단계에서 조선일보를 "유력신문사", "해당언론사" 따위 암호명으로 부른 언론계의 풍토를 꼬집은 유창선 등, 블로거들도 실명을 거론하지 못했다. 5단계: 경향신문은 "조선" 두 글자를 기사에 넣었지만,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된 언론사의 실명"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극구 변명했다. 6단계: 이정희의원이 <백분토론>에서 조선일보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그 사실이 뉴스거리가 아니라고 묵살했다.

▲이종걸 의원. ⓒ뉴시스
이 놀이가 계속 발전하면 어디까지 갈지 나는 자못 궁금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모처럼 보여준 결단력 탓으로 내 호기심은 표적을 상실하고 말았다. "OO일보"라고도 하고 "유력언론사"라고도 하며 "해당언론사"라고도 불리던 이 신문사에서 10일 이종걸의원, 이정희의원, 그리고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함으로써, 조선일보를 조선일보라고 부르지 못하던 족쇄에서 모든 언론사들이 풀려난 것이다. 무엇보다도 조선일보 자신이 한 가지 질곡에서 해방되었다. 이종걸의원의 발언을 애써 무시하는 척 연예단신으로 처리하면서도 곁눈질로 추이를 지켜보느라, 최근에 모 의원의 맹활약 덕분에 세상에 그런 병도 있는지가 널리 알려진 일종의 사팔뜨기 증상이 발생할 (또는 악화될) 걱정에서 풀려난 것이다.

이와 같은 조선일보사의 결단은 내게 일면 실망스럽지만, 동시에 일면으로는 반가운 일이다. 실망스러운 까닭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이 칼럼 원고를 완전히 새로 써야 했다. 나는 10일 오전에 한겨레와 경향신문과 블로거들이 벌이는 "해당언론사" 놀이가 별로 재미도 없고 대한민국 지성의 명예를 훼손할 뿐이라는 취지로 원고를 하나 썼다(「명예훼손의 전설」). 그동안 이와 관련된 기사들을 인용하면서 일일이 링크까지 달았다. 그랬는데 바로 그날 조선일보가 이종걸의원 등에게 공개결투를 신청함으로써, 그 원고는 완전히 시의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실망의 두 번째 이유로, 어쨌거나 나에게는 우리 언론계가 "해당언론사" 놀이를 이어가기 위해 얼마나 천재적인 기교와 수법을 추가로 개발하는지 끝까지 한번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반가운 것은 왜일까? 내가 원래 썼던 원고에도 들어있는 내용이지만, 우리사회에서 문필로 먹고사는 인종의 일부가 사나흘 동안 "해당언론사" 따위 말장난을 펼친 사태는 적어도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는 백해무익한 작태였다. 장자연의 죽음 및 그가 쓴 문건과 관련되는 모든 논란은 오직 그가 왜, 어떤 목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그 문서를 작성했는지, 그리고 그의 죽음과 그 문서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에 의존하는 종속변수다. "조선일보 O사장을 술자리에 만들어 모셨고, 그 후로 며칠 뒤에 스포츠조선 O사장이 방문했"다는 문장이 누구의 무슨 명예를 어떻게 훼손할 수 있는지를 가려내려면 무엇보다, 그 서술이 사실인지, 나아가 사실이라면 "모셨다"와 "방문했다"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가리키는지를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형법 제307조 조문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①항), 또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②항)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술자리에 모심을 받는 것이 항상 명예훼손일 수는 없듯이, 술자리에 모심을 받았다는 서술을 인용하는 것이 자체로 명예훼손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술자리에 간 적이 없는데 갔다고 써놓은 문건을 인용했다고 쳐도, 명예훼손이 되려면 그 술자리 자체가 무슨 명예훼손스러운 자리여야만 할 것이다. 만약 "조선일보 O사장을 술자리에 모셨"고, 며칠 후 "스포츠조선 O사장이 방문했"다고 서술된 요소 중 하나 또는 둘 다가 사실이라면, 대단히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그 서술을 인용한 행위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를 구성할 수는 없다. 특정한 조건이란, 그 술자리 자체가 명예훼손스러운 자리여야 하고, 나아가 문건의 내용을 인용해서 공표한 행위가 공익이라는 관점에서 필요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어야 한다.

고발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는 "본사 임원은 장씨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이종걸의원은……본사 특정 임원이 장씨 사건과 관련된 것처럼 이야기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만 나와 있다. 고발장 안에 "술자리에 가지 않았다" 또는 "방문하지 않았다"고 특정하는 대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장씨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만 주장하는 것이라면 흥미로우면서도 아쉽다. 법정공방을 시작하는 단계에서조차, "1등신문"이랍시고 젠체하는 대형신문사가 쟁점을 특정화하지 않고 얼버무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습관성 무별주의에 중독된 탓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가 있는지가 궁금한데, 전자라면 지성이 미개한 사람에게 고발장 작성을 맡긴 조선일보의 분별력이 가련하다. 후자라면 무슨 이유가 있는지 검찰의 수사로 사연이 밝혀질 것이다.

고발이란 곧 공론장에서 논쟁을 벌이겠다는 의사의 표시다. 어떤 사실 또는 허위를 적시했다는 이유로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고발을 한다는 것은 적시되지 말았어야 할 그 사실 또는 허위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널리 알려졌다는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삼을 때에만 정합적인 행위가 된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고발을 쉽게 못하는 사정을 견줘 생각해보라. 언론사들이 "OO일보", "해당언론사" 따위로 가면극 또는 암호놀이를 벌였지만, 이미 충분히 많은 수의 국민이 실명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조선일보 스스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고발을 실행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조선일보사의 속내를 모르니 어떤 부자연스러운 이유가 작용했는지야 내가 알 길이 없지만, 명예훼손의 고발은 더 이상 감춘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만 합리적으로 이해되는 행위인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하면 연이어 관찰할 수 있는 사항이 두 가지 있고, 둘 다 따져볼 가치가 있다.

우선, "해당언론사" 놀이가 백해무익했다는 내 평가를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처럼 보인다. "OO일보", "유력신문사", "해당언론사" 따위로 적은 보도, 그리고 그런 행태에 대한 비판이 번져나가는 와중에 빈칸에 들어가는 두 음절이 "조선"이라는 사실도 덩달아 전파된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언론계의 "해당언론사" 놀이를 변명하고픈 사람은, 나 같은 비판자에게 "봐라, 시간이 지나면 다 알려질 것이므로 서둘러 실명을 밝힐 필요가 없었다"고 대꾸할 것이다. 심지어 프레시안에 실린 [김종배의 it]에서는 이종걸의원의 질의까지도 성급했다고 성토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착시현상일 뿐이다. 이종걸 의원의 질의가 있기 전에도 "유력신문사"가 조선일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알았고 모르는 사람은 몰랐다. 이종걸 의원의 질의가 있은 담에도 "해당언론사"가 조선일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알았고 모르는 사람은 몰랐다. 암호놀이를 보면서 실명을 추측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겠고, 추측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겠고, 추측을 공표할 사람도 있었겠고, 공표는 하지 않을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정은 보도가 있든 없든 항상 똑같다. 이 세상 어떤 일에 관해서든,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것이다.

이럴 때 언론이 할 일은 밝힐 가치가 있는 사실을 공표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밝힐 때에는 가능한 한 빨리, 불필요한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 한 가장 빨리 밝혀야 한다. 이 경우에 무슨 피해가 예상되는가? 조선일보가 문건에서 거론되었다는 사실은 어차피 이종걸 의원이 말을 안 했어도 소문과 추측으로 "알 만한 사람"에게는 다 알려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차이는 장자연의 죽음과 관련된 수사가 매듭지어진 다음에 뒷공론의 형태로만 알려지느냐, 아니면 그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앞공론의 형태로 알려지느냐뿐이다. 이 일과 관련해서 조선일보 및 그 "특정 임원"에게 보호받아 마땅한 명예가 있다면 반드시 공공기관의 권위 있는 수사를 통해 앞공론의 형태로 보호를 받아야 옳다. 도무지 보도를 늦춤으로써 예방될 피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는 사안이 아닌가?

다음으로, 조선일보가 고발장을 낸 10일의 사정이 그와 같다면, 그럼 9일 밤에는 어땠을까? 다시 말해, 조선일보가 이정희 의원을 고발대상에 넣었다는 것은 그 회사의 입장을 최대한 살펴서 고려하더라도 자가당착밖에는 되지 않는다. 장자연 문건의 존재가 확인된 후, "유력신문사"가 조선일보임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 몇이었는지는 "보고받은 적 없다"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을 보고 알아서들 판단하시라. 그러나 적어도 이종걸 의원의 질의가 나온 후, 보도를 최대한으로 억제한 언론계의 묵계 아래서도 "해당언론사" 놀이의 실체는 널리 번져나갔다. 그러다 10일에는 조선일보가 보기에도 더 이상 묻을 수 없게 번진 것인데, 9일 밤 <백분토론>을 시청한 국민 가운데 이정희 의원의 발언을 듣고서야 "OO일보"가 조선일보임을 알게 된 사람이 몇이나 된다는 말인가?

이정희 의원은 아무것도 새롭게 밝히지 않았다. 단지 다들 알고 있지만 조선일보의 협박에 굴복한 언론인들의 말투를 따르지 않은 것뿐이다. 그러므로 그런 이정희 의원을 고발대상에 끼워넣었다는 것은, 조선일보가 "명예훼손"이라고 부르는 죄목이 사실은 괘씸죄라는 점을 알려준다. 무슨 짓을 해도 스스로 먼저 공표하지 않는 한 보도되지 않을 특권을 짓밟혔다는 감정의 표현인 것이다.
▲ 이정희 의원. ⓒMBC

조선일보에게 이정희 의원이 괘씸하다면, 이종걸 의원과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은 얼마나 더 괘씸할까? 실명을 거론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고 협박장 또는 경고문 또는 탄원서를 (조선일보의 명예를 혹시나 훼손하게 될까봐 두려워 이렇게 조심하고 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좍 돌렸는데도, 감히 국회에서 "조선" 두 글자와 "O"씨 성을 입에 담았고, 또 그것을 받아 적었기 때문이다. 이 괘씸한 것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데, 이종걸 의원에게는 헌법이 보장한 면책특권이 있다. 의원의 국회내 발언을 사법부가 문제 삼으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한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 의원들에게 무슨 도덕적인 소신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아무리 많더라도 이런 경우에 자기편으로 일괄 찬성해주리라고 기대한다면 조선일보적 시각에서도 과대망상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높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은 이종걸 의원의 발언을 받아 적은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가 이 의원에게 항의했다는 팩트를 적었기 때문에 이 역시 조선일보식 관점에서 봐도 시비할 명분이 별로 없다.

얼마나 답답하고 성가셨을지 이해가 된다. 그런 차에 이정희 의원이 <백분토론>에서 조선일보를 입에 담자 앞뒤 정황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상대를 적대시하면서 고발장을 낸 모양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했듯이, 설사 조선일보 O사장 일곱자를 말하는 것이 무슨 명예훼손스러운 일이라고 백보를 양보해서 가정을 하더라도, 이미 이정희 의원이 TV에서 발언한 시점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고 추정된다. 이종걸 의원의 경우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상관없이, 장자연 문건에 조선일보 O사장 이름이 나온다는 사실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질의했을 뿐이다. 시비를 걸어서 성가시게 할 수는 있겠지만, 법정에서 이길 확률은 내가 보기에 별로 없다. 오마이뉴스도 아니고 프레시안도 아닌 서프라이즈 대표를 고른 것은 이런 고려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성 가설을 이렇게 공표하면 나도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당하게 될까?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하자. 조선일보가 시도하는 싸움은 소모적인 성격 말고는 아무 공공적인 의미가 없다. 조선일보 O사장과 스포츠조선 O사장이라는 각각 일곱자와 여덟자짜리 문구를 공표하지 말라고 했는데 공표했다는 서운함 또는 괘씸함 또는 심술의 표현 말고는 아무 의미도 없다. 조선일보 O사장이 이 나라의 군주라면,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나 골라 괘씸죄를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군주정에서라도 그런 짓을 하면 폭군이라고 불린다. 지금 이 개명된 민주주의의 시대에, 더구나 뉴라이트인지 낡은 라이트인지 몰라도 자유주의를 표방한다는 신문사가, 괘씸죄로 국회의원 두 사람을 혼내겠다고 나선다는 것은 가히 이 나라 역사에 은감불원(殷鑑不遠)으로 길이 기억될 일이다.

그래서 잘 처리해야 한다. 검찰은 장자연이 그 문건을 왜 썼는지, 쓴 다음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일들과 자살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경찰이 지금까지 수사의 초점을 못찾고 우왕좌왕했던 데에 비하면, 검찰에게 조선일보가 고발장을 낸 것은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장 씨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서 두 이 의원을 고발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장 씨 사건"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관련이 있는 것만으로 명예훼손이 되는 것인지를 검찰이 밝혀줘야 조선일보의 궁금증이 해소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당언론사" 놀이를 벌여오던 대한민국의 언론인들은 부디, 조선일보가 고발한 것만 가지고 놀이를 그만 두지 말고, 지금부터 더욱 유익한 방향으로 놀이를 발전시켜주기 바란다. 이제 조선일보 실명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우르르 조선일보라고만 써버리면 "냄비언론"이라는 비아냥을 자초하지 않겠는가? 만약 가령 일본인 누구라도 나중에 이런 일을 들먹이며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조롱하면, 기분은 나빠도 틀렸다고만은 우기기가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그러니 제발 지금부터 맘놓고 "OO일보", "해당언론사", "유력신문사"를 조선일보의 다채로운 별명으로 사용하는 유머감각들을 여기저기서 좀 발휘해 주기 바란다. 내 감히 장담컨대, 그 때문에 조선일보에게 명예훼손으로 걸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OO일보"라고 불러주지 않고 "조선일보"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이종걸 의원과 이정희 의원을 고발한 신문사가, 다시 "조선일보"라고 불러주지 않고 "OO일보"라고 부르는 사람을 명예훼손이라고 고발하기는 아무리 우격다짐이 전공이라도 왠지 뒤통수가 가렵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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