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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등, 노동자 해고 외엔 정말 답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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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쌍용차 등, 노동자 해고 외엔 정말 답이 없나요?"

[위기의 자동차, 위기의 노동자 ·끝] '분열과 분할'을 막아라

경제 위기로 인해 제조업,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제조업 종사자들이 가장 먼저 실질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구분도 큰 의미가 없다. 현재 먼저 '해고통보서'를 받아들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이지만, 경제 위기가 얼마나 이어질지 아무도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규직도 안전하지 않다.

대체 지금, 전국 곳곳의 공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 정책위원이 자동차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릴레이 기고로 고발한다. 이미 '해고'가 벌어지고 있는 쌍용차와 GM대우, 현대차의 '사례'를 통해 2009년 대한민국 노동자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파헤친다.

지난 3일, '2009 서울모터쇼'가 열리던 경기도 킨텍스(KINTEX) 앞에서 금속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피눈물로 만들어지는 자동차"를 형상화하는 퍼포먼스를 하다 경찰에 의해 무더기로 연행되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그런데 하루 전날, 같은 금속노조 정규직 지부장들이 모터쇼에 참석한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지난해 말 위기 극복을 위해 혼류생산과 물량 재배치 등 생산 유연화에 합의한 데 이어 최근 킨텍스에서 개최된 서울모터쇼 개막식에 김종석 지부장이 직접 참석, 신형 쏘렌토R의 최고 품질 확보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판매 확대에도 노조가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4월 6일

법정관리 중인 쌍용자동차의 노조 지부장이 이날 서울모터쇼장에 온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한상균 노조 지부장은 신차 'C200' 등을 공개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 요구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쌍용차는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있어 회생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4월 2일


▲ 2일 서울모터쇼에 참석한 노조 지부장들이 회사 관계자들과 신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사진 오른편에서 두번째가 기아차 김종석 지부장, 오른쪽 사진 왼편에서 두번째가 쌍용차 한상균 지부장. 한상균 지부장과 함께 포즈를 취한 쌍용차 이유일, 박영태 법정관리인은, 사진을 찍은지 6일 뒤인 8일 2646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뉴시스(왼쪽)·쌍용차(오른쪽)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것은 정규직 지부장들이 회사 관계자들과 나란히 신차 홍보에 나선 다음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폭력연행된 것만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김종석 지부장과 한상균 지부장이 홍보에 나선 기아차 쏘렌토R과 쌍용차 C200은 시장에서 나란히 경쟁하는 SUV 차종이라는 점이다.

특히 공황으로 인해 SUV 소비시장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어, 어느 한 차종이 성공하면 다른 차종은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장 상황으로 둘 다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둘 다 성공할 수는 없다. 얄궂게도 '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이 두 차종을 '서울모터쇼를 빛낸 베스트카'로 선정했다.

같은 금속노조에 속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표자들의 모터쇼를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다르니 "저 사람들, 같은 산별노조가 맞아?"라는 비아냥을 살만도 하다. 그런데 더 나아가 기아차와 쌍용차 노동자가 각각 새로이 선보인 SUV 차량 판매에 자신의 생존권이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라면?

상상하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어야만 살아남는 관계가 되어버린 노동자들이 하나의 노조에 속해 있다는 말이 되니까.

'해고'가 '자발적 퇴사'가 되는,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는 '4단계' 공격

모터쇼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지 6일 만인 8일, 쌍용차 이유일·박영태 법정관리인은 2646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고, 쌍용차지부와 금속노조는 "총력투쟁으로 맞서겠다"며 결전의 태세를 취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양상만으로 보자면 분열과 분할의 정도는 심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바로 '겉으로 보이는 양상'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 중요한 비밀이 숨어 있다. 분할과 분열을 만들어내는 공격은 지금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은, 공장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를 잘 보여준다.

STEP 1 감산과 휴업이라는 '심리전' 뒤에 해고의 첫 순위는 "저항 없이 순순히 제 발로 걸어 나갈" 비정규직이다. 정리해고는 일부 저항에 부딪혀 상당한 비용을 치르게 되니, 주로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이라는 방식이 사용된다.

그 이후 남은 이들은 "순순히 제 발로 걸어 나가지 않을", "본격적으로 공격할 경우 저항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다. 당연히 조심스럽다. 노조에 조직된 비정규직이 여기에 해당된다. "비정규직부터 희생시키려 한다"는 사회적 비난도 의식해야 한다.

종합해보면, 첫 단계에서 밀려나가는 노동자의 대다수는 미조직 노동자, 즉 노동조합이라는 보호막을 갖지 못한 이들이다.

STEP 2 감산과 휴업이 반복되면서 월급봉투가 더 얇아지고, 휴업과 휴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 삭감의 폭은 더 커진다. 그렇지 않아도 저임금인 비정규직은 생계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 장기간의 유급 또는 무급 휴직이 실시되면 적지 않은 수가 자포자기하며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다.

퇴사하지 않더라도 장기간의 휴업은 노동자의 저항력을 상당 정도로 떨어뜨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장기간의 휴업은 이들이 뭉치지 못하도록 흩어놓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도 주로 스스로 떠나는 이들의 압도적 다수는 미조직 노동자다.

STEP 3 장기휴업을 보내는 경우 가운데 가장 고약한 방식이 노사합의를 통해 정규직을 전환배치 하거나 혼류생산 혹은 라인설비를 재공사하는 것이다. 전환배치·혼류생산·라인재설비는 결국 공정 수를 줄이게 되고, 종국에는 일자리 수 감소로 이어진다. 이 경우에도 역시 밀려나는 대상은 비정규직이 되고 만다.

이 단계는 '노사합의'로 시행되는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비정규직을 밀어내는 것을 정규직 노사가 합의한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

STEP 4 그런 상태에서 장기휴업 후 일정 시점이 지나면 정리해고를 밀어붙인다. 이미 저항력을 상당히 상실하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비정규직 조합원을 정리하는 것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리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수월하다.

이런 일은 규모가 좀 큰 공장이라면 어디서나 비슷하게 진행되는 현실이다. 쌍용차에서는 이미 4단계의 상태에 도래했고, GM대우는 3단계를 거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는 이제 2단계와 3단계의 사이 어디쯤에 위치해있다.

10년 전엔 중고령층이 타겟이었지만 지금은 젊은 층부터 쫓겨난다

자본은 극심한 공황 앞에서도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갖고 1~4단계를 참을성 있게, 아주 조용히 추진한다. 그러다보니 비정규직이 밀려나는 것이 강제 해고가 아니라 '자발적인 퇴사'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게다가 정규직노조는 회사와의 합의를 통해 장기휴업 및 비정규직 집단해고로 가는 징검다리를 손수 놓아준다. 물론 그 합의에 비정규직의 의사는 반영될 틈이 없다. 그래서 그들의 분노는 회사 쪽만을 향하지 않는다.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밀려나게 만드는 정규직을 향해서도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그것은 현재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걸어 나가는 노동자"의 다수가 젊은 층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스스로 아직은 젊으니 다른 곳에 취업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저항하는 노동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30대 후반 이상의 연령대에 속해 있다.

그런데 현재의 위기는 1997년과는 분명히 다르다. 당시에는 정규직 특히 중고령층의 정리해고가 특징적이었다면 현재는 비정규직, 청년층의 고용감소가 두드러진다. 20~24세의 고용률 하락이 가장 심각하며, 15~29세의 청년실업률은 정부 공식통계 상으로도 무려 8.7%에 달한다. 즉, 젊은 층의 노동자가 재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쉽지 않은 취업난 속에 그들의 분노는 자연스럽게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게다가 이 세대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96~97 총파업투쟁의 경험과도 단절돼 있다. 다시 말해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의식이 매우 희박하다. 여기에 경험에서 나온 조직노동자에 대한 분노까지 겹쳐지면 자연스럽게 보수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고 만다.

민주노조운동의 차세대 주력이 되어야 할 청년노동자들의 상태를 이렇게 방치한다면? 그 답을 굳이 말하지는 않겠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유 없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말만 보태두자.

한 공장 울타리 안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벌이는 '생존 경쟁'은 이제 같은 산별노조에 속해 있는 서로 다른 기업의 노동자 사이로 확대된다. "우리 회사 차가 잘 팔려야 회사가 잘 되고, 그래야 내 고용이 보장된다"는 의식이 늘어난다.

실로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과정에서 자본은 절대 무대 위에 주연급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노동자 사이의 분열과 분할이 스며들도록 막후에서 밀어붙일 뿐!

'분열·분할 바이러스'의 침투를 어디선가는 막아야 한다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그 작전에 대안과 방책은 있을까? 아쉽게도 '쌈빡한' 대안은 없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상상해낼 수 있는 것부터 출발할 수밖에.

끝도 없이 밀려드는 바이러스들의 침투에 맞서, 가장 우선 중요한 것은 '승리의 경험'이다. 사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리해고 싸움의 역사에서 배운 중요한 교훈은 정리해고 명단이 통보된 이후로는 싸울 수 없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자의 안도감과 살아남지 못한 자의 고립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직 2~3단계의 어디쯤에 있는 현대기아차가 중요한 이유다.

ⓒ프레시안

지난 3월 31일 물량공동위 합의로 가장 먼저 고용의 위기가 발생할 곳은 HD(아반떼) 공동생산이 합의된 울산 2공장과 3공장이다. 위 합의문에 나온 "아반떼 추가 공동생산에 따른 여유인원"은 2공장 비정규직이다.

물론 "여유인원은 고용보장하되, 그 여유인원의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노사간 별도 협의한다"는 문구가 있지만 이제까지의, 혹은 다른 공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 결과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GM대우 전환배치 노사합의에서도 "비정규직을 해고한다"는 문구는 전혀 없다. 쌍용자동차와 GM대우차의 사례를 기억해보면, 유급휴직과 무급휴직도 고용보장책의 일종이라고 우겨대지 않았던가.

어쨌건 문구만 놓고 보면, 2공장의 경우 기존 SUV만 생산할 때보다 아반떼를 더 만드니 물량이 늘어나게 되는데 '여유인력'은 왜 발생할까? 그 비밀은 '혼류생산'에 있다. 싼타페와 같은 SUV 차량에 비해 아반떼는 소형차이니 조립에 필요한 공정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4명이 하던 기존 공정을 3명이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논리는 현장 노동자의 노동강도가 세지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다. 노동강도까지 감안하면 일자리는 오히려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 문제는 현장에서 중요한 갈등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어떻게 물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인원을 축소하자는 회사의 요구를 막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나쁜 바이러스'에 대항할 바이러스를 만들어라!"

사실 가장 좋은 대응책은 '단결'이다. 조직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들까지 힘을 합치는 일이 꿈같은 일일까? 같은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도 갈라서는 판에, 공장 밖의 노동자까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사례가 하나 있다.

2004년 일본에서는 노동법이 개정되어 제조업 고용주가 파견업체로부터 비정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 많은 기간제(파견직) 노동자들이 자동차, 전기, 기계 제조 같은 제조업 분야에 증가했다. 이들 노동자들 대부분은 회사의 기숙사에서 산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가 터지자 수십만의 노동자들이 갑자기 해고되었다. 그동안 이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조건에서 일해 왔지만 말이다. 그들은 심지어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고, 기숙사에서도 쫓겨나야 했다. 결국 이들은 거리에서 사는 수밖에 없었다.

12월 31일부터 1월 5일까지 일본의 대부분의 기업이나 가계 그리고 공공기관은 휴무였다. 이 때, 시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와 시민 단체, 노동조합 그리고 농민 단체와 법조인들이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하기 위한 '텐트촌' 활동을 시작했다. 텐트촌은 도쿄의 한가운데인 히비야 공원에 세워졌다. 이들 해고 노동자 가운데는 주머니에 1000엔(10달러 정도)도 안되는 돈이 전부인 사람들도 있었다. 장기의 해고 때문이었다. 한 노동자는 텐트촌 소식을 듣고 도쿄에서 100km 밖에 있는 이바라키 현에서 맨발로 걸어왔다고 말했다. 텐트촌에 등록한 노동자들의 수는 500명이 넘는다. 일본철도노조총연합의 조합원은 텐트촌을 지원하기 위해 6일 동안 자원봉사자로 참가하며, 텐트와 식사 준비를 하기도 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기대 이상으로 모이자 준비한 침대와 텐트가 부족할 정도였다. 그래서 텐트촌은 보건 및 노동복지부 장관에게 건물 안에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장관의 집무실은 공원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장관은 마침내 노동자들의 숙소를 위해 공원 강당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했다. 하지만 장관은 제조업에 대한 기간제 노동자 채용을 금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출처 : 국제노동자교류센터(http://blog.daum.net/iclskorea/7011063)

비정규직법 개악, 최저임금제 한시적 적용 중단 등 이명박 정부가 하고 있는 가장 빈곤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공격은 일본에서는 이미 2004년 벌어진 일이었다. 모든 업종에 자유롭게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는 공황이라는 위기 상황에서의 대량해고였다.

실업으로 몰린 미조직 노동자들은 집단적인 텐트촌이 도심에 설치되자 수도 없이 몰려왔다. 새로운 저항의 장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왜 우리는 이런 상상력이 없는 것일까?

사실, 금속노조는 이미 이런 '텐트촌'을 만들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월 16일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으로 금속노조는 모든 조직은 현장 거점 천막 농성에 돌입하고, 특히 지역투본의 경우 현장 노동자의 접근이 용이한 곳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결국 답은 개별 사업장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임금은 줄여도 되고, 기업의 이윤은 절대 침해되면 안 되나?"

쌍용차 비정규직에게 날아 온 정리해고 통보서, GM대우의 고용특별위의 노사합의문 등이 보여주는 것은 "조금만 양보하면 우리 고용을 지킬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마약과도 같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위기 시기에는 더 그렇다.

쌍용자동차가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하루 전날, 쌍용차지부는 노동자 복지비용을 줄여 1000억의 기금을 모아 C200 기술연구자금으로 제공하고, 정규직의 임금으로 12억의 비정규직 구제기금을 출연한다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회사 측의 답은 2646명의 해고였다. 노조가 아무리 양보해도 공황기를 맞이한 사용자는 그것조차 밟고 간다는 적나라한 예다.

GM 파산위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릭 왜고너 회장 퇴직금만 무려 2000만 달러가 넘는다. 우리 돈으로 무려 270억이다. 정몽구 회장이 주식배당금으로만 280억을 챙겼고, 900억짜리 전용기를 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토론이 절실히 필요하다. 항공기 VIP석이 불편해 900억짜리 전용기를 구입하는 재벌 회장의 행태는 참아줄 만한 것인가? 2300억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2646명의 인원을 정리하겠다는 쌍용차 법정관리인의 발표는 정당한가?

GM대우가 지난해 영업이익만 보면 2903억 흑자를 기록했는데, 파생상품 투자손실로만 1조9535억 손해를 보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놓고 자신들의 '도박 빚'을 노동자 목숨으로 갚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침해되어도 상관없고, 기업주들의 이윤은 절대로 침해되어선 안 되는 것인가?

ⓒ프레시안

한국 기업의 이익잉여금만 무려 400조 원 대, 정부 예산의 2배 가까운 돈을 쌓아놓고 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쌓는 공개적 명분은 "미래의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자금"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이 그 돈을 쓸 '타이밍'이다. 현대차만 해도 잉익잉여금만 무려 31조 원 수준이다. 이 돈이면 자동차산업 모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생활임금을 만들어줄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불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토론 아닐까?

70여 년전 분열과 분할을 통한 통치를 했던 히틀러 시대를 회고하며 마틴 니묄러가 쓴 시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요즘이다.

독일에 처음 나치가 등장했을때,/ 처음에 그들은 유태인들을 잡아갔습니다./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왜냐하면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엔 사회주의자를 잡아갔습니다./ 그때도 나는 침묵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 노동운동가들을 잡아갔습니다./ 나는 이때도 역시 침묵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노동운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가톨릭교도들과 기독교인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내 이웃들이 잡혀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이 잡혀가는 것은 / 뭔가 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내 친구들이 잡혀갔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나는 침묵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 가족들이 더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 주위에는 나를 위해/ 이야기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 독일의 신학자이자 목사였던 마틴 니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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